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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대 대학원 생활 2. 대학원 선택까지의 고민 (자대와 타대, 네임밸류와 지도교수 등) — Shepherd Tizona
수의대 대학원 생활 2. 대학원 선택까지의 고민 (자대와 타대, 네임밸류와 지도교수 등)
수의대 대학원 생활 1. 졸업하자마자 대학원에 진학한 이유들어가며수의사가 된 지 3년, 그리고 동시에 대학원생 생활 3년째. 석박통합과정으로 들어온 나는 어느새 연차만 보면 박사과정에 들
tizona.tistory.com
앞서 대학원을 선택함에 있어서 내가 고민했던 것들에 대해 언급했다. 학위의 학교가 우선인지, 아니면 지도교수가 우선인지는 본인이 어떤 것을 중요시하는지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 골자다. 내가 여기에 쓰는 것들은 모두 여러분들보다 대학원에 먼저 들어간 선배로서 하는 조언일 뿐, 모든 선택은 결국 본인이 하게 되어있다.
이제 어디에 지원할지 대학원을 대략적으로 후보를 몇 개 정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컨택하고 입학하는지 알려주고자 한다. 사실 오늘 쓸 양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기 때문에 가볍게 읽으면 될 것 같다.
1.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이유
대학원 지원에 앞서 요즘 다들 대학원이 필수인 것처럼 대학원 진학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고 인턴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뭐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간단하게 왜 대학원에 다들 100% 진학하지 않는지 알아보겠다.
일단, '왜 대학원에 진학하는가?' 를 생각해 보자.
1) 임상: 특정 임상 분야의 전문가(전문의)로 성장하고 싶은 경우 → 석사 후 로컬에 가면 보통 과장으로 일한다
2) 비임상(1): 연구자가 되고 싶은 경우 → 연구직 공무원이나 학계에 남을 수 있다
3) 비임상(2): 제약회사 등 취업을 위한 학위가 필요할 수 있다 (연구직 한정, 영업 직무는 학사로도 충분하다)
보통 이런 이유로 대학원을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다 장단점이 있는 법.
장점으로는, 학교의 경우 카이스트나 기타 -ist로 끝나는 연구중심대학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연구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비임상의 경우 지도교수님이 다오는 과제의 규모에 따라 실험장비 등이 천차만별이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연구를 할 수 있다. 임상의 경우 평소 로컬에서 볼 수 없는 어려운 케이스들을 접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본인의 술기를 더 키울 수 있다. 임상, 비임상 모두 어떻게 실험을 설계하고 실험을 진행하고, 이러한 결과들을 어떻게 잘 포장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논문을 쓸 수 있는지는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다. 또한, 임상의 경우 나중에 로컬로 가게 될 때 공동개원할 수 있는 인맥을 얻을 수도 있고 본인이 대학원 생활을 잘했다면 취업에 있어 레퍼런스 체크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석사의 경우 최소 2년(비임상은 2년 안에 졸업시켜 주는 경우가 많지만, 임상의 경우 진료를 봐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교가 2년 반이고 일부 학교/전공은 3년인 경우도 있다)이 걸리고 박사는 최소 3년 이상(교수님의 의지, 본인의 노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이 걸린다는 긴 학업 기간이 단점이다. 연구에 대한 스트레스도 당연하다. 실험이라는 게 본인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임상이든 비임상이든 처음에 연구를 하기 위한 기초 지식을 얻는 과정에서 매우 피를 깎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
아무래도 가장 큰 단점으로는 경제적 부담을 꼽을 수 있다. 비임상의 경우 보통 지도교수님의 과제로 인건비가 어느 정도 지급이 되고 학부에 비해 비싼 등록금도 지원이 되기 때문에 이러한 경제적 부담은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임상이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임상 교수님들의 경우 정부에서 과제를 따오기 어렵다. 요즘 나오는 과제 공고들을 보면 반려동물의 신규 치료제라든지 이런 것들인데 전국에 반려동물 임상 교수님들이 많기도 하고 세부 전공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 바운더리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비임상 교수님들에 비해 과제를 따오기가 어렵다. 돈을 주는 정부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정부, 특히 수의사의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모든 국민이 키우는 게 아닌 반려동물보다 대부분의 국민의 먹거리와 연결되어 있는 대동물과 같은 가축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이 국가에 이득이다. 거기에 임상 대학원의 경우 워낙 인기가 많아서 과제가 있어도 다 나누면 얼마 되지 않는다.
서울대의 경우 전임수의사? (정확하지 않다)를 통해 그래도 어느 정도 월급 약 200만 원 정도로 지원해 준다고 들었다. 그러나 이는 대학 동물병원 중 압도적인 매출을 자랑하는 서울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새로 동물병원을 또 짓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내부적으로도 필요한 약품이라든지 장비라든지 이런 게 잘 수급이 안될 정도로 재정이 여유롭지 않다고 들었다. 서울대가 이 정도면 다른 학교들은 더 심할 것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 매년 적자인 것으로 알고 있고 이는 다른 지방대들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본다. 거기에 등록금은 일반적으로 학부에 비해 비싸다(대학원 등록금은 매년 조금씩 오르는데, 학교 입장에서는 수천 명, 수만 명의 학부생들의 등록금을 올리는 것보다 자발적으로 들어온 대학원 등록금을 상대적으로 쉽게 올릴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사립인 건국대, 그리고 국립대지만 법인인 서울대는 매년 천만 원에 가까운 등록금을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거기에 식비, 생활비 등등.. 임상 대학원생들은 나중에 로컬 혹은 개원 후의 수익을 위해 이에 들이는 시간과 돈을 일종의 기회비용으로 투자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2. 지도 교수(Advisor) 컨택(Contact) 방법
(1) 컨택할 교수 선정하기
이제 대학원에 어떻게 컨택하는지 알아보자. 이쯤 됐으면 다들 관심 있는 실험실, 교수님 정도는 다 정했을 것 같다. 어떤 사람은 '난 여기 아니면 안 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플랜 A가 안되면 플랜 B, C를 세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플랜 B까지는 세워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요즘 대학원 인기가 너무 많아지다 보니 자교 대학원이라도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물론, 어느 대학원을 가든 본인의 평판을 그쪽에서는 가장 먼저 물어본다. 왜냐하면 적어도 몇 년은 같이 일하기 때문에 중요하고 이는 동물병원에 취업할 때도 흔하다. 그러니 학교 생활을 하면서 큰 적을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일단 임상의 경우 타대로 가고자 할 때 무조건 실습을 한 번은 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습을 어떻게 신청하는지는 지난 글에서 언급했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1) 공고가 올라오면 공고에 따라 지원, 2) 공고가 따로 없으면 교수님께 메일, 3) 아는 사람이 있으면 대학원생 통해서 하는게 best(예를 들어 충남대 외과의 경우 워낙 실습 지원자가 많아 매년 학부생 실습 담당하는 대학원생이 있다) 이렇게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실습을 하면 자연스럽게 교수님을 볼 수 있고(사실 그렇게 교수님을 직접 볼 기회는 많지 않다) 이는 대학원 지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렇게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자대 대학원의 경우 그냥 교수님께 메일 드리거나 아니면 수업을 듣는다면 수업 후 상담 요청하면 웬만한 교수님들은 학부생들의 상담을 받아주시기 때문에 그때 이야기하면 된다.
비임상의 경우 사실 구글에 '대학원 컨택' 검색하면 너무나도 좋은 글들이 나오기 때문에 그걸 참고하면 된다. 일단, 여기에서는 컨택할 교수를 찾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이 관심 있는 연구 분야가 무엇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나의 경우 이왕 연구를 하는거 많은 사람들에게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내 포트폴리오 홈페이지에도 있지만 사람을 살리는 수의사가 되고 싶었다. 어떻게 살리지? 역학을 전공해서 가축의 전염병 피해를 줄여 먹거리가 부족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 아냐 전염병은 재미없어.. → 의사들은 수술이나 진료로 사람 살리잖아 → 장기이식? 그럼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장기를 수의사가 만들 수 있나? → 오 산과에서 이런 걸 하네? → 개발도상국에서는 소동물보다 대동물에 대한 수요가 많을 거니까 딱이네! / 이런 의식의 흐름으로 산과를 정했다. 만약 나처럼 전 세계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할 거야! 마음을 먹었다면 아래에 있는 UN에서 정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에 본인이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정해서 그쪽으로 하면 된다. 예를 들어, 나는 해양동물에 관심이 있으면 SDGs 14번 해양 생태계 보호에 맞춰 연구 방향을 정할 수 있다.
https://www.undp.org/ko/policy-centre/seoul/sustainable-development-goals
지속가능발전목표
Goal 16 Peace, justice and strong institutions We cannot hope for sustainable development without peace, stability, human rights and effective governance, based on the rule of law. Yet our world is increasingly divided. Some regions enjoy peace, security a
www.undp.org
그런데 이것도 어떻게 보면 끼워맞추려면 끼워 맞출 수 있다. 그래서 학교를 다니다 보면 실험실 실습이나 아니면 수업을 듣다가 본인이 딱 꽂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에 친한 후배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 후배는 강남의 모 병원에서 실습을 하고 왔다고 했다. 외과 1주, 내과 1주를 했는데 어느 때보다 정형수술을 들어갈 때 가슴이 뛴다고 했다. 이럴 경우 자연스럽게 정형외과 쪽으로 대학원 진학을 결정할 것이다. 비임상의 경우에도 실험실 실습을 방학 때 했는데, 생각보다 재밌네? 하다 보니 어느새 대학원에 진학한 자신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관심 있는 분야를 정했다면, 그 다음으로는 어떤 지도교수님 밑으로 들어가야 할지 찾아야 한다. 임상의 경우 이게 어려운 편은 아니다. 학교 생활을 그래도 조금이라도 하면서 선배들이랑 이야기하다 보면 외과는 어디가 유명하고, 내과는 어디가 유명하고, 영상은 어디가 유명하고 이런 소식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본인이 다니는 학교가 어딜 가든 다 평균 이상이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다들 타대를 알아보는 것이다. 케이스 수라든지 대학원을 다니면서 본인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 등등.. 타대 진학 시 실습의 중요성은 충분히 강조했고, 실습을 하면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학교가 교수님들이 연륜이 있으신 분 1명, 상대적으로 젊으신 분 1명 이렇게 최소 2명인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후자 교수님께 배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본인이 자주 마주칠 교수님의 성향도 알아보거나 실제로 일하고 있는 대학원생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 학생일 때와 대학원생일 때 교수님은 생각보다 다르다. 그러니 기회가 되면 대학원 생활은 전체적으로 어떤지 실습 때 꼭 물어보자!
비임상의 경우 임상보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진다. 분야를 정했더라도 연구 분야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산과의 경우 난자 쪽인지 정자 쪽인지도 다르고 소를 중심으로 하는지, 돼지를 중심으로 하는지, 아니면 개를 중심으로 하는지도 다 다르다. 특히 본인의 연구주제는 지도교수님의 연구주제를 따라갈 확률이 매우 높다. 왜냐하면 지도교수의 입장에서는 본인이 잘 아는 분야에 대해 조언을 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분야는 학생 본인이 공부를 해서 교수님을 가르쳐야 하는데 이는 갓 입학한 대학원생에게는 매우 힘들 수 있다. 그러므로 연구실에 들어가기 전, 연구실 홈페이지가 있다면 최근에 연구실에서 나온 논문들을 정리하는 곳이 있으니 초록(Abstract)들만 읽어보면 어떤 분야인지 대략적으로 감이 올 것이다. 참고로 논문은 그냥 구글에서 검색하는 것보다 구글 스칼라(Google scholar)에서 검색하는 것이 더 좋은데, 이는 나중에 한번에 정리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비임상 역시 한 번쯤 실습을 해야 그 연구실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아무리 실적들이 좋아도 분위기가 본인이랑 맞지 않는다면 대학원을 다닐 동안 매우 힘들 것이다.
(2) 컨택 이메일 작성법
- 이메일 제목: "석/박사 과정 연구실 지원 문의드립니다."
- 본문 구성
- 자기소개: 이름, 현재 소속, 학위(예: DVM), 관심 연구 분야
- 지원 동기: 해당 연구실을 지원하는 이유, 연구실과 관련된 경험
- 질문 제시: 현재 연구실에서 학생을 모집하는지, 연구 방향에 대한 문의
- 이력서 첨부: 간단한 CV 또는 연구 경험 정리
- 이메일 예시 제공

이렇게 본인이 가고자 하는 지도교수를 정했다면, 이제 컨택을 해야 한다. 컨택 시기는 연구실마다 다르다. 타대의 경우 자대보다 조금 더 일찍 해야 할 수 있는데, 실습할 것을 생각하면 본인이 입학하고자 하는 시기보다 최소 6개월 이전에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1년 전에 하는 것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2026년 2월에 졸업할 예정이라면 지금 글을 쓰는 시기인 2025년 3월에 교수님께 컨택해야 여름에 실습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에 만난 한 후배의 인기가 매우 많은 타대 실습 일정 잡는 것을 내가 도와준 적이 있는데 그 친구는 3월 초에 실습 담당 대학원생에게 연락해서 1학기 종강 후 6월 말부터 2주간 실습 예정이라고 한다. 그 친구는 아직 본 3이긴 하지만, 본 3부터 본인이 가고자 하는 대학원들을 컨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요즘같이 대학원 인기가 많을 때, 특히나 인기가 더 많은 실험실에 가고자 한다면 실습만 2번 해서 제대로 눈도장을 받는 것도 좋고, 본인이 생각한 것과 다르다면 다른 대학원에 컨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학부생 때 방학을 잘 사용해 보자.
방금은 임상의 이야기고, 비임상은 상대적으로 널널하다. 물론, 수의대 실험실 한정이다. 일반적으로 인기가 많은 SKP(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실험실들, 그중에서도 교수님 인성, 경제적 지원, 연구실 분위기 등이 종합적으로 좋은 A급 실험실들은 일반 바이오 전공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기 때문에 비슷하게 일찍 컨택해야 한다. 그리고 수의대생이라는 점이 어느 정도 가산점은 되겠지만, 당락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이 역시 내가 여기저기 커뮤니티를 돌아보면서 얻은 결론이고, 정작 나는 자대 실험실로 진학했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을 권장한다.
그래서 이렇게 진학하고자 하는 실험실을 정했으면, 대학원을 컨택해야 하는데 사실 별거 없다. 교수님들의 이메일로 1) 대학원에 관심 있다, 2) 관심 있는 이유는 ~다 (본인이 얼마나 잘 풀어내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3) 그래서 교수님을 한번 뵙고 싶다, 큰 흐름만 보면 이게 다다. 사실 학부생이 아무리 그 주제에 관심 있어도 대학원생만큼 알지 못한다. 시간적으로 연구에 투자하는 시간 자체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런저런 사족을 붙이는 것보다 담백하게 교수님을 한번 찾아뵙고 싶다는 메일이 제일 나을 수도 있다. 교수님들의 이메일은 하루에 수십통씩 메일이 온다. 교수님들마다 다르겠지만, 본인이 진학하고자 하는 열정을 보여줘야 남들보다 더 눈에 띄는 이메일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이메일 1이 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전자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대학원생들을 만나보니 그렇지 않은 교수님들도 일부 계셨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확답을 내릴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러니 어느 정도 고민해 보고 적당히 이메일을 써보자. 어차피 교수님은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본인을 판단하게 된다.
(3) 교수와의 첫 미팅
그렇게 고대하던 교수님과의 만남 날짜가 잡혔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긴장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학교를 다니면서 학교마다 이름이 다르겠지만 '평생지도교수' 제도가 다 있을 것이다. 그거랑 비슷하게 마음 편하게 교수님과 이야기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교수님들은 인기 있는 실험실의 경우 수많은 학부생들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너무 인기가 많은 경우에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교수님이 아니라 실습 담당 대학원생들을 만나고 실습 후에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 교수님이 대학원생들에게 물어본다. "너네가 생각하기에 누가 제일 괜찮은 것 같니?" 그때 누가 대학원에 들어갈지가 결정 난다.
교수님들은 얼마나 지원자가 이 분야에 관심이 있고 열정이 있는지를 중점으로 볼 것이다. 그다음으로 현재 연구실의 기존 인원들과 얼마나 어울리는지를 볼 것이다. 사실 이는 대학원뿐만 아니라 회사도 마찬가지다. 지원자의 능력과 사회성을 볼 수밖에 없다. 사실 실습을 2주~1달만 해서는 그 지원자가 어떤지 판단할 수 없다. 오히려 물 흐르듯이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낸다면 좋다. 그러나 어딘가 안 맞는 부분이 있는 사람은 눈에 띈다. 모든 사람이 다 성격이 좋을 수 없다. 자기는 나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학부생 때 자기를 별로 안 좋게 봤던 선배가 하필이면 그 실험실에 있으면 대학원에 들어갈 수도 없고, 또 위에 이상한 선배가 있으면 들어갈 확률이 낮아지고.. 어떻게 보면 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건 별개의 이야기지만, 언제든 인간관계가 가장 어려운 것 같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인기가 많은 실험실은 교수님을 보는 시간이 짧을 것이다. 교수님도 워낙 바쁘시고 그만큼 찾아오는 학생들도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기가 없는 실험실은 교수님과 생각보다 만날 시간이 많다. 일례로, 내가 처음 우리 실험실에 실습하러 왔을 때, 교수님께서는 소고기부터 시작해서 정말 많은 것들을 사주시고 나를 여기저기 데려가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교수님께서 정말 나를 원하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분야는 수의대 출신이 정말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교수님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찾아뵐 정도면 어느 정도 대학원 진학에 마음이 있을 것이다.
이때, 가장 좋은 것은 경제적 지원이나 기타 이런 것들을 물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학원에 다니면서 등록금이 지원이 되는지, 월급이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 되는지 물어보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 역시 교수님마다 다른 것이, 교수님께서는 학생의 경제적 상황을 어느 정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연구과제를 따와야 지원을 해줄 수 있는데 만약 그게 힘들다면 교수님 입장에서는 챙겨주고 싶어도 못 챙겨주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 연구실에 컨택할 때 다짜고짜 물어보는 것보다 실습 첫날부터가 아니라 실습을 어느 정도하고 진짜 여기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 대학원생들에게 이런 정보들을 물어보는 것이 좋다. 실제로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았던 이유 중에 하나가 돈을 벌어야 했던 친구들도 몇 명 봤기 때문에 이 역시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특히 서울대나 건국대 같은 경우에는 대학원 등록금이 한 학기에 거의 1000만 원에 가깝기 때문에, 석사만 한다고 해도 중고차 한 대 값이고 통합이나 박사까지 한다면 그만큼 부담이 더 커진다 (물론 교수님께서는 오래 남아있는 학생들에게 먼저 지원해주려고 한다). 그러니 부모님께서 든든하게 끝까지 지원해 주신다고 하지 않는 이상 필요할 경우 솔직하게 물어보자.
3. 대학원 지원 절차
(1) 지원 시기 및 필요 서류
- 지원 시기: 보통 전기(3
5월) / 후기(911월) 모집 - 필요 서류
- 자기소개서 (연구 경험 및 지원 동기 포함)
- 학업 계획서
- 추천서 (대학 교수 또는 연구 지도 교수)
- 성적 증명서, 학위 증명서
- 영어 성적 (TOEFL, IELTS 등)
이렇게 어느 대학원에 갈지도 정해졌고, 이제 지원만 하면 된다. 대학원의 경우 입학이 크게 전기(3월 시작)와 후기(9월 시작)로 나뉜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대학원 역시 전기에 뽑는 인원이 후기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대부분 전기에 입학한다.

우리가 예전에 학부생 때 대학교에 지원하면 입학처에 들어갔던 것처럼 대학원 역시 입학처 공지사항을 참고하면 된다. 학교마다 조금씩 일정이 다르긴 하지만, 그다음 해 전기의 경우 보통 10월부터 접수가 시작된다. 그러니 사실상 늦어도 여름에는 이미 그 다음 해에 들어올 인원이 정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 가지 문제는, 실습도 열심히 하고 대학원생 선생님들이랑 관계도 나쁘지 않았는데 TO가 부족해서 입학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는 2025년 전기 서울대 대학원 수의학과 TO인데 첫 번째는 기초, 두 번째는 예방, 세 번째가 임상, 네 번째가 평창캠퍼스 인원일 것이다. 차례대로 석사, 석박통합, 박사 순이다. 나도 서울대에 다니고 있지는 않아서 정확한 내부 분위기를 잘 모르지만, 인원만 봐도 기초와 예방은 통합 위주로, 임상은 석사가 대부분이다. 거기에 박사는 TO가 거의 안 나오기 때문에 그래서 웬만하면 석박통합으로 지원하는 것 같고 교수님들도 그걸 선호하시는 것 같다.
그런데 인원을 보면 알겠지만 생각보다 뽑는 인원이 많지 않다. 분과가 워낙 잘 되어 있는 서울대 특성상 인원이 엄청 많은 메이저 전공이 아니라면 매년 한 명씩만 뽑을 것 같다. 그 말은, 나 말고 다른 사람들 모두 '한 개의 TO'를 가지고 다 경쟁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위에서 대학원에 떨어질 수도 있으니 플랜 B를 생각하라고 한 이유다. 실제로 아는 지인이 실습도 열심히 하고 교수님, 대학원생들과의 라포도 어느 정도 형성이 됐으나 딱 한 명만 뽑아서 떨어지고 1년을 밖에서 인턴하고 그다음 해에 들어갔다. 같이 지원해서 붙은 친구도 지인인데, 그 친구는 정말 지도교수님이 가는 곳, 학회, 봉사 가릴 것 없이 어디든 가서 눈도장을 찍었다고 한다. 그걸 듣고 인기 있는 곳에 가려면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어느 정도 본인이 갈 곳이 정해졌으면, 이제 서류 작업들만 남았다. 대부분의 대학원에서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를 요구하고, 거기에 서울대는 300점 이상의 텝스 점수를 요구한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학교는 컨택이 완료되고 교수님께서 컨펌해 주신 실험실의 경우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는 막 공을 들여 쓸 필요는 없다. 말 그대로 형식적인 것들이라 적당히 쓰면 되긴 하는데, 대신 몇 줄만 쓰면 면접 보시는 교수님들이 다 수업을 들었던 교수님들이라 그 교수님들 앞에서 되게 민망해진다. 그러니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자.

사실 자기소개서야 그냥 쓰면 되긴 하는데 대부분 수학계획서에서 많이들 어려워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수학계획서는 본인이 지원하고자 하는 과에 얼마나 관심과 열정이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 이미지는 내가 제출했던 수학계획서인데 아마 '1페이지 내로 작성하시오' 때문에 저렇게 간단하게 썼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어차피 자교라 형식적인 것이기 때문에 간단하게 썼을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서울대에 지원한다면 어떻게 썼을까? 를 고민하면서 간단하게 써봤다. 석박통합을 지원한다면 보통 4~5년, 남자의 경우 전문연구요원까지 포함한다면 6년 정도 하기 때문에 각 연차마다 본인이 전공자로 어떻게 성장할 건지를 체계적으로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최종 목표가 학교에 남아서 후학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기 때문에 학위 이수 후 계획을 작성하는 데 있어 정석루트인 포스닥(박사 후연구원) - 임용을 썼으나 임상의 경우 조금 뻔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동물병원 과장 - 개원을 통해 지역의 동물의료 기반을 마련한다든가, 아니면 최근에 농식품부에서 전문의를 2027년부터 배출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거기에 맞춰 전문의가 된다든가 그런 느낌으로 쓰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는 본인의 열정을 얼마나 잘 포장하는지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예전에 학부생 때 이야기를 썼을 때 대외활동이나 이런 것들을 많이 하라고 했던 이유가 많이 하면 할수록 이런 때에 쓸 경험들이 많기 때문이다. 임상의 경우 교내 동물복지 동아리라든지, 임상 학술 동아리라든지, 학회 서포터스라든지, 유명 동물병원 실습이라든지,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원 실습이라든지, 생각나는 대로 써봐도 이 정도인데 이것들도 잘 풀어낸다면 다른 지원자와의 차별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웬만하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원의 합격자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이 좋고 자기가 읽었을 때는 괜찮은데 다른 사람이 읽었을 때는 수정해야 할 부분이 나타날 수도 있어서 혹시나 보여줄 사람이 없다면 여기 댓글로 남겨주거나 elijahlee.vet@gmail.com으로 보내주면 피드백을 해드리겠다.
(2) 면접 준비
면접의 경우 그렇게 많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석사와 박사(통합)를 따로 봤고 교수님은 총 3분이 앉아계셨는데 1) 왜 대학원에 진학했는지, 2) 왜 석사가 아니라 박사(통합)에 지원했는지, 3) 학위 받고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이렇게 질문을 하나씩 하셨다. 다른 학교는 다르겠지만 전체적인 틀은 비슷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2번이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이었는데 그래도 충분히 답변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일단 나는 전문연구요원이라는 대체복무를 하기 위해 나이 상 통합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이 전공을 해야겠다는 확신이 있었고 어떤 전공을 하든 박사까지 할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환경에서 연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연구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있었다. 아마 이렇게 답변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비슷하게 답변하면 되지 않을까? 이런 면접 전에 어느 인기 있는 실험실은 대학원생들과의 면접도 있다고 들었다. 사실상 그 면접을 통해 합격자를 선별하고, 그 합격자들이 이렇게 과에서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면접에 지원하게 된다.
내가 대학원에 지원했을 때, 웃픈 상황이 있었다. 나보다 나이 많은 형이 단순히 외과에 가고 싶어서 대학원생들도 만나고 그랬는데 사실 그렇게 학교에서 평이 좋고 그런 편은 아니었어서 교수님께서 자리가 없다고 거절하신 적이 있다. 이럴 경우 대부분 포기하고 인턴 자리를 알아본다든가 아니면 그 형도 미필이었기 때문에 군대부터 해결한다든가 이러는데 본인의 의지를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는지 대학원에 지원하고 면접까지 보게 됐다. 면접을 기다리면서 어느 지도교수님 밑으로 들어갈지 조교님이 돌아다니면서 물어보는데 그 형은 누구를 고를지 말을 못 하는 것을 봤다. 게다가 면접에는 본인의 지원을 거절한 교수님이 앉아계셨다. 당연하게도 떨어졌다. 세상에는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일들도 있다. 이 경우에는 후자가 아닐까 싶다.
마치며
이렇게 오랜만에 대학원 이야기를 썼다. 거의 2주에 걸쳐서 출근하기 전에 조금씩 조금씩 썼는데 그만큼 내용이 많이 길어졌다. 이 글들에 관심 있는 분들은 대부분 본과 4학년 학생들이거나 아니면 로컬에서 일하다가 대학원 진학에 관심 있는 분들일 것이다. 대학원 입학은 어떻게 보면 운이다. 본인이 정말 실습 때 열심히 했고 그랬어도 타대의 경우 그 학교 출신을 우선해서 뽑는 경우도 있고 학부생 때 사이가 껄끄러웠던 선배가 있었을 수도 있고, 이런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들이 있어서 대학원에 진학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비임상의 경우 임상에 비해 대학원에 가기 그나마 수월하기 때문에 본인이 정말 무엇을 하면서 평생 밥 벌어먹고 살건지를 위주로 고민하면 될 것 같다. 임상은 요즘에는 대학원 진학이 거의 필수가 되어버렸지만, 단순히 학위만 있다고 원장님들이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본인이 대학원에 진학해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또 원장님들이 높은 연봉을 줄만한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농식품부에서 전문의를 도입한다고 했기 때문에 대학원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이미 내과나 안과학회에서 자체적으로 인정하는 인증의는 거의 박사급 실력을 요구하던데 이때 결국 대학원을 진학할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다만, 사람의 경우 외과전문의는 외과만 하고 그러는데 수의사들은 나중에 개원해서도 예를 들어 내과 전문의가 중성화를 안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 당분간 과도기가 몇 년 정도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여러 과정을 거쳐 대학원에 입학하게 되면, 고생길 시작이다. 내 대학원 생활들을 되돌아보며 내가 1년 차 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에 대해서 다음에 서술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