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에서 가장 로맨틱한 것들 중 하나는 각 클럽끼리 대비되는 유니폼의 색깔이 아닐까 싶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스탠드에서, 경기장 주변의 펍에서 혹은 컵 결승전에서 Wembly Way를 걷기도 한다.
수천 명의 사람들은 클럽에 대한 자신들의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클럽의 독특한 색으로 덮여있는 유니폼을 입고 전국을 돌아다닌다. 파란색 유니폼을 입는다면 파란색 스카프, 파란색 모자, 파란색 장갑들로 깔맞춤한다. 이 깔맞춤을 보면 거의 장관이다.
그러나, 점점 더 클럽들은 완전히 다른 색의 유니폼을 선보이고 있다. 스탠드에 있는 5000명의 팬들은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은 검은색과 회색이 섞여있는 유니폼을 입고 있다. 왜냐하면 유니폼을 제조하는 회사가 셔츠의 판매량을 더 늘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유니폼 제조 회사들이 클럽의 유니폼을 만드는 권리를 독점하기 위해 수백만 파운드를 지불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클럽이 이들의 제조과정을 이미 알고 있었다면, 그것은 더욱더 문제가 된다.
지난 수년 동안, 어떤 유럽 클럽들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처럼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바꾸지 못했다.
10년 전, 도르트문트는 별로 유명한 클럽이 아니었다: 분데스리가와 유럽대회에서 성공을 거두기도 했던 역사적으로 전통있는 클럽이긴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별로 눈에 띄는 클럽이 아니었다. 그들은 분데스리가에서 중위권으로 시즌을 마쳤고 재정적인 문제도 있었으며 그렇다고 매력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것도 아니었다.
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의 일반적인 서포터들은 아마 그 당시에 도르트문트라는 팀의 존재조차 잘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2013년부터 도르트문트는 유럽에서 가장 멋진 클럽이 되었고 주말에는 캄프 누와 베르나베우에서 경기를 뛰기도 했다.
그들이 부활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었다. 축구계에서 멋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쌓기도 했고, 티켓 값이 비싸지 않아 항상 홈팬들로 북적인건 유명했다. 또한 정말 카리스마 넘치는 감독도 있었으며, 아, 리그를 2번 우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르트문트의 발전이 의미하는 건 그 이상이엇다. 왜냐하면 그들은 유럽 탑 클럽들의 홍보부 직원들이 추구해왔던,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이뤘기 때문이다: 그들은 "브랜드"를 구축하게 되었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이 브랜드는 색깔이 다였다. 도르트문트가 이룬 업적들은 모두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지만, 노란색과 검은색의 조화는 그들이 일부러 의도한 것이었다.
사람들이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생각할 때, 그들은 노란색과 검은색을 떠올린다.
노란색과 검은색은 홈 셔츠에 꼭 넣어야 하는 색이지만 도르트문트는 그들의 변화를 위해 "무난한" 색인 검은색 혹은 흰색으로 유니폼을 만드는 것을 거절했다. 다른 어떤 색도 허용되지 않았다: 빨간색은 바이에른 뮌헨, 파란색은 샬케, 초록색은 볼프스부르크의 상징이었다. 도르트문트는 다른 클럽들과 연관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이미지를 다른 클럽에서 모방하기 싫었다.
독일에서 노란색과 검은색이 섞인 유니폼을 입는 또다른 팀은 디나모 드레스덴이지만, 그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분데스리가로 승격한 적이 없다. 유럽 전체로 눈을 돌려보면, 비야레얄이 "노란색"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스페인에서 상대적으로 중소클럽에 속한다.
이 팀들처럼 도르트문트는 이제 그들이 선택한 색의 "소유권"을 가지게 되었다. 아마 피오렌티나의 독특한 보라색과 팔레르모의 핑크색이 그들과 견줄만할 것이다. 바르셀로나의 유명한 빨강색-파랑색 줄무늬는 바젤이 챔피언스 리그에서 입기도 하였고 때때로 바이에른 뮌헨도 그런 적이 있다.
유니폼 색은 구단의 이름과 연고지처럼 축구 클럽의 가장 중요한 것이 되었다. 클럽들은 감독, 선수, 혹은 구장까지 바꿀 수 있지만 유니폼 색을 바꾸려고 한다거나 (카디프 시티를 생각해보자) 이름을 바꾼다거나 (헐시티가 대표적이다) 연고지를 옮기려고 한다면 (윔블던을 떠올리자) 팬들은 들고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구단의 이름과 연고지가 극도로 희귀한 상황에서만 바꿔진다면 유니폼 색은 주기적으로 바뀐다. 유니폼 색이 충돌할 경우 "색깔의 변화"를 주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팀들은 써드 킷을 미리 준비한다.
지난 시즌 유럽에서 가장 핫했던 두 경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 레스터는 아스날 원정을 떠났었는데 그들의 파란색이 아스날의 빨간색과 충돌하지 않기 위해 검은색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나폴리가 유벤투스 원장을 떠났을 때는 하늘색이 검은색-흰색 줄무늬 유니폼과 완벽히 어울리는데도 회색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이런 상황은 완벽히 새로운 상황은 아니지만 최근 몇년동안 눈에 띄고 있다. 특히 유니폼 제조 회사들이 갈수록 많은 돈을 지불하는 최근에 말이다.
지난 토요일에는 정말 평소에 '바보같다'고 하는 것을 뛰어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아스날은 노란색-검은색 유니폼을 입는 왓포드 원정을 떠났었는데, 놀랍게도 검은색-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었다. 심판은 이 일이 일어나도록 해서는 안되게 했어야 했다.
축구 구단들의 마케팅 담당 직원들과 회계사들은 왜 유니폼 색깔이 그렇게 중요한지에 대한 로맨틱하고 엉뚱한 설명에 별 관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분명히 도르트문트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고 클럽의 임원들은 정확히 어떤 점이 도르트문트를 특별하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다른 팀들과 이야기를 많이 해왔다.
영국의 클럽들은 도르트문트가 경기 전에 하는 마케팅 몇가지와 SNS에 글을 올리는 것을 따라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이런 잡다한 것들보다 눈썰미가 좋은 클럽들은 BVB가 자신들의 색에 대한 간단명료한 접근을 주목할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 색깔은 클럽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