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기만의 프리킥을 찹니다." 안드레아 피를로가 말했다. "훈련에 가만히 서서 며칠동안 그를 연구했어요. 결국 무언가를 배웠다고 생각해요." 그라운드 위에서 무엇이든 잘했던 것을 생각하면, 신의 꽁지머리 (Divine Ponytaile)가 얼마나 프리킥을 잘 찼는지를 과소평가하기 쉽다. 자기가 원하는대로 공을 찰 수 있는 이탈리아 선수들은 로브레토 바조 외에는 거의 없었다.
프리킥으로만 21골을 넣으며 세리에 A 역사상 TOP5 프리킥 전문가에 이름을 올린 바조는 지안프랑코 졸라, 피를로,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시니사 미할로비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바조는 그 중에서 가장 잘할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하나의 유산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바조의 프리킥 골들 중 TOP 5를 골라내는 건 꽤 힘든 일이었다. 아래의 골들은 슛의 어려움, 골의 중요성, 상대의 실력, 경기 자체의 중요성 등 다른 모든 것을 포함하여 고른 것이다. TOP 10을 골라내는건 훨씬 더 쉽겠지만, 고난이 있어야 결과도 좋은 법이다.
5) 볼로냐 2 - 4 인테르, 세리에 A, 1997-98
(1분 30초부터~)
1997년 여름 밀란을 떠나면서 파르마로 가는 듯 했지만 당시 젊은 카를로 안첼리토가 이적을 거부했다. 바조는 볼로냐로 이적하며 결국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뛰기 위한 이탈리아 국가대표 라인업에서 자신의 자리를 되찾았다. 4:2로 패배했던 아틀란타 원정 데뷔전에서 페널티킥을 성공시켰고 시즌 두번째 주, 볼로냐와 바조는 홈에서 인테르를 맞이했는데 이 팀은 그저 예전 인테르가 아닌 호나우두가 있던 인테르였다.
이 경기는 바조와 호나우두, 신(新)과 구(舊)의 맞대결로 유명했다. 호나우두는 21살의 나이에 '최고의 선수' 타이틀을 바조로부터 뺏었다. "사람들 모두 이 경기를 하나의 대결 - 저와 호나우두의 대결로 과장했죠." 바조가 말했다. "그러나 이 경기는 볼로냐와 인테르의 맞대결이었습니다."
경기장에 비가 내리던 날, 인테르는 파비오 갈랑테와 마우리시오 간츠의 골로 리드를 하고 있었다. 하프타임 1분 전, 볼로냐는 인테르 박스 바로 바깥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바조는 공을 감아올렸고 빠른 속도로 벽을 넘어 골키퍼였던 지안루카 파글리우카는 세이브할 기회조차 없었다. 공은 그대로 골대 왼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바조는 한 골을 더 넣었는데, 이번에는 페널티였다. 이후 호나우두는 절묘한 세번째 골을 넣었고 유리 조카예프가 화려한 칩슛으로 네번째 골을 넣으며 인테르의 승리로 끝났다.
이번 경기는 바조의 부활을 알리는 경기였다. 볼로냐 소속으로 그 시즌에 세리에 A에서 22골을 넣으며 월드컵 명단에 포함됐다. 다음 해에 인테르로 이적하며 호나우두, 조카예프와 같이 뛰었다.
4) 피오렌티나 2 - 2 브레시아, 세리에 A, 2000-01
브레시아에서의 첫시즌은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다. 그의 영원한 크립토나이트(kryptonite - 슈퍼맨에 나오는 가상의 화학적 원소)엿던 부상으로 인해 시즌 대부분을 못뛰었고 2월까지 단 1골도 넣지 못했다. 예전에 뛴 클럽들 중 하나인 피오렌티나를 상대로 복귀전을 치뤘는데, 4분만에 자신의 커리어 역사상 가장 단편적인 골들 중 하나였다. 만약 바조의 실력을 가지지만 마무리가 별로였던 선수가 존재한다면, 바로 이 장면이었다.
피오렌티나는 누노 고메즈와 엔리코 체이사의 골로 리드를 이어갔지만, 67분, 박스 왼쪽에서 프리킥을 내줬다. 바조가 도움닫기를 하자 홈 팬들은 휘파람을 불며 데시벨은 더욱더 높아졌다. 바조는 공에 다가가기 전에 벽이 너무 앞에 있다고 심판에게 항의했다. 깔끔하게 공을 벽 위로 감아올리며 크로스바를 강하게 때리더니 위아래로 튕기며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바조는 세레머니를 하지 않았고 경기는 그대로 무승부로 끝났다.
그 시즌 브레시아의 목표는 강등을 피하는 것이었지만, 세리에 A 8위로 시즌을 마치며 비평가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오히려 인테르토토 컵에 진출하기 충분한 순위였다. 바조는 10골로 시즌을 마쳤다.
3) 인테르 3 - 1 파르마, 챔피언스 리그 플레이오프, 1999-2000
밀란에서 보내는 첫 시즌이었던 1995-96 시즌, 그는 두번 연속 스쿠데토를 들었지만 모두가 생각했던만큼 핵심적인 선수는 아니었다. 파비오 카펠로는 그의 재능을 중심으로 팀을 꾸리기보다는 자신의 시스템에 그를 우겨넣었다. 1990년대의 활발한 선수들에 의심을 가지고 있던 감독인 그는 어떻게 바조의 능력을 최대화할 수 있는가를 잘 모르는 것 같았다.
1996년 여름, 카펠로는 밀란을 떠나 레알 마드리드로 갔고 대신 칼리아리에서 우루과이 출신의 오스카 타바레즈 감독이 들어왔다. 타바레즈가 매주마다 포메이션을 바꾸고 수정해가며 1996-97 시즌 초반 몇 라운드 동안 바조는 선발 라인업에 들어가기도, 빠지기도 했다. 시즌 네번째 주말, 페루자는 밀란 홈으로 왔지만 조지 웨아와 마르코 시메오네가 경기를 뜀에 따라 바조는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시작했다.
밀란은 조지 웨아의 골로 경기 초반부터 리드를 잡았고, 후반에 두번째 골을 넣었다. 바조는 어린 마시모 암브로시니를 대신해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로 들어갔고 77분, 밀란은 프리킥을 얻었다.
프리킥 지점은 골대와 25야드로 떨어져있어서 골을 넣기 좋은 거리였다. 바조는 아주 빠르게 달려가 공을 감아올렸고 공은 벽을 넘어 페루자의 골망 위쪽으로 빨려들어갔다. 아마 이 골이 그 시즌에서 바조가 가장 잘했던 때였을 것이다. 밀란은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었고 타바레즈는 1996년 12월 경질됐다. "감독님께 너무 미안합니다." 바조가 말했다. "타바레즈 감독님이 저에게 준 역할은 완벽했어요." 실비오 베룰르스코니는 아리고 사키를 클럽으로 다시 데려왔고 바조의 시즌은 더이상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벤치에만 썩어있었으며 결국 밀란은 11위로 시즌을 마쳤다.
1) 도르트문트 1 - 2 유벤투스, 유에파 컵 준결승 2차전, 1994-95
(1분 19초부터)
1994-95 시즌은 유벤투스에게 역사적인 시즌으로 가고 있었다. 새로운 감독인 마르셀로 리피의 지도 아래 그들은 3개 대회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리그 1위, 코파 이탈리아 결승, 1990년대 중반 꾸준하게 대회에 진출했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유에파컵 준결승까지.
바조는 한 시즌을 견뎌야했다. 그 시즌 대부분을 부상으로 인해 경기를 뛰지 못했고 월드컵의 후유증으로 가장 빛나는 시즌들 중 하나를 보내지 못했다. 94년 미국 월드컵은 그를 먹구름처럼 둘러쌌다.
하지만, 시즌이 마무리되가는 때, 유벤투스가 준결승 2차전을 치르기 위해 독일 원정을 떠났을 때 바조의 폼이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들이 있었다. 어리고 숱이 많았던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가 그의 대역을 잘 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바조는 몸이 괜찮았을 때 선발로 출장했다.
바조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1차전은 1:1로 끝났다. 그리고 2차전은 다소 힘든 경기로 예상되었다. 세르지오 포리니가 바조의 코너킥을 헤딩골로 연결시키며 유벤투스는 총합 스코어에서 리드를 잡고 있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도르트문트는 동점골을 넣었고 레네 트레츠호크가 앙헬로 디 리비오를 밀며 31분, 유벤투스는 프리킥을 얻어냈다. 바조가 공을 찼다. 이번 장면은 그의 유산으로 지금도 남아 있다.
커리어를 통틀어 바조는 다양한 방식으로 프리킥을 성공시켰다. 한가지 방법은 앞에서 말했던 브레시아 소속으로 피오렌티나를 상대로 골을 넣었을 때처럼 한두걸음 뛰어가 인사이드로 공을 밀어넣는 것이었다. 다른 기술은 그가 유벤투스에 있을 때 많이 써먹었던 방법인데, 발등으로 세게 때려 넣을 것처럼 달려가지만 마지막에 살작 몸을 비틀어 오른발의 안쪽으로 공을 밀어넣어 아름답게 공을 휘게 하는 방법이다. 그는 이 기술을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썼다. 공을 차는 순간 공은 아름답게 휘어 들어가며 빠르게 스테판 클로스를 지나 왼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공이 크로스바 바로 아래로 들어가 골망을 흔들었기 때문에 골키퍼는 움직일 수도 없었다. 이 골은 폭력적인 아름다움의 대명사였으며 바조가 가장 잘 찬 프리킥이자 가장 중요한 골이기도 했다.
유벤투스는 경기를 승리하며 결승에 진출했지만, 파르마에게 패배하며 트레블을 아깝게 놓치고 만다. 1995년 여름, 라이벌인 밀란으로 이적하며 이 골은 유벤투스에서 넣는 바조의 마지막 멋진 골이 되었다.
출처 : Guardian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