사우스햄튼은 또다른 고평가의 감독을 다른 잉글랜드 클럽에게 뺏기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암울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데 푸엘 감독의 영입은 클럽이 필요한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by Jacob Steinberg
가디언 기자들의 예상 순위 : 11위 (이 글을 쓴 기자의 예상 순위가 아닌 모든 가디언 기자들이 예상한 순위의 평균임)
지난 시즌 순위 : 6위
리그 우승 배당 (Oddschecker) : 100-1
냉담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사우스햄튼의 여름은 항상 격변이 일어나는 단계에 이르렀다. 비록 지금까지 유망주를 뺏긴 것이 익숙할지라도 3년 연속으로 가장 좋아하던 선수가 나갔기 때문에 이번시즌은 그들이 부담감을 느끼기 시작하는 시즌이 될거라고 예상하는건 이상하지 않다.
2014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가 토튼햄으로 떠나면서 5명을 총 8850만 파운드(약 1263억원)의 이적료로 내보냈고 로날드 쿠만이 에버튼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마치 상어들이 피냄새를 맡고 온 것처럼 보인다. 두번의 완벽한 시즌을 보낸 네덜란드 감독을 잃은 건 두 가지 이유로 힘들게 다가왔다. 먼저, 사우스햄튼이 역사상 가장 높은 프리미어리그 순위에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챔피언스리그 진출권보다 단 3점 부족했던 상황은 축배를 드는 분위기를 바람빠지게 했다. 그리고 두번째. 시즌 마지막날에 웨스트햄을 6위로 끌어내리고 유로파리그 조별리그로 진출할 수 있었던 상황은 사우스햄튼보다 5위 아래이고 16점 낮은 팀 (에버튼) 에게 뺏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까?
사디오 마네는 3000만 파운드(약 428억원)에 달하는 이적료로 리버풀로 이적하였으며 빅토르 완야마는 1100만 파운드(약 157억원)의 이적료로 포체티노의 토트넘으로 팀을 옮겼다. 그라치아노 펠레는 이미 중국으로 이적했다. 이번시즌 딱히 눈에 띄게 활동적이지 않은 사우스햄튼의 야망에 대해 팬들이 불안해하는 것도 이해할만하다. 이런 의미에서 쿠만의 대체자인 쿨라우데 푸엘이 hospital pass(상대편 선수의 태클로 인해 부상을 당할 수도 있는 장거리 패스) 를 당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잠깐. 다시 생각해보자. 레스터 시티가 비평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우승을 하며 예측이라는 예술의 정의를 다시 세우는 동안 2014년에 강등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우스햄튼은 쿠만의 첫시즌에 7위를 함으로써 진짜 본보기를 보여줬다. 그리고 지난 여름 나다니엘 클라인과 모르강 슈나이덜린을 각각 리버풀과 유나이티드로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부진했던 전반기에서 회복했다.
그래서 조심하자. 사우스햄튼은 계속해서 그들의 계획은 누가 감독을 하느냐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그들은 재능이 넘쳐나는 유소년 아카데미에 튼튼한 기반을 가지고 있으며, 확실한 정체성, 든든한 인프라, 3000만 파운드(약 428억원)짜리 훈련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다섯 시즌 순위
그러나, 그라운드에서의 성공은 감독의 역량과 1군 선수들의 실력에 크게 좌우된다. 푸엘은 사우스햄튼에 딱 알맞는 감독이다. 그는 프랑스에서 실용적인 축구를 추구하고 유망주를 육성하여 매력적인 플레이를 하길 원하는 한명의 건축자(builder)로 유명했다. 또한 니스에서 4년동안 리그앙에 신선함을 가져왔다. 지난 시즌에는 니스를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에 가까운 순위로 올려놓기도 했다. 결국 그들은 리옹과 모나코보다 승점 2점이 낮지만 4위로 유로파 리그에 진출하였으며 선수들을 보면 푸엘이 어떻게 조직력 있는 팀을 만드는지 알 수 있다.
지난 시즌 그가 이룬 업적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하템 벤 아르파가 제 폼을 찾도록 해준 것이었다. 푸엘은 6년 전에 리옹을 챔피언스리그 준결승까지 진출시키기도 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당시 프랑스 리그 우승팀이었던 보르도를 이겼지만, 바이에른 뮌헨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가 사우스햄튼에 오기 전 맡은 네 개의 팀들이 모두 프랑스에 있던 푸엘에 대해 비평가들은 그가 리옹에서 리그를 우승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리옹은 2008년 푸엘이 오기 전 리그에서 7번 연속으로 우승했지만 부임 첫시즌에 보르도에게 우승을 뺏기고 두번째 시즌에는 마르세유에게 넘겨주었다. 그는 2011년, 자기의 명성만 떨어진 채 팀을 떠났다.
물론, 사우스햄튼은 프리미어 리그를 우승할거라고 예상하지 않는다. 그리고 푸엘은 비록 공격에서 보강을 더 해야겠지만 괜찮은 스쿼드를 물려받았다. 만약 모든게 계획대로 된다면, 사우스햄튼은 최소한 10위 내에 자신들의 순위를 유지하며 유로파 리그 추첨이 잘 된다면 본선에 진출할 것이다.
푸엘은 자신의 철학을 스며들게 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운이 좋은건 대부분의 조각들이 제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사우스햄튼은 지난 4년동안 4-2-3-1과 4-3-3을 가장 많이 사용하였으며 이는 푸엘이 선호하는 포메이션이기도 하다. 그리고 포체티노가 감독을 맡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쭉 수비가 강점이었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 사우스햄튼이 살아났던 이유 중 핵심은 그들이 수비에 더 집중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프레이저 포스터는 심각한 무릎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 매우 뛰어난 폼을 보여주었다. 포스터는 가끔씩 어이없는 실수를 하지만, 28살의 그는 708분간 실점하지 않으며 클럽 자체 신기록을 세운만큼 갈수록 성숙해져간다. 하지만, 촉망받는 골키퍼인 알렉스 맥카시가 크리스탈 팰리스로부터 왔기 때문에 자신의 실력을 더 키워야 한다.
포백은 바꿀 필요가 없다. 니스에서 온 Jeremy Pied는 오른쪽 풀백에서 Cedric Soares와 경쟁한다. 라이언 버틀란드는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왼쪽 풀백 중 하나이며 Matt Targett은 2옵션으로 기용할 수 있다. Virgil van Dijk는 지난 시즌 셀틱에서 이적하여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었고 그는 주장 Jose Fonte와 튼튼한 센터백 듀오를 형성한다. Maya Yoshida는 믿을 수 있는 백업자원이고 푸엘은 지금까지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루마니아 수비수 Florin Gardos가 1군에 자리잡을만한 실력을 보여주길 바랄 것이다. 그는 지난시즌 무릎 부상을 당해 통째로 뛰지 못했다.
한가지 걱정되는 점은 수비를 효과적으로 보호해줄 완야마가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 시즌 3번의 부상을 당했기 때문에 딱히 큰 손실은 아니고 쿠만은 그의 태도에 대해 매우 화를 냈다. 스페인 미드필더 오리올 로메우는 그 역할을 충분히 요령있게 할 수 있고 그들은 미드필드 자원이 충분하다.
Jordy Clasie는 무난했던 데뷔시즌보다 더 잘해야 하고, Steven Davis는 계속해서 저평가를 받고 있다. 제임스 워드-프라우스는 똑똑한 선수이며 Pierre-Emile Hojbjerg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1280만 파운드(약 182억원)에 달하는 이적료를 지불하고 사우스햄튼에 왔는데, 그는 이번 시즌 올해의 꿀영입이 될 수도 있다. 20살의 그는 펩 과르디올라가 부드러운 터치를 매우 칭찬할 정도였고 기복을 조금 더 줄여야하지만 그와 비슷한 크리에이터인 세르비아 윙어 두산 타디치와 잘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우스햄튼이 강화해야하는 곳은 공격수다. 펠레의 의문스러운 이적은 그가 지난시즌 그렇게 인기 있는 선수는 아니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2년동안 26골을 넣은것은 꽤 화려한 복귀였다. 그리고 마네는 정말 큰 손실이다. 그가 기복이 있긴 했어도 혼자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었던 재능 있고 다재다능한 공격수였다. 그가 한번 분위기를 타면 사우스햄튼의 공격은 정말 빨라졌다. 마네는 지난 시즌 모든 대회에서 15골을 넣었다.
나단 레드몬드가 그의 대체자로 여겨져서는 안되지만, 노리치로부터 1000만 파운드(약 148억원)의 이적료로 이적한 그는 무엇보다 아직 마네와 같은 수준이 아니다. 22살의 윙어인 그는 재능있고 사우스햄튼이 오랫동안 지켜봐온 타겟이지만 여전히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레드몬드는 노리치에서 지난 시즌 6골을 넣었고 주전이 아니었다.
득점력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기대만큼 못했던 스페인 공격수 후안미는 레알 소시에다드로 이적했고 쉐인 롱이 지난 시즌 박싱데이 때 아스날을 4:0으로 이겼던 경기를 포함하여 쿠만 아래에서 예리해졌다고 하더라도 그는 치명적인 공격수라기보다는 이타적이고, 활동량이 많고, 기복이 없는 스트라이커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시즌동안 리그에서 15개의 도움을 기록한 것만 봐도 그렇다. 만약 푸엘이 4-4-2 포메이션을 쓴다면 찰리 오스틴의 좋은 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뛰어난 결정력을 보여주었던 오스틴은 지난 1월 QPR로부터 450만 파운드(약 64억원)의 이적료로 이적한 이후 계속해서 부진하고 있다.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데뷔골을 넣으며 1:0 승리를 이끌긴 했지만 선발로 2경기밖에 출장하지 못했다는 것은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시즌은 그에게 중요한 시즌이다. 만약 그가 2년전 QPR 때처럼 18골을 넣어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준다면, 사우스햄튼은 다른 스트라이커를 영입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푸엘은 크리스마스 전에 목요일과 일요일 사이에 열리는 유로파리그에서 기선제압하기 위해서는 창조성과 화력을 추가적으로 보강해야 한다.
리그와 유럽 대회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고 사우스햄튼은 한쪽에 집중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감독, 유럽대회 병행으로 인한 높은 활동량, 그들을 이기고 싶어하는 라이벌들을 생각하면 이번시즌은 쉽지 않은 시즌이 될 것이다. 지난 시즌과 똑같은 순위만 기록하더라도 괜찮은 업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를 다시 놀라게 한다면, 충격받지 말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