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리버풀은 모두 이번시즌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는 것을 실패했다. Getty
발렌시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비야레알, 세비야가 스페인을 대표하고 로마, 라치오, 피오렌티나가 이탈리아를 대표하며 볼프스부르크,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 샬케, 베르더 브레멘이 독일의 기대를 받는, 챔피언스 리그 조별리그를 상상해보자.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도 없고 유벤투스, AC 밀란, 인터밀란도 없으며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도 없다.
방송국들이 중계권 독점을 따내기 위해 수백만파운드의 돈을 쏟아붓는 UEFA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최악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그러나,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가 없는 챔피언스 리그를 상상해보라고 한다면, 그것은 이제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버렸다.
블랙번 로버스가 유일하게 프리미어 리그를 대표하여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했던 1995-96 시즌 이후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경험해본 프리미어 리그 팀이 조별리그에 한팀도 없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각각 8번의 유러피언 컵 우승, 2번의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을 했던 리버풀과 유나이티드가 챔피언스 리그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는 것은 반박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첼시 역시 2012년 챔피언스 리그 우승, 2008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아깝게 페널티로 유나이티드에게 패배함으로써 지난 10여년동안 유럽대회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지난 시즌 부진과 실패 끝에 이번 시즌에는 세 팀 모두 챔피언스 리그에 뛰지 못하며 리버풀과 첼시는 유로파 리그조차 뛰지 못한다.
아스날만이 10년 전에 파리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바르셀로나에 패배하며 우승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시즌 챔피언스 리그 본선에 진출한 프리미어 리그 네 팀 모두 유러피언 컵 우승 경력이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번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한 프리미어 리그 팀들 중 아스날만이 결승전에 진출한 경력이 있다. (Getty)
먼저, 챔피언스 리그 본선에 진출한 팀들을 보면 레스터 시티, 아스날, 토트넘 핫스퍼, 맨체스터 시티다. 이것은 프리미어 리그의 특징 중 하나인 무한경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최근 10년동안 2010-11 시즌에 스퍼스가 리버풀을 밀어낼 때까지 챔피언스 리그는 유나이티드, 리버풀, 첼시, 아스날이 매년 나가는, 일종의 그들만의 리그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리버풀은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한 횟수보다 진출하지 못하는 횟수가 더 많아졌고 유나이티드는 최근 3시즌 중 2시즌동안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시즌은 최근 3년 중 유나이티드가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지 못하는 두번째 시즌이 될 것이다. (Getty)
아스날만이 계속해서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고 있지만, 처음 그들이 챔스에 진출했을 때보다 계속해서 실력은 떨어지고 있다.
이번시즌 챔스에 진출하는 잉글랜드의 클럽들은 클럽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면에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여전히 우승 경험이 전무하며 특히 그 중에 한 클럽은 한 경기라도 이기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유나이티드, 리버풀, 첼시는 결승전에 진출하고 우승함으로써 경쟁력을 키워왔고 역대 준결승전에 진출했던 기록도 대단하다.
그래서 챔피언스 리그에 우승한 적이 없는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상대적으로 다른 리그의 팀들에 비해 챔스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까?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에서 챔피언스 리그를 2번 우승했다. (Getty)
그러나 이번 시즌 오랫동안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갈망해왔던 아스날이 마침내 우승할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레스터는 한경기 한경기가 거대한 도전이며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경기할 수 없어 홈 어드밴티지를 받지 못하는 토트넘은 이번 시즌 홈경기를 웸블리에서 치를 때 원정팀이 이기는 것을 막아야만 한다.
그러나, 이런 팀들이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할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TV 회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이 맞붙었던 경기는 영국 축구 역사상 가장 많은 관중들을 불러모았다. 전세계적으로 6억~7억 정도의 시청자들이 그 경기를 시청했다. 10년 전 챔피언스 리그에서 맞붙었던 덕분에 많은 관심을 불러모았던 첼시 vs 리버풀 전은 두번째로 많은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은 영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방송국들에게 흥행수표이며 첼시는 최근 수년간 전세계적인 팬층을 조금씩 넓혀나가고 있다.
아스날도 그에 뒤지지 않지만, 방송국 임원들은 이미 시티, 스퍼스, 레스터가 팬층이 그렇게 두껍지는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리버풀, 유나이티드, 첼시의 부재가 시청자수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자연스럽게 도미노 효과로 광고 수입도 줄어들 것이며 챔피언스 리그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BT Sport와 ITV는 이번 챔스 중계의 이익을 지켜볼 것이다.
그러나, 시티 vs 바르셀로나, 아스날 vs 레알 마드리드, 스퍼스 vs 바이에른 뮌헨과 같은 경기들이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레스터 vs 루도고레츠 전은 별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