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햄튼전에서의 레스터의 패배는 선수들보다 전술이 축구 경기의 결과를 결정하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좋은 예시였다.
물론, 당신은 전술을 잘 소화할 수 있는 재능있고, 똑똑한 팀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신이 정한 전술은 경기를 이기거나 지게할 수 있다. 선수들이 보여주는 놀라운 기술처럼 말이다.
이런 상황은 사우스햄튼 원정에서 레스터가 미드필드진에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배치했을 때 벌어진 일이었다. 그들은 정말 경기력이 최악이었다. 나는 그들이 그 포메이션을 많이 연습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사우스햄튼은 레스터의 약점을 공략하는 방법을 빠르게 적용시켰고, 레스터가 하프타임 때 포메이션을 다시 바꾸기 전까지 2:0으로 리드했으며 경기력 역시 좋았다.
평소에 내가 프리미어 리그 경기들을 보긴 하지만, 이렇게 전술적인 효과가 눈에 띄게 나온 것은 흔치 않다.
경기 대부분, 두 팀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혹은 조직력이 좋았고 열심히 뛰었다. 결국, 전술이 경기의 승패를 가른 것이다.
지난 일요일, 사우스햄튼은 전술적으로 훨씬 더 뛰어났고 그 덕분에 경기를 승리했다.
"직접 뛰어보지 않고서는 마스터하기 어려운 포메이션"
나는 선수시절, 다이아몬드 포메이션에서 꾸준히 뛰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내가 리버풀에서 뛰었을 때 몇번 다이아몬드 포메이션을 썼고 꽤 좋은 결과를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히, 홈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할 때 몇 번 쓰곤 했었다. 왜냐하면 그들의 강점이 중앙 미드필드라고 생각했고, 계속해서 중앙을 공략할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 포메이션을 사용하면, 상대는 넓게 플레이할 수밖에 없고 크로스를 날리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원했던 플레이다.
또한, 우리가 더 높은 위치에서 상대를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왜냐하면 두 명의 스트라이커들은 다이아몬드 모양의 선수들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포메이션은 점유율의 대부분을 가져가고 경기를 많이 뛰어 본 팀들에게 알맞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중앙 미드필드에 네 명의 선수들이 있고 윙 쪽에는 선수들이 부족하지만 최소한 중앙에 한 명의 선수가 더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튼, 이론상으로는 이렇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레스터는 후방으로부터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고 남은 1명의 미드필더를 이용하여 공을 뺏어오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이 공을 뺏겼을 때 다이아몬드에 있는 선수들은 너무나도 자주 위치를 바꿨다. 왜냐하면 선수들조차 언제 중앙에서 공을 찾고, 언제 나가야하고, 언제 사이드쪽으로 전개해야하는지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수가 요구받는 가장 힘든 것들 중 하나"
이런 포메이션은 완벽히 숙달하기 어렵다. 특히 점유율을 뺏겼을 때 말이다.
난 포메이션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이 포메이션이 잘 작동했을 때 뛰어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포메이션보다 경기장을 잘 활용하는 것은 아니며 선수들은 평소보다 더 뛰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나는 선수시절 다이아몬드에서 사이드쪽을 담당하는 역할로 몇번 뛰어봤다. 그리고 이 역할은 선수가 요구받을 수 있는 가장 힘든 역할들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일단, 정말 많이 뛰어야한다. 때로는 중앙 미드필더로, 때로는 오른쪽 미드필더로 뛰어야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오른쪽 풀백이나 오른쪽 윙으로도 뛰어야 한다.
또한, 언제 나가서 공을 쫓아가야 할지, 언제 자리를 지켜야할지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일요일 경기에서 레스터의 대니 드링크워터는 그 타이밍을 잘 잡지 못했다.
우리는 대니가 정말 훌륭한 중앙 미드필더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 중 한명이었다.
그러나, 사우스햄튼을 상대로 그는 다이아몬드 중 오른쪽을 담당했고 그 위치에 익숙하지 않아 사우스햄튼의 왼쪽 풀백 라이언 버틀란드는 덕분에 전반전에 자기 마음대로 플레이했다.
사우스햄튼의 풀백 라이언 버틀란드 (왼쪽)와 세트리치 소아레스 (오른쪽) 모두 전반전에 자주 앞으로 나갔다
때때로 드링크우터는 사우스햄튼이 공격할 때 자신의 자리로의 복귀가 너무나도 늦었다. 왜냐하면 그의 활동범위는 너무 좁았고 제 때에 버틀란드를 막을 수 없었다. 혹은 너무 일찍 사이드로 빠져 선수들 사이의 간격이 넓어졌다.
중앙과 윙, 두 공간 사이에서 발목을 잡힌 레스터 선수는 드링크워터뿐만이 아니었다. 사우스햄튼은 이런 공간을 정말 잘 활용했다. 스위칭 플레이를 계속 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레스터의 풀백 두명 모두 오랫동안 고립되게 만들었고 이 덕분에 사우스햄튼은 계속해서 박스 안으로 많은 크로스를 올릴 수 있었다. 결국, 수많은 크로스 끝에 그들은 첫번째 골을 넣었다.
레스터는 다시 안정적인 포메이션을 찾아야 한다
나는 많은 레스터 선수들이 전반전에 서로에게 물어보고 누가 누구를 마킹해야 하고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화나있던 장면을 봤다.
그래서 라니에리가 그 후에 터치라인 앞쪽으로 나와 자신들이 경기를 시작했던 방식이 자신의 실수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 정당했다. 왜냐하면 그는 새로운 것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선수들 역시 항상 패배의 책임을 일정 부분 떠안고 간다. 왜냐하면 직접 경기를 뛰는 것은 그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겨우 며칠동안 새 포메이션을 훈련하고 사우스햄튼처럼 좋은 분위기의 팀을 상대로 경기를 뛰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도 과도한 욕다.
이 경기력을 작년과 비교해보자. 레스터는 지난 시즌 4-4-1-1 포메이션을 적용했을 때 모든 선수들이 편해보였다. 모두 자기 할일을 알았기 때문이다. 경기 내내 의견을 교환할 필요도 없었고 많은 방면에서 완벽한 포메이션이었다.
지금 상황은 다르다. 그들은 새로운 선수들을 몇명 영입했고 선수들은 조금씩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레스터는 지난 시즌 리그를 우승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자신들을 무너뜨리려는 다른 팀들을 마주해야만 한다.
이미 기대치는 올라가버렸고, 아마 지금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인 것 같지만, 레스터는 자신들이 잘하던 것을 그대로 끌어가는 대신 너무나도 많이 많은 것들을 바꿔버렸다.
이는 레스터만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클럽들이 더 발전하고 싶어하고 더 뛰어난 선수들로 스쿼드를 개선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팀이 더 나아진다면, 그들은 조금 더 점유율을 가져오려 하고 다른 방식으로 플레이하려고 한다.
하지만 지난 주 첼시를 상대로 3백으로 변환시켰음에도 패배했던 경기에도 전술변경은 먹히지 않았다.
그들이 빠르게 안정적인 포메이션을 구축할수록, 그들의 순위는 더욱더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포메이션을 빠른 시일 내에 또 볼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레스터의 미래는?
레스터는 1부 리그에서 22라운드 기준, 디펜딩 챔피언이 기록하고 있는 최악의 승점 기록과 동률을 이루고 있다. 이전 기록은 1962-63 시즌 입스위치가 세웠다.
때때로 경기를 졌다는 사실보다 경기를 어떻게 졌는지가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레스터의 선수들은 이번 주, 사우스햄튼 전의 영상을 다시 볼 것이고 후반전에서조차 그들이 경기에서 긍정적인 점을 발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리그 순위 또한 레스터에게 별로 좋아보이진 않는다. 그리고 그들의 원정 성적은 이번 시즌 내내 좋지 않다.
그들은 빨리 제 폼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들의 공격 능력이 레스터 아래에 있는 팀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승승장구하여 더 높은 순위에 위치할 수 있다고 본다.
레스터는 더 아래로 내려갈까? 당신은 세상에 불가능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그들이 강등당한다면, 나는 정말 충격받을 것 같다.
By Danny Murphy - Former Liverpool midfielder and MOTD pundit
출처 : B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