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탱고 폭스트롯 (Whiskey Tango Foxtrot) 리뷰
보통 영화 제목을 볼 때 제목을 그러려니 하는 경우가 많다. 그냥 이런 내용인갑다 예상만 하지, 딱히 큰 의미는 두지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영화 제목을 참 재밌게 만들었다. 코미디 장르인만큼 풍자가 가득 들어간 제목이었다.
이 영화의 제목은 Whiskey Tango Foxtrot 이다. 세 단어 모두 군대에서 쓰는 용어이다. 예를 들어 A는 Alpha, B는 Beta 처럼 하나의 알파벳을 다른 단어로 풀어서 말하는 장면은 수많은 군대 영화와 드라마에서 많이 봤다. 위스키 탱고 폭스트롯 역시 그런 단어와 동일한 원리로 만들었다.
이 세 단어의 앞글자만 따면? WTF 외국인들이 흔히 "이게 뭐야?" 를 극단적으로 표현했을 때 쓰는 용어인 What The Fuck!! 과 똑같은 줄임말이다. 여기에서 나는 이 영화가 코미디라는 걸 다시금 느꼈다.
네이버 평점을 보면 전체적으로 매우 좋은 평을 받았다. 나는 그냥 무난한 코미디 영화였다. 코미디 영화라고 해서 무작정 억지로 웃기려는 B급 영화가 아니라 적절히 유머를 섞은 영화였다. 물론, 비속어는 기본. "니 귀에 X을 박아버린다!" 라는 건 약하고 수위 높은 발언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청소년불가관람영화를 액기스(?!)만 보지 않고 전체적으로 본 영화는 거의 없었는데 이걸 보니 미국의 청불 영화는 이정도구나 라는 걸 느꼈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환경이 부럽기도 했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인상깊었던 점은 세가지. '종군기자의 생활' , '잊혀진 아프가니스탄의 재조명' , '기자들의 히트기사에 대한 압박감'이었다. 이 세가지에 대해 간략하게 말해보고자 한다.
1. 종군기자의 생활
예전에 종군기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잠깐 본 적이 있다. 그 때 기억에 남은 장면은 교전상황에서도 헬멧을 쓰고 카메라로 촬영하는 장면이었는데 이 영화에서도 이런 장면이 나온다. 총알을 맞아 죽거나 다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군인들이 차 안에 있으라고 할 때도 다 무시하고 카메라를 들고 교전장면을 찍는다. 이런 노력은 좋은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이런 장면도 있지만 코미디 영화라서 그런지 휴가시간에 사창가로 가는 장면도 나왔다. 역시 청불영화구나 라는 걸 느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점이 더 다가왔다. 의외로 그런 장면은 이 영화에서 자주 나오지 않았다. 나오더라도 막 에로영화 급은 아니었다. 한국의 청불 영화는 그런 걸 강조하는 경향이 없지 않은데, 이 영화는 코미디지만 애초에 다른 의도로 감독이 영화를 촬영한 것 같다.
2. 잊혀진 아프가니스탄의 재조명
바로 이것이 감독이 의도한 것이 아닐까 싶다. 9.11 테러가 일어난 이후 미국은 자국에서 일어난 비행기 테러의 근원을 없애버리기 위해 어느 때보다 대테러정책에 대한 지원이 전폭적으로 변한다. 그들은 중동의 수많은 나라 특히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을 중심으로 공습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빈라덴이라는 원수를 죽이기까지 했지만 '대량살상무기 제거'라는 근거 없는 이유로 공격한다는 비난을 전세계로부터 많이 받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안보의 이슈는 중동이기는 하지만 그 중심이 다른 곳으로 잠시 옮겨갔다. 바로 시리아나 리비아같은 곳이다. 왜냐고? IS의 중심지가 그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아프가니스탄은 예전에 비해 조명을 받지 못했다. 감독은 이 점을 풍자한 것 같다. 중동에 파견나간 군인들은 다 똑같은 군인들인데 왜 관심이 IS쪽에만 쏠려있냐는 점을 말하려고 한 것처럼 보인다. 1차원적인 관점인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이렇다.
영화는 별 수익을 내지 못했지만, 적어도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재조명이라는 목적을 달성했다.
3. 기자들의 히트기사에 대한 압박감
우리나라든, 미국이든 전세계 기자들은 실적을 내려는 압박감이 상당한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 기자들은 제목으로 낚시해서 클록을 유도하려는 기질이 다분하다. 미국 기사는 잘 안봐서 모르겠다.
이 영화에서도 이런 압박감이 잘 표현되었다. 히트 기사를 내서 상사에게 인정받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 하려고 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동업자정신까지 버리며 이슈를 쟁취하려는 기자. 그 기자가 어떻게 되는지는 영화를 통해 보도록 하자.
이 세가지 외에도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이 배우가 주연으로 나왔다는 것. 아니, 조연에 가깝다고 해야 하나.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호빗에 나온 빌보 배긴스 역을 한 마틴 프리먼(Martin Freeman)이었다. 수많은 상들에 노미네이트되었고 Golden Globe 1회 수상 경력이 있는 그는 이 영화에서도 유머넘치는 연기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그냥 보기 괜찮은 영화였다. "아, 이건 꼭 봐야돼!" 도 아니고, "시간 아깝다." 도 아닌, 감동과 유머를 적절히 섞은 괜찮은 영화였다.
끝으로 IMDb의 평점과 베스트 리뷰로 이 글을 마치겠다.
IMDb : 6.7 / 10
Best Review :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관한 강한 풍자적인 관점을 가진 영화
2016.03.08 by bankofmarquis (미네소타)
★★★★★★★★☆☆
내가 영화의 리뷰들을 쓰는 이유 중 하나는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좋은 영화들에게 사람의 관심을 돌리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는 Tina Fey(주연 여배우)의 최신작 WHISKEY TANGO FOXTROT 에도 해당된다. 이 영화는 초보 국제 리포터 (Fey)의 관점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나는 대립을 풍자적인 관점으로 서술한 영화다.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 마냥 진부한 코미디 영화처럼 시작한 영화는 계속해서 유지되는 전시상황에 중독되는 성향을 다루는 더 진지한 영화로 천천히 바뀌기 시작한다.
Fey는 다소 따분했던 생활을 피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해외파견을 받은 종군기자인 Kim Baker라는 주연으로 완벽히 캐스팅 되었다. 나는 처음에 예고편에서 웃겼던 부분이 영화 초반 30분에 모두 나왔다는 사실에 조금 당황했다. 그리고 Fey는 그 유머들을 침착하게 다뤘다. 그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코미디언이기 때문에 이런 장면들은 그녀에게 식은 죽 먹기였다. Fey의 연기력이 정말 빛났던 장면은 그녀의 일에 대한 아드레날린에 중독된 상황 속에서 더 진지한 기자로 바뀌는 과정이었다. 나는 THIS IS WHERE I LEAVE YOU 에서 그녀의 진지한 연기가 감명 깊었고 지난 12월 SISTERS에서 그녀의 커리어가 후퇴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 걱정했지만 나는 그녀가 계속해서 여배우로써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Fey에게만 주목해서는 안된다. 그녀의 주변에는 매우 연기력이 뛰어난 조연들이 있었다. 아일랜드 사진가를 연기한 마틴 프리먼(Martin Freeman), Fey의 친구이자 경쟁사 기자를 연기한 (계속해서 여배우로 성장하는) 마고 로비(Margot Robbie), 아프가니스탄 정치가를 연기한 알프레드 몰리나(Alfred Molina), 그리고 Fey의 통역을 연기한 (적어도 나에게는) 신인배우 크리스토퍼 아봇(Christoper Abbott)까지. 이들 모두 이 영화내내 흥미를 불어넣은 사람들이었다.
또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 사령관 Hollander 장군을 연기한 빌리 밥 톤튼(Billy Bob Thornton)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그는 많은 작품들에 출연하지 않았지만 그가 나올 때마다 그 누구보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가져온다. 이런 그의 존재감은 사령관이라는 누구보다 압도적인 지위를 가진 역할에 딱 맞았다. 그는 이 영화에서 내가 가장 웃음이 터진 농담을 하기도 했다. (여기서는 스포하지 않겠다.)
이 영화는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 혹은 밀리터리 코미디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훨씬 이상의 영화다. 보는 이들에게 꽤 감독을 주는 코미디/드라마다. 나는 정말 여러분들에게 이 영화를 보라고 하고 싶고, 영화를 보고 난 후 당신은 영화 보길 잘했다는 것에 뿌듯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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