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본1이 끝났다. 예상치 못하게 종강이 늦어졌지만,, 정말정말 힘들었지만 하루하루 버티다보니 1년이 다 지나갔다. 본1 이야기는 이 시리즈에서 나중에 이야기하는걸로 ㅎㅎ
오늘은 수의대에 들어온 후 어떻게 예과생활을 보냈는지, 그리고 곧 들어올 수의대 새내기뿐만 아니라 수의대에 들어오고 싶은 수험생들을 위해 예과생활을 알차게 보내는 법을 말해주고자 한다.
사실, 예과 1학년 대면식 때, 선배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다 같이 하는 말이 있다.
예과 때 놀아~ 너네 예과 때 후회 없이 놀아야 본과 때 힘들어도 버티는거야.
정말 장난 안하고 99%의 선배들이 다 이런 말을 한다. 그리고 이 말은 사실이다. 본1 생활이 오늘 끝나서 그런지 몰라도, 지금 예과 1학년으로 돌아간다면, 더 재밌게 놀았을 것 같다. 그런데 사실 나는 그렇게 노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기가 빨리는 그런 사람이라 다시 예과로 돌아간다고 해도 내가 보냈던 지난 2년간의 예과 생활과는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
만약 자신이 정말 잘 놀 자신이 있다! 는 사람이라면, 예과 때 후회없이 놀자. 남자들의 경우 졸업 후 대체복무를 하기 위해 수의사관후보생에 지원하게 되는데, 17학번까지만 해도 수능 수학 영어 평균 백분위 (수시 합격자들은 정시로 들어온 자신의 동기들의 평균 백분위로 계산) 50% + 예과 학점 50%, 이렇게 전국적으로 순위를 매겼다. 15학번까지는 학번당 1명 정도, 즉 수의사관후보생은 웬만하면 지원하면 다 붙는 그런 분위기였지만, 왜인지 몰라도 16학번부터는 갑자기 우리 학교만 해도 11명이 떨어지고, 다른 학교들도 모두 남자들은 18명만 붙도록, 총 180명의 수의사관후보생들만 뽑도록 조금 가혹해졌다.
그런데, 이제 남자들은 예과 학점을 챙길 필요도 없다. 18학번부터 예과 학점은 전혀 안들어가고 본과 1학년, 2학년 평균 학점으로 수의사관후보생에 지원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남자든 여자든 예과 때는 F만 안받도록 정말 재밌게 놀자는 말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예과 2학년동안 정말 방학은 집에만 박혀있고, 가끔 친구좀 만나고 게임좀 하고 학기중에는 미팅도 하고, 소개팅도 하고, 애들이랑 술도 밤새 마시고 그랬다면 하루하루가 재밌었겠지만 본과 때 예과 생활을 돌아본다면 조금 후회했을 것 같다.
지난 이야기에도 말했지만, 나는 남들보다 2년 정도 늦게 새내기가 되었기 때문에 1분 1초를 알차게 보내고 싶어했다. 그래서 정말 다양한 대외활동과 봉사활동들을 했다.
내가 학교에 들어온 후 했던 여행, 대외활동, 봉사활동들.
이번 방학에도 다른 활동들을 할 계획이 이미 잡혀 있다.
위 사진은 내 블로그 소개글 (링크) 의 아래쪽을 보면 볼 수 있는 기록이다. 모두 내가 예과 2년동안 갔던 나라들, 봉사, 그리고 대외활동들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정말 소심한 학생이었다. 말 그대로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하는, 혼나는 거를 제일 무서워해서 공부만 했던 소위 모범생이었다. 내년에 25살이 되는 지금도 여전히 혼나는 것이 무섭지만, 그래도 지금은 혼나도 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도권에 있는 한 체대에 갔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라서 학교를 그만둔 적이 있었다. 그래도 나름 다른 과 친구들과 친했는데, 그 때 내가 잠깐 학교를 다니면서 느낀 것은 대학교에 들어오면 아무도 나를 챙겨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이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20살이면 성인이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 자신이 할 것을 챙겨야 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 매우 시키는 것만 하는 수동적인 사람이었고 집이든 학교든 항상 챙겨주는 사람이 있었기에 그런 현실을 깨닫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반수, 삼수를 거쳐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깨닫는 중이다. 예과 초반에는 20살의 나처럼 고등학생 티를 벗어나지 못했던 친구들이 보였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은 모두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예를 들어, 과제를 언제까지 내라고 교수님이 말씀하시면 자신이 누군가에게 언제까지냐고 물어보거나 적어도 수업을 들어서 핸드폰이나 어디에 적어두지 않는 이상 다른 누군가가 먼저 "이거 언제까지 내야하는데 잊지 마!" 라고 하는 것은 거의 없다. 친한 동기들끼리도 그냥 "그거 과제 했어?" 이렇게 서로 물어보는거지, "이거이거 해! 저거저거 해!" 이렇게 남 챙겨주는 사람이 거의 없다. 왜냐고? 본과에 올라가면 더욱더 자기만 챙기기도 바빠지기 때문이다. 장학금도 그렇고, 학교 학사공지는 하루에 한번씩 꼭 확인해보자.
이쯤에서 잠깐 숨좀 돌리고 가야겠다.
수의대 예과생활 팁 첫번째 : 자기 할 일은 알아서! 아무도 당신을 챙겨주지 않는다.
첫번째 팁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거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살아가는 거고, '어차피 인생은 독고다이'라는 말처럼 인생은 남이 살아주는게 아니라 자기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남이 떠먹여주길 기대하지 말자.
아까도 말했지만, 예과 때 놀고 싶은 사람은 놀면 된다. 적당히 유급당하지 않을 정도로만. 그리고 반수하고 싶으면 반수하면 된다. 특히 수의대 예과는 반수하기 딱 좋은 시기다. 너무 널널해서 내가 과연 수의대생인지, 자연대생인지 헷갈릴 정도다. 예과 1학년 때는 교양만 주구장창 듣기 때문에 더욱더 그런 느낌이 들기 때문에 항상 새내기들이 들어오면 반수하는 친구들이 10%정도 있다. 자기가 조금 다녀봤는데 아니다 싶으면 바로 반수를 준비하도록 하자. 특히 수능 때 미끄러진 친구들이라면, 수의대를 벗어날 확률이 더 높다. 그러나, 반수를 실패했을 때 학교를 남들보다 1년 더 늦게 졸업해야 한다는 점은 감안하고 반수를 하자.
하지만, 나는 잘 노는 성격도 아니기 때문에 눈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 대외활동과 봉사활동을 많이 하면서 최대한 수의대가 아닌 다른 과 사람을 만나보자는게 내 목표였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인연들을 지금도 연락하면서 지내고 있다. 내가 왜 이렇게 생각했냐면, 어차피 본과에 올라가면 '수의고등학교'라고 부르는 것처럼 자리도 한달에 한번씩 바꾸고 정해져 있는 강의실에서 1년 내내 교수님들만 바뀌고 수업을 듣는다. 또한, 학년이 올라갈수록 실습도 나가기 때문에 만날 사람들은 다 수의학계 내의 사람들이다. 오히려 이 때 수의대가 아닌 사람들을 만나면 손해일지도 모른다. 나는 꼭 소동물임상수의사가 될거야! 라고 진로를 확고히 정하고 절대 어떤 일이 있어도 바꾸지 않을 사람이 아닌 이상, 자신의 진로를 정하기 위해 실습을 나가기도 바쁜 와중에 전혀 상관없는 대외활동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방학이 너무나도 아깝다고 생각한다.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내 생각을 공식처럼 받아들이지 말자.)
그렇게 예과 생활동안 많은 대외활동과 봉사활동들을 하면서 내 자신이 정말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했던 내가 이제는 먼저 말을 걸면서 친해지려고 한다. 무엇보다 처음 만난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등에 대해 알아가는게 참 재밌어서 요즘도 혼자서 여행을 하거나 대외활동을 하거나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다. 난 이게 나중에 임상수의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졸업하고 무슨 일을 하든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소동물 임상 수의사는 고객들을 대하는 법을, 다른 분야의 수의사들도 어차피 최소한 직장동료들은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을 대하는 법을 몸소 배우며 자기만의 사람 대하는 원칙을 만드는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공부만 주구장창 하다가 대학에 들어온 수의대생들에게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수의대 예과생활 꿀팁 두번째 : 수의대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대외활동과 봉사활동을 최소한 하나씩은 해보자.
그러면 어떻게 대외활동과 봉사활동을 찾냐고? 이거는 또 다음 이야기에 쓰도록 하겠다. 대외활동같은 경우 내 동기들뿐만 아니라 선후배들이 많이 모르는 정보이기 때문에 충분히 생각을 해보고 써야겠다.
항상 말하는 말이지만, 인생에 정해진 답은 없다. 나는 그저 수의대에 들어온 여러분들이 나중에 예과 생활을 되돌아보면 술만 마시고 공부만 주구장창 하고 이런 것보다는 추억을 많이 만들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며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됐다.
나는 수의대가 굳이 6년일 필요가 있나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예과가 너무 붕 떠있다고 해야하나, 전혀 쓸모없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나중에 영향력 있는 수의사가 된다면, 수의대의 커리큘럼을 미국식으로, 졸업하자마자 실전에 투입될 수 있는 수의사가 되도록 바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