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드는 LA 갤럭시와의 계약이 만료됐을 때 은퇴를 할지 말지 결정해야할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 Getty
눈을 깜빡이며 당신은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스티븐 제라드의 빛나는 커리어는 덴버에 위치한 Dick's Sporting Goods Park에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로스 앤젤레스의 몇몇 사람들과 이야기해봤더니 그들은 제라드의 커리어가 18개월 전 실제로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2015년 5월 브리타니아 스타디움에서 스토크 시티를 상대로 6:1로 이겼던 마지막 경기에서 득점했었다.
LA 갤럭시 소속으로 MLS에서 두 시즌을 뛴 제라드의 활약은 다소 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통계는 캘리포니아에서의 생활이 남들이 꿈꾸던 아메리칸 드림이 자신에게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제라드는 첫 시즌에서 15번밖에 출장하지 않았으며 올해는 23번 출장했다. 두 시즌을 통틀어 다섯골밖에 넣지 못했다.
그는 일요일 MLS 컵 플레이오프 준결승 1차전, 콜로라도 래피즈와의 경기에서 벤치에 앉아있었지만 경기에 출장하지는 못했다. 홈팀의 1:0 승리는 일요일 로키 산맥의 언덕에서 열리는 2차전에 앞서 근소한 우위를 가지게 했다. 제라드는 10월 2일 FC 달라스전에서 부상을 당한 후 1분의 출장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LA 갤럭시와의 계약은 이번 MLS 시즌이 끝나고 만료된다. 만약 콜로라도가 1차전의 패배를 뒤집고 준결승에 올라간다면 제라드의 커리어는 이번 주말 끝날 수 있다.
그는 벤치에 앉아만 있었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가장 훌륭한 선수들 중 한명이었던 그에게는 이보다 끔찍한 방식이 아닐 수 없다.
제라드가 단 한번도 리그 우승 메달을 딸 수 없었던 점은 프리미어 리그 역사상 가장 이변이었던 일들 중 하나로 평가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그저 그런 선수였다고 평가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자. 리버풀의 아이콘과 같은 선수였고 팀의 레전드로 추앙받을만큼의 가치가 있는 선수다.
그러나 그뿐만 아니라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수많은 선수들은 프리미어 리그에서의 업적이 MLS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데이비드 베컴은 갤럭시 소속으로 MLS에서 5년을 뛰며 미국 스포츠 단체들의 존경을 받았다. 2007년 레알 마드리드에서 이적했을 당시에는 32살밖에 되지 않았다. 로비 킨과 브래들리 라이트-필립스 역시 자신들의 명성을 쌓았다.
그러나 그 뒤를 이어 첫 시즌에는 별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이번 시즌에서 뉴욕 시티 소속으로 19경기 12골을 넣은 프랭크 램파드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램파드는 제라드와 달리 MLS에서 자신의 폼을 다시 찾았다
램파드는 MLS에 모든 것을 걸었고 첫 해에 기복있던 모습을 극복하고 자신의 폼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맨체스터 시티로부터의 이적이 늦어져 팬들이 화를 냈을 때조차 말이다.
그러나 램파드가 화난 서포터들을 잠재운 반면, 제라드는 일정한 폼을 보여주지 못해 자신을 욕할 거리들을 팬들에게 주고 말았다.
최근 당한 부상에서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 리버풀로 돌아온 그는 왜 환상적인 날씨와 세계적인 의료 시설을 가진 LA를 떠나 비행기를 12시간이나 타며 태평양을 건너왔느냐는 질문세례를 받게 되었다. 그곳에서도 충분히 빨리 회복할 수 있었는데, 아니면 말리부에서라도 말이다.
제라드는 MLS의 피지컬 수준에 자신이 밀렸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요즘 베테랑이라고 불리우는 30대보다 더 건강하고 배고픈 유망주들이 가장 많은 리그가 MLS다. 그러나 이미 프리시즌 투어에서 MLS 팀들을 상대했던 프리미어 리그 선수 누구든 산 호세, 휴스턴, 솔트 레이크 시티, 시카고 등과 같은 팀들의 높은 압박 수준을 알고 있다.
제라드는 예전에 공룡의 무덤으로 불리우던 MLS가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과거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한 것처럼 보인다.
2018년 MLS에 새로 진입하는 LA FC는 그저 자신들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과거 유럽에서 활약하던 나이든 선수들을 영입하는 팀이 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이런 철학은 이제 MLS에서도 흔한 주제가 되엇다. 갤럭시와 미국 국가대표 수비수였던 알렉시 랄라스 (Alexi Lalas)가 만약 웨인 루니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 MLS에 들어온다면 그저 '돈 먹는 하마'가 됐을거라고 주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루니의 측근에 의하면 선수든 그의 조언자이든 MLS 팀들과 대화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으며 어떤 팀이든 그의 주급과 이적료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제라드가 깨달은 것처럼, MLS는 더이상 은퇴 직전에 가는 리그가 아니다.
따라서 그의 계약이 만료된다면, 더이상 연장할 일은 없을 것이다. 1년 더 미국에서 뛸 가능성조차 없다.
브랜든 로저스는 제라드를 셀틱으로 데려오는 것을 관심있어하지만, 리버풀로의 복귀는 없을 것이다. AC 밀란과 파리 생제르망에서 뛰기도 했던 베컴의 사례가 있지만, 제라드가 다른 팀으로 이적한다고 해도 선발로는 출장하지 않을 것이다.
커머스 시티의 Dick's Sporting Goods Park는 빛나는 커리어를 마무리할 곳이 아니다. 하지만 덴버 공항까지 차타고 20분거리기 때문에 최소한 제라드는 그 곳을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와서 이 악몽을 마무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