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수의사가 된 지 3년, 그리고 동시에 대학원생 생활 3년째. 석박통합과정으로 들어온 나는 어느새 연차만 보면 박사과정에 들어갔고 이번 학기만 지나면 이제까지 대학원에 다닌 시간보다 앞으로 다닐 시간이 더 적어지는 지점에 온다. 전체적인 대학원 생활 자체는 만족스러웠지만 처음에 내가 실험방법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배울 '한국인' 선배가 없어 스스로 바닥부터 시작해야 했고 중간에 그만둘까 하는 상황도 많았다. 많은 각오를 하고 대학원에 들어왔음에도 '그냥 군대나 갔다 와서 임상이나 할까' 하는 순간들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사춘기랄까? 사춘기 이후에 성숙해지는 것처럼 나 역시 한층 더 연구자로서 성숙해지는 시기에 있는 것 같다.
대학원 1년차 때 '수의대생의 수의대 이야기' 시리즈를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에 결국 마무리했고, 이후에 독서를 간간히 하며 책 2권 정도 리뷰하는 글을 쓰고 글을 안 쓰게 된 지 2년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글을 쓰지 않았던 이유는, 시간을 내서 글을 쓴다는 게여간 귀찮은 일이 아닌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내가 과연 누군가에게 대학원 생활을 소개할 정도로 대학원 생활을 잘 하고 있는가? 에 대한 답을 확실히 못 내렸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전공을 본과 4학년때 조금 급하게 바꾸면서 어떤 연구를 하고 싶은지 정하지도 않은 상태로 들어왔고, 내 학위논문과는 전혀 상관없는, 연구비를 벌기 위한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물론 되돌아보면 이 프로젝트로 논문을 2개나 썼고 보고서를 쓰는 노하우도 익혔다.) 소위 '현타'가 오는 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다시 블로그를 시작한다라는 것은? 그렇다. 어느새 논문도 3편째 쓰고 있고 나름 알차게 대학원 생활을 보내고 있고 비행기가 난기류로 흔들리다가 성층권에 들어가면 안정적인 것처럼, 안정적인 대학원 생활을 보내고 있어 이제는 나의 대학원 생활을 되돌아보는, 소위 '회고'가 가능한 상황에 왔기 때문이다.
'수의대생의 수의대 이야기' 시리즈를 마무리하고 2년이 지났는데 그 2년동안 매우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나는 그중에서도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등장이 대학원생으로서 가장 체감이 많이 되는 변화였다. 문서의 오탈자를 찾는 단순한 작업들뿐만 아니라 실험을 하면서 막히는 부분이라든지, 논문의 분석, 연구 아이디어의 정리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도움을 얻었고 혼자서 했으면 날렸을만한 시간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도 AI로 작성하고 있는데, 나 역시 이것도 클릭 한번으로 '딸깍' 작성하고 싶어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봤지만, 나의 진심이 담겨있지 않아 글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여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접 작성하려고 한다. 이전에 썼던 글들이 많은 후배님들에게 도움이 됐다는 말을 들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내가 글에 진정성을 담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서론이 길었는데, 지난 대학원 생활을 돌아보며 이리저리 부딪쳐봤던 경험들에서 우러나온 노하우들, 논문을 읽거나 연구를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하나하나 써보고자 한다. 특히나 요즘 수의대 졸업 후 대학원에 바로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기에 내가 고민해왔던 과정들도 서술해보겠다.
고민의 연속이었던 본과 4학년 시절
https://tizona.tistory.com/395
혹시나 글이 너무 길어진다면 위 글의 마지막 '나의 진로 고민 요약'을 읽어보면 된다. 여기에서는 본과 4학년 때 했던 현실적인 고민들에 대한 나의 답을 적어보겠다. 본과 4학년이 되면 정말 생각이 많아진다. 국가시험을 떠나서 '나 도대체 졸업하고 뭐해먹고 살지?'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고민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보자.
1) 군 문제 해결 방법 - 대학원 진학 후 전문연구요원 vs 공중방역수의사 vs 수의장교 vs 현역(수의병)
일단 나는 미필 남자였기 때문에 군대 문제가 가장 크게 다가왔다. 본인이 여자라면 이거는 뛰어넘어도 된다. 남자 수의대생들은 알겠지만 요즘 대부분 '수의사관후보생' 신분을 포기한다. 혹시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남자 의대생들이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로 가기 전에 학부생 시절에 의무사관후보생 신분이 되는 것처럼 수의대 역시 동일하다. 그래서 이 후보생 신분이 되면 국가시험 합격 후 수의사가 되고 이후에 전국의 후보생들 중에 30여명을 수의장교로 먼저 뽑고 나머지를 보충역 신분인 공중방역수의사로 여기저기 배치하는 방식이다.
다만, 요즘에 문제가 되는 것이 이 후보생 신분을 너무 많이 포기해서 공중방역수의사가 부족해지는 상황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참고기사) 그도 그럴 것이, 다른 학교 학생들이 후보생 신분을 포기하면 장교를 먼저 뽑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장교로 갈 확률이 높아지고, 그걸 피해서 공방수가 된다고 하더라도 배치지를 잘못 받으면 개고생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점점 다 포기하게 된다. 게다가 제도에 허점이 있었던 것이 후보생 신분을 포기하는 순간 장교로 가지 못하기 때문에 나중에 공방수로 따로 신청하면 추가합격 식으로 무조건 공방수를 갈 수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공방수를 간 선배들이 있었다. 그래서 남자들 사이에는 이것이 소위 '국룰(당연히 해야 하는 것)' 이었다. 최근에도 장교 친구들에게 듣기로는 올해 본과 4학년 (19학번) 수의사관후보생이 전국에서 2명밖에 안남았다고 들었다. 이는, 공식적으로 장교가 될 친구들이 단 2명밖에 없다는 것이다.. 병무청이나 농식품부에서 이를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야할텐데 시국이 시국이다보니 아직 별 방법이 없다. 여튼, 육군 수의장교로 가면 파병(남수단 혹은 레바논)을 가서 UN 평화유지군으로 복무한다는게 나한테는 너무나도 멋있어보였고 하고 싶었지만, 3년의 시간이 길어서 수의장교는 제외했다.
그 다음으로 공중방역수의사(공방수). 공방수는 내가 만약 대동물 임상 혹은 공무원이 내 목표 중에 하나였다면 했을 것 같다. 공방수의 경우 보통 시/군청에서 일하거나 동물위생시험소라는 곳에서 일하는데 부서마다 다르겠지만 도축장에 가기도 하고, 농장에 가서 전염병 예방을 위해 소에서 채혈을 하기도 하는 등 대동물 임상을 할거라면 해당 지역의 농장주들과 미리 안면을 틀 수 있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공무원 생활 역시 나중에 수의직 공무원이 된다면 갈 수 있는 시험소나 아니면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선택이다. 그러나 이 두 선택지 모두 나와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외했다.
마지막으로 전문연구요원은 석사전문연구요원(석전연)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박사전문연구요원(박전연)으로 갈 것이냐 이 차이였다. 즉, 석사만 하고 3년동안 회사에서 일할지 아니면 석박통합과정으로 입학, 석사 없이 박사과정을 길게 밟고 나중에 졸업하고 1년을 회사에서 일할지 그 차이다. 개인적으로 박사까지 생각이 있다면 웬만하면 박전연을 추천한다. 왜냐하면 석전연의 경우, 특히 임상대학원생은 CRO(임상시험수탁기관) 등이 아닌 이상 (이것도 사실 거의 마우스 실험이 대부분일 것이다) 본인의 전공을 살리기 힘들뿐더러 3년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기 때문에 석사 때 배운 술기나 지식들이 복무를 마친 이후에는 옛날 것이 됐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전연의 경우에는 박사 졸업 전 2년을 복무기간으로 인정해주고 나머지 1년은 중소기업 혹은 교내 연구소 (석전연도 교내 연구소에서 해결한다면 3년내내 계속 하던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좋지만, TO가 웬만하면 박전연에게 갈 것이다) 에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박전연을 추천한다. 그러나, 박사는 석사와 정말 다른 과정이기 때문에 석박통합보다는 석사를 먼저 해보고 1년이나 1년 반쯤 뒤에 통합으로 전환하는 것이 낫다. 막상 대학원이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들어와도 생각보다 정신적, 신체적으로 많이 힘들어 포기하는 사람도 없진 않기 때문이다.
번외) 석사? 박사?
앞서 나는 박사까지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석박통합 혹은 석사 후 박사밖에 없었는데 삼수해서 수의대에 들어와서 군대 문제 때문에 석박통합밖에 선택지가 없었다. 그러나 박사까지 할거면 방금 말한 것처럼 석사 후 박사를 추천한다. 석박통합은 안맞다고 생각해도 그만둬버리면 결국 그 시간이 서류상으로는 날라가버리고 다른 학사 졸업자들과 똑같은 신분이 되어버린다.
임상 쪽을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석사 졸업 후 2차 병원 과장 취업이 대부분 당연한 루트가 되어버렸고 선배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갈수록 석사 졸업자들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이 전공자들을 다 수용할 수 있을까?가 의문이다. 반려동물 시장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고 동물병원이 포화상태인 것은 통계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남들이 다 대학원을 가는데 나는 안 갈수가 없지 않나? 그래서 임상을 생각하는 후배들이 있다면 웬만하면 대학원 생각이 있다면 빨리 석사부터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인턴 1년 먼저 하는 것을 더 추천하는데, 선배들이나 동기들 말을 들어보면 밖에서 몇 년 일하고 대학원 가면 그만큼 배우는 속도라든지 그게 차이가 어느정도 있다고 한다.
비임상 쪽은 웬만하면 박사까지 할 수밖에 없다. 석사 졸업 후 일반 제약회사 취업도 가능하지만, 공공기관이나 이런 곳에서 연구원을 하려면 자연스럽게 박사까지 하게 되고 그런 선배들을 많이 봐왔다. 그리고 나도 이제 연차로는 박사과정을 마무리하는 단계지만, 석사 2년은 정~~말 짧기 때문에 본인의 연구를 하고 싶으면 박사까지 할 수밖에 없다.
2) 대학원에 간다면 전공은?
나는 무엇을 하든 박사까지 할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박전연을 1순위로 생각하고 있었고, 다음은 어떤 전공을 평생 할지였다. 사실 이게 1번이 될 수도 있는데 대학원에 들어가서 어떤 과목을 전공한 순간, 본인이 이걸로 평생 먹고 살아야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일단 선택지는 크게 임상 vs 비임상으로 나눌 수 있었다.
먼저 비임상의 경우 수의사의 전공을 살리려면 원헬스 관점에서 인수공통전염병(zoonosis) 혹은 역학(epidemiology)을 전공해서 국내/해외 의대 혹은 보건대학원 쪽으로 진학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루트로 진학한 사람들이 몇 명은 있다는 것을 건너건너 들었고 새로 임용되시는 교수님들 이력을 보면 간간히 이렇게 학위과정을 밟으신 분들도 계신다. 그러나 과목 자체가 나랑은 잘 안맞았다. 한 때 WOAH, FAO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었던 나는 이런 전공으로 제3세계에 가서 전염병 연구를 하는게 되게 끌렸지만, 전염병이라는 과목 자체가 나의 흥미를 끌지는 못했다. 항원, 항체, 바이러스 등등... 본2때 그렇게 재밌게 듣지는 못했기 때문에 일단 제외했다. 이외 다른 비임상 과목, 병리, 생리, 약리 등등 모두 별 흥미가 없었다.
다음으로 임상 과목인데, 임상의 경우에는 외과/내과(심장)/응급 을 생각하고 있었다. 외과의 경우 학부생 때 실험실이 외과였기 때문에 1순위였다. 다만, 우리 때 코로나19의 유행으로 타대 실습이 막혔기 때문에 자대 외과로 갈 수 있었지만, 실습을 하면서 정형의 경우 나랑은 안맞다는 걸 느꼈기 때문에 정형외과를 전공하신 자대 교수님 밑으로 들어가기에는 조금 주저했다. 우리 학교 외과의 경우 매우 분과되어 있는 서울대와는 다르게 정형, 일반, 안과, 마취 등 전체적으로 다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졸업하고 로컬에 가면 그만큼 잘 적응할 수도 있겠지만, 대학원생은 결국 지도교수의 연구주제를 따라가기 때문에 우리 학교 외과는 제외했다. 이게 가장 큰 이유였고, 이외에도 임상을 하면 결국 최종 목표인 전임교원이 되지 못한다면 개원을 해야 하는데, 개원의 경우 완전 과포화인 상태에서 경쟁하기 싫었고, 개인적인 꿈(아래에서 서술하겠다)이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 옵션으로 두고 싶었다.
다음으로 심장. 예전에도 블로그에 썼지만 수의학에서 내과의 경우 인의에서보다 조금 더 시술의 범위가 더 넓다. 심장사상충뿐만 아니라 심장 관련해서 시술을 많이 하는 내과 선생님들도 계신다. 그래서 내과를 할까 했는데, 본3 때 내과를 배우면서 내과는 너무 고려할게 많다는 것을 느꼈다. 예를 들어, 어떤 증상으로 환축이 내원하면 X레이, 혈액 검사 등 여러 검사를 통해 하나하나 예상되는 질환을 추리구 이에 따라 치료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임상병리 과목은 나한테 너무 어려웠고 내과는 진짜 똑똑한 사람들이 하는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이렇게 하나하나 찾아가는 것을 재밌어하기 때문에 내과에 갔다는 선배들의 이야기도 과거에 들었다. 이에 반해 외과는 결과가 직관적이다. 골절 = 정도에 따라 플레이트를 어디에 박을지 정함, 종양 = 있는 부위보다 더 넓게 제거함. 물론, 이것이 쉽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외과 역시 고려해야할게 많지만, 직관적인 것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외과가 더 끌렸다. 충남대에는 심장외과 교수님이 따로 계시는데 내가 졸업하고 얼마 안 있어서 들어오셨다. 만약 내가 졸업을 이맘때쯤 했다면, 그 교수님 밑으로 들어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이렇게 보면 사람마다 정해진 운명이라는게 있는 것 같다.
응급의 경우 타대에 계신 우리 학교 출신 교수님을 예전에 실습했던 원장님을 통해 뵌 적이 있다. 누가 봐도 실력이 좋아보이셨는데, 응급이라는 과목이 조금 애매하다고 느꼈다. 모 대학 응급과에 재학중인 대학원생들의 말을 들어보면, 말 그대로 응급처치만 하고 외과나 내과로 보내야 하는 상황에 현타를 느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졸업하고 로컬에 나와서도 전공이 애매하다고 했다. 동물병원에서 야간 수의사의 수요는 물론 있지만, 사람처럼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하루 일하고 이틀 쉬고 이런 것도 아니고 수의사는 대부분 병원 원장을 하시다가 처분하고 잠깐 일하시거나 아니면 가정 사정이나 개인적인 이유로 1주일에 1~2일만 일할 때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응급도 제외했다.
# 산과를 선택한 이유
학교에서 본과 3학년 실습을 하다 보면 후배들이 가끔씩 물어본다.
"선생님은 왜 산과를 하셨어요?"
그럴 때는 많은 학생들 앞이기 때문에 외과 학부생이었지만 임상은 나와 안맞다는 생각으로 찾아보다가 임상/비임상 중간에 걸쳐 있는 산과로 왔다고 대답한다. 큰 이유에서는 이게 맞다. 산과는 대동물 중심이지만, 소동물 임상도 하려면 할 수 있고 실제로 내과에서도 간간히 나에게 물어본다. 그리고 전염병이나 다른 비임상 과목들이 별로 재미가 없었을 뿐이지,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는 것도 나와 엄청 안 맞고 그러지는 않았다. 우리나라 대부분 수의대 산과실은 비임상에 가깝다. 한 때 노벨생리의학상 후보였던 황우석 박사의 영향이 클 것이다. 그의 제자들이 전국적으로 퍼져 있기 때문에 대부분 복제동물, 줄기세포 쪽을 연구한다. 나는 한 때 이종간장기이식을 통해 '사람을 살리는 수의사'가 되고 싶어서 산과에 온 것도 있다. 장기이식부터는 의사의 영역이지만, 그 전에 동물을 만드는 것이 산과 수의사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동물복지의 중요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오가노이드 쪽으로 연구가 진행될 것이지만, 아직까지는 그게 상용화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리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산과는 항상 1등을 차지하던 동기와 처음으로 공동 1등을 했던 과목이었고 개인적으로 열심히 했었다. 외과, 내과, 영상 등등.. 아무리 인기 있는 전공이라도 결국 생명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어떻게 보면 신의 영역에 도전할 수도 있는 이런 산과가 끌렸다.
대부분 궁금한 점은 산과를 전공하고 무엇을 하느냐? 이다. 뻔한 대답일 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산과는 비임상에 가깝기 때문에 다른 비임상 과목들처럼 연구원이나 교수가 대부분의 진로다. 아예 대동물 임상에서 인공수정 전문으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학교에 계속 남아 후학을 양성하는 교수가 1순위 목표다. 단순히 직업의 안정성을 떠나서 나의 연구를 할 수 있고, 무엇보다 내 꿈은 수의대가 없는 개발도상국에서 이태석 신부님처럼 수의대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1) 학교에서 대학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아야 하고, 2) 나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에 학교에서 가르친 동료들과 제자들의 도움이 필요하고, 3) 개발도상국에서는 소동물보다는 식량확보와 연관이 되어 있는 대동물을 많이 키우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의 커리어적인 목표가 산과 교수가 될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런 자세한 이유는 밖에서는 잘 말하지 않는다. 괜히 설명하다가 이야기가 길어지기도 하고, 아직 이루어놓은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보면 터무니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마무리
어느새 대학원 3년차가 끝나가지만, 대학원에 들어와서도 방황한 적이 많았다. 내가 왜 이걸 해야 하지? 하는 순간도 있었고 여자 동기들은 밖에서 돈을 벌기 시작하고, 고등학교 친구들을 슬슬 결혼하기 시작하고.. 내가 잘하고 있는게 맞을까 하는 순간들도 많았다. 그래서 한 때는 미국수의사를 준비하려고 아이엘츠를 본 적도 있고 그랬다. 뭐든 1년차가 어렵다. 20살 때 다른 대학교에 갔을 때 방황했고 삼수 끝에 안정된 길을 찾았다. 대학원에 와서도 2년 동안은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하고 옳해 들어서야 연구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블로그 역시 1년차 때 수의대생의 수의대 이야기를 겨우 마무리하고 그동안 손 놓고 있었는데, 요즘에는 조금 빡센 미라클모닝을 하고 있어 아침마다 틈틈이 책도 읽고 블로그를 쓰고 있다. 앞으로 최대한 대학원 이야기를 써보고 또 대학원을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해 내 생각들을 적어보겠다.
# 세줄 요약
- 대학원 생활의 도전과 성장
수의사와 대학원생으로서의 3년간, 연구와 학업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안정된 연구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회고하며 소개한다. - 선택의 연속과 전공 확립
임상과 비임상 중간에 위치한 산과를 선택한 이유와 이를 기반으로 한 학문적 목표 및 진로 계획을 서술한다. - 진정성과 꿈을 향한 노력
자신의 경험을 통해 후학과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글을 쓰며, 개발도상국에 수의대를 설립하겠다는 꿈을 향해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