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해부학 시간에 눈에 관한 수업을 들으면서 기억나는 내용을 하나 꼽자면, 동물마다 다른 시야각이었다. 야생동물은 생존을 위한 감각이 매우 발달한 편인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시각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시야는 한쪽 눈으로 볼 수 있는 ‘단안’ 시야, 양쪽 눈으로 동시에 볼 수 있는 ‘양안’ 시야가 있는데, 사람의 경우 눈이 정면을 향하며 각각 145°, 양안 시야는 120°로 이만큼 입체화하여 볼 수 있다. 반면, 초식동물인 토끼는 눈이 양쪽에 달려 흔히 말하는 ‘사각지대’가 수평에서는 없다. 즉, 포식자가 뒤에서 다가가도 거리감을 느낄 수 있을만큼 시야가 매우 발달해 있다.
그런데 왜 내가 시야각을 이야기할까? 단순히 누가 더 넓게 보고, 이런 것을 알려주기보다는 ‘사각지대’를 코로나19와 연관시켜 말하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코로나19가 산발적으로 확산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정보의 사각지대를 최소화시켜야 하고 실제로 질병관리청에서는 그러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는데, 그 중 두가지를 골라 이 글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1. 브리핑 시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은 오후 2시마다 실시되는데, 평소에는 언론에서 쓰는 속보로 하루 신규 확진자수만 보곤 하지만 시간날 때마다 생방송을 종종 챙겨보곤 한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브리핑 내용을 하나 꼽자면, 다음과 같다.
“소중한 일상이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갈 수 있습니다.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지금 이 순간 말씀드려서 매우 송구합니다만 만약 정말로 힘든 상황이 온다면 시계를 되돌리고 싶을 순간이 바로 오늘일 것입니다. 이 순간 실천이 필요합니다. 내일의 불행을 막아야 합니다.” –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2020.08.25
다행히 추석 연휴 후 걱정하던 것보다는 확진자 수가 급증하지는 않았지만, 저 당시 생활방역의 실천이 어느 때보다 절실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말이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연초부터 브리핑을 보며 요즘도 드는 생각은 ‘항상 브리핑하시는 분 옆에 계시는 수어 통역사분은 정말 힘들겠구나’ 였다. 예전부터 나는 수어를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종종 외국인 통역 봉사활동을 하며 도움이 필요한 외국인분들을 도와주며 행복하기도 하지만, 수어로만 대화할 수 있는 농아들을 세상과 연결시켜주는 수어가 진짜 언어가 아닐까 싶었다.
특히 요즘 같이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는 정보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이를 잘 전달하는 수어 통역사분의 존재감이 더욱더 커졌다. 예를 들어, 11월 13일부터 전국 지자체에서는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데, 아직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 농아분들은 TV를 주로 보시기 때문에 이런 정보들이 중요할 수 있다. 그래서 중앙사고수습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는 코로나19 정례 브리핑마다 항상 수어 통역사들을 동반하여 브리핑한다.
2. 시각장애인 및 문자 정보 소외계층 위한 '보이스아이코드' 삽입
이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건데, 질병관리청에서 배포하는 코로나19 관련 자료 중 포스터 우측 상단에는 QR 코드와 비슷한 모양이 있는데, 이것을 ‘보이스아이코드’라고 한다. 이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보이스아이코드’란 문자를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인쇄물(신문, 소식지 등 활자물) 정보가 담긴 바코드를 휴대폰으로 찍으면 소리로 정보를 들을 수 있다. – 옥천군 블로그
실제로 스마트폰에 ‘보이스아이’를 깔아 한번 들어보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온라인이 아닌 인쇄 환경에서만 작동된다고 해서 직접 해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시각장애인분들에게는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UN에서는 인류의 보편적 문제(빈곤, 질병, 교육, 여성, 아동, 난민, 분쟁 등)와 지구 환경문제(기후변화, 에너지, 환경오염, 물, 생물다양성 등), 경제 사회문제(기술, 주거, 노사, 고용, 생산 소비, 사회구조, 법, 대내외경제)를 2030년까지 17가지 주 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로 해결하고자 이행하는 지속가능한발전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제정한 바 있다. 회원국들은 그것을 지키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우리나라 역시 그에 맞게 정책을 실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한 것들은 그 중 SDGs 10번에 해당하는 ‘불평등 완화 (Reduced Inequalities)’에 해당하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누구나 소외되지 않게 하여 정보의 사각지대를 최대한 줄이고 오늘도 우리 모두를 지키도록 서로가 서로를 챙겨주는 따뜻한 겨울을 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