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과 후배들이 본과 1학년이 될 때마다 자주 물어보는 질문이 하나 있다.
"아이패드 사야 해요?"
그리고 나는 항상 이런 대답을 한다.
"응! 사는게 좋아"
나는 현재 아이패드 프로 3세대 12.9인치를 가지고 있다. 본과 2학년에 올라오며 이맘 때쯤에 사서 지금까지 1년동안 쓴 결과, 조금 많이 비싼 돈을 주고 샀는데도 후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우리 학번 동기들의 경우 예과 때 아이패드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본과 1학년이 되면서 슬슬 생기더니 본과 2학년 2학기 쯤에는 60명의 동기들 중 아이패드가 없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만큼 본과생들에게 아이패드는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수의대생, 특히 본과생에게 아이패드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편의성 때문이다. (예과생은 보통 교양 수업 위주로 듣고 본과에 진급하는 순간 예과 학점은 사라지기 때문에 아이패드보다는 입학할 때 노트북을 사는 것을 추천한다.) 본과 1학년 때 나는 모든 수업자료(PPT, 한글파일 등)와 시험공부할 때 필요한 자료들을 모두 직접 인쇄했다. 우리 학교의 경우 본과생이 모두 쓸 수 있는 공용 복사기가 딱 한 대 있는데, 시험기간만 되면 쓰는 사람이 많고 그만큼 잉크가 없다거나 종이가 걸렸다거나 그런 문제가 있을 경우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는다. 또한, 흑백 1페이지에 50원, 칼라 1페이지에 200원 정도 되는 가격을 생각하면 본과 1년 동안 썼던 인쇄비만 수 만원, 수십만원 정도 들지 않았을까 싶다.
뿐만 아니라, 본과 1학년 때는 그나마 책을 가지고 수업하시는 교수님들이 몇 분 계셨는데 본과 2학년에 올라오니 책은 안 보고 대부분의 수업들이 교수님들이 만드신 PPT로 진행되었다. 1학기 초에 아이패드를 사지 않았던 친구들은 그 많은 PPT 자료들을 교수님이 주실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수업시간 전마다 수백장에 달하는 PPT 슬라이드를 직접 인쇄해야 했다. 그 친구들도 처음에는 그렇게 하다가 나중에 가서는 결국 아이패드를 샀다. 아이패드가 있으면 이럴 필요 없이 교수님이 주시는 PPT를 다운 받아 pdf로 변환시키고 그 위에 직접 필기하면 된다. 또한, 궁금한 내용은 인터넷을 찾거나 중요한 내용은 잉크가 전혀 들지 않는 애플펜슬로 밑줄과 형광펜으로 강조하고 내용을 검색할 때 돋보기 버튼으로 검색하면 종이책을 일일이 넘겼던 때와는 다르게 1초 만에 바로 찾을 수 있다. 다른 일반 과들도 전공책이 두꺼워 태블릿을 사긴 하는데 적어도 내 주변 의대생들과 수의대생들은 아이패드를 필수품으로 가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내가 아이패드를 어떻게 구매했는지, 1년간 써보면서 추천하는 앱들, 그리고 이것들을 어떻게 수업시간에 활용하는지 보여주고자 한다.
1. 아이패드를 구매하는 방법
애플에서는 학생들을 위해 교육할인을 제공하며 5~6만원 정도 정상가격에 비해 싸게 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무선 헤드폰이나 무선 이어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내가 샀을 때는 무선 이어폰을 받았지만 착용감이 영 시원치 않아서 잘 끼지 않았다. 무선 이어폰이 원래 20만원이 넘는 건데 느낌은 뭔가 핸드폰 사면 딸려오는 이어폰 느낌..? 여튼, 애플 교육할인스토어 (링크) 에 들어가 자신이 사고 싶은 아이패드를 고르도록 하자.
위 이미지는 내가 샀던 것과 똑같은 옵션을 고른 것이다. 가격이 내가 샀을 때랑 변함이 없다. 애플케어를 넣은 이유는 매우 좋은 기기를 사는데, 혹시나 해서 이게 액정이 깨진다거나 그러면 수리비가 엄청 나오기 때문이다. 나는 핸드폰을 한번 새로 사면 몇 년 동안 잔기스를 제외하고 액정이 깨진다거나 그런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도 보험을 꼭 든다. 사람 일이란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애플케어도 같이 추가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다가 또다른 필수품인 애플펜슬까지 추가하면 기기값만 1,673,000원이 나온다. 애플 공식 홈페이지가 아니라 중고나라 같은 곳에서 미개봉 신품을 사면 이것보다 더 싸겠지만, 나는 중고거래를 한번도 해본 적도 없고 전자기기를 살 때는 무조건 공식 판매처에서 신품으로 사는게 마음 편해서 아이패드의 경우 애플 공홈에서 샀다. 내가 이걸 샀을 때 쿠팡이나 다른 소셜커머스 홈페이지도 돌아다녀봤지만 나온지 얼마 안돼서 그런지 몰라도 가격이 그렇게 차이나지 않아서 그냥 애플 공홈에서 샀다. 여기에다가 케이스, 필름 등 기타 액세서리까지 하면 약 170만원 정도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170만원이라는 돈이 적은 돈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아이패드 에어나 아이패드 7세대를 사도록 하자. 그리고 아이패드 프로를 사더라도 돈을 더 주고 11인치보다는 12.9인치를 사자. 주변 동기들이 아이패드 프로를 볼 때마다 큰 화면을 부러워하고 아이패드 프로가 최상위 라인업에 있기 때문에 애플펜슬이 입력되는 화면의 주사율도 아이패드 7세대보다 더 좋기 때문에 디자인쪽을 전공하는 분들도 아이패드 프로를 산다고 한다. 이번 2020년 3월달에 아이패드 프로 4세대가 나오면 3세대의 가격이 조금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개강 연기가 된 겸 조금 기다렸다가 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여튼, 개인적인 생각으로 아이패드는 비싼 돈을 주더라도 살 만한 가치가 있고 본과생들에게는 필수품이며 특히 이번에 졸업하는 선배들 말로는 국가고시를 준비할 때 4년간 배웠던 것들을 모두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패드가 정말 꼭 있어야 한다고 한다.
수의대 본과생이 아이패드를 사는 이유
편의성 (PPT 등 수업자료 인쇄 X, 수업 필기 용이, 전공책 들고 다닐 필요 X), 특정 앱의 경우 필기하면서도 녹음 가능, 한번 사면 국가고시 합격할 때까지 뽕 뽑을 수 있음
2. 아이패드를 사면 꼭 깔아야 하는 앱들
처음 아이패드를 샀을 때 어떤 앱들을 사야 하는지 인터넷을 검색해봤고 항상 안드로이드만 쓰던 나에게 iOS를 적응하는 것이 조금 어려웠다. 여기에서는 내가 실제로 쓰면서 추천하는 앱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수업 필기용 : Notability or Goodnote 5
흔히들 아이패드를 살 때 필기용 앱으로 가장 강추하는 것이 이 두 가지, 노타빌리티와 굿노트다. 축구로 치면 메시와 호날두랄까? 나도 아이패드를 처음 샀을 때 이 두 가지 앱들 중 어느 것을 살까 고민하다가 고민 끝에 노타빌리티를 샀다. 노타빌리티와 굿노트를 검색해보면 다른 블로거분들이 각 앱들의 장단점을 잘 구분해놨기 때문에 그걸 참고하도록 하고, 노타빌리티의 경우 필기와 동시에 녹음이 되며 나중에 녹음한 것을 재생할 때 필기해 놓은 것도 역시 똑같이 재생된다. 우리 동기 중 2년 내내 4.5를 맞은 과탑 친구의 경우 매 수업마다 녹음을 하고 자기 말로는 복습을 안한다고 하는데, 매일 집에 가서 이 내용들을 복습하는 것 같다. 굿노트를 쓰는 동기들도 몇 명 있긴 한데 그 친구들도 잘 쓰고 있는 것을 보면 그냥 취향 차이라고 생각한다. 굿노트의 경우 표지를 만들 수 있어 어떤 친구들은 다이어리로 사용하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이 두 어플들의 차이점을 잘 알아보고 본인 취향에 맞게 구매하도록 하자. 노타빌리티의 경우 11,000원이라는 생각보다 비싼 가격이지만 계속 쓸거 생각하면 만원 정도는 투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노타빌리티를 사용할 때 한가지 팁을 주자면, 가끔씩 PPT를 카톡에서 다운받고 바로 노타빌리티로 옮길 때 글자가 깨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는 먼저 PPT를 파워포인트 앱에서 먼저 연 다음 '내보내기'를 통해 노타빌리티에 pdf로 옮긴다면 글자가 깨지지 않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2) 교과서 필기용 : PDF Expert
전공책들의 경우 매우 두껍기도 하고 특히 원서를 볼 경우에는 가격도 적게는 5만원, 많게는 10만원은 훌쩍 넘길 때도 있다. 교수님들마다 쓰시는 책이 다른데 전국 수의대 교수님들이 모여 원서를 번역해서 출판한 책을 쓰기도 하고, 아니면 원서 그대로 쓰시는 교수님들도 계신다. 전자의 경우 돈을 주고 다같이 공동구매할 수밖에 없지만, 후자의 경우 pdf 파일만 구한다면 수십만원의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앱을 소개하기에 앞서,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원서를 실물로 구매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pdf를 다운받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원칙적으로 저자와 출판사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공개적으로 2차 배포할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로 고소를 당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pdf로 수업을 듣는 이유는 공동구매를 한다고 하더라도 수십만원에 달하는 교과서 구매 비용이 학생들에게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어떤 친구들의 경우 교과서 한권을 산 다음 제본을 맡기거나 스캔을 떠서 pdf 파일로 만들기도 하는데, 이것 역시 불법이다. 따라서, 만약 본인이 pdf를 우연찮게 구해서 잘 썼다면 저자들의 저작권을 존중하기 위해 나중에 실물 책을 꼭 사길 바란다. 실제로 대학원 형들의 책장을 보면 대부분 실물로 된 교과서가 많았다.
수의학 전문서적 구매 사이트 : OKVET (링크)
만약 PDF 파일을 구했다면 나는 이 어플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른 친구들의 경우 노타빌리티에 그대로 pdf를 옮겨서 사용하는데, 노타빌리티는 필기에 중점이라면 이 어플은 가독성에 중점을 둔 어플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찾고자 하는 단어도 더 빨리 검색되고 그 단어가 어떤 문장에 있는지 문장 일부분을 보여준다. 또한, 밑줄을 그을 때도 노타빌리티의 경우 일직선으로 그으려면 한번 꾹 누르고 해야하는 반면, 이 어플은 쓱쓱 펜이 가는대로 밑줄이 똑바로 그어진다. 따라서, 페이지 수가 많은 교과서를 볼 때 나는 이 어플을 추천한다.
3) 발표용 : Microsoft Powerpoint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앱들(파워포인트, 워드 등)은 다 다운받는 것이 좋다. 특히 파워포인트 앱을 가장 많이 쓰는데, 앞서 노타빌리티를 소개할 때 말했듯이 교수님들이 주신 PPT를 여기서 먼저 열고 그 다음에 pdf로 변환하는 용도, 그리고 발표할 때 슬라이드 노트를 힐끗 보는 용도로 많이 사용한다. iOS에 익숙한 친구들은 급히 과제를 제출해야 할 때나 만든 PPT를 수정할 때 아이패드로 이 앱을 사용해 수정하기도 한다. 나는 익숙하지 않아 과제는 주로 노트북으로 대부분 해결해서 제출한다.
보통 마이크로소프트 앱들은 Office 365를 구독해야 편집을 포함한 모든 기능을 제대로 쓸 수 있는데, 이는 입학하고 나서 받는 학교 이메일로 공짜로 구독할 수 있으니 각 학교 홈페이지를 참고하도록 하자.
4) 할 일 정리용 : Microsoft To-Do
내가 반수, 삼수를 했을 때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고 지금도 일상생활에서 가장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바로 '자기 전에 내일 할 일 정하기' 다. 수험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매일 어떤 목표 없이 공부하다 보면 나중에 방향성을 잃게 되고 더 나아가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해 정작 중요한 과목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중요한 것부터 처리하는 것이 몸에 익숙해져야 한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은 이런 것이 습관이 되었다고 한다. 나도 항상 자기 전에 내일 뭐 할지 우선순위를 정해놓는다. 개강이 2주 연기된 지금, 아무 것도 안하고 뒹굴뒹굴 노는 것도 좋지만, 적어도 이렇게 2주를 보내야 개강하고 나서 후회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할 일을 정리하는 어플들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구) Wunderlist 였던 Microsoft To Do를 추천한다. 분더리스트는 할 일 어플들 중에서 1,2위를 다투다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를 당해 이 어플로 새로 태어났다. 나는 학기 중에는 시험공부를 할 때 과목별로 분류한 다음 공부를 하고 이렇게 널널한 방학 때는 자기계발 (블로그, 언어 공부, 독서 등)을 할 때 주로 사용한다. 하루하루를 체계적으로 보내려고 한다면 꼭 이 어플을 사용하길 바란다.
5) 해부학 때 배운걸 까먹었다면? : 3D Dog Anatomy
본과 1학년, 우리 학교의 경우 예과 2학년 2학기부터 해부학을 1년 반 동안 열심히 달달 외웠음에도 사람 뇌라는게 신기한게 본과 2학년으로 올라가고 머리 속에 남는게 거의 없다. 뇌의 용량을 생각하면 당연한 수순이다. 임상 과목 중에서도 외과는 해부학이 매우 중요하다. 어느 부위를 절개하고, 절개하고 난 다음에는 어떤 근육을 젖혀야 하고 어떤 동정맥과 신경을 조심해야 하는지, 필요할 경우 어떤 혈관을 결찰해야 하는지 등 해부학은 정말 중요하다.
이 어플은 내가 외과 실습을 할 때 이제는 졸업한 박사 형이 자기 아이디로 로그인해서 다운받아 주신 어플이다. 수술 공부를 할 때 간간히 사용하곤 하는데 어플 자체가 매우 디테일해서 좋은 어플이다. 자신이 찾고자 하는 기관이나 혈관들도 검색하면 바로 나오고 피부, 골격계, 호흡기, 순환계 등 각 시스템별로 구분해놨기 때문에 보기에도 유용하다. 자신이 해부학을 배우거나 해부학을 배웠음에도 구조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 이 어플로 쉽게 찾길 바란다.
+ 번외) 실습할 때 유용한 VetCalc+ (안드로이드)
아직 로컬 실습을 안나가봐서 모르겠지만, 학교 병원에서 실험실 소속으로 실습할 때 환자가 오면 대학원 형들이 종종 TPR을 재보라고 한다. TPR은 Temperature, Pressure, Respiratory rate의 약자로, 분당 심박수, 호흡수, 그리고 체온을 말한다. 이는 환자가 처음 왔을 때 재야 하는 중요한 수치고 만약 이 중 하나가 정상범위를 벗어날 경우 교정해야 한다.
심박수는 청진기로 청진해서 재는데, 보통 타이머를 시작하고 10초동안 횟수를 잰 다음 X6을 한다. 오차를 생각하면 이것도 어느정도 맞긴 한데 우연히 예전에 어떤 형이 한 어플을 가르쳐줘서 더 정확한 수치를 잴 수 있게 됐다. VetCalc 이라는 어플인데, 이는 안드로이드에서만 다운이 가능하다. 이 어플에서는 심박수뿐만 아니라 약물 용량 계산, 마취 용량 계산, 수액 속도, 나이 계산 등 정말 다양한 수치들을 계산할 수 있다. 일일이 손으로 계산할 필요가 없어 아마 수의사가 되고 난 후에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iOS에서는 vetcalculators 라는 비슷한 앱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아이폰을 쓴다면 이 앱을 다운받아서 쓰면 될 것 같다.
쓰다 보니 글이 많이 길어졌다. 요약하자면, 본과생은 아이패드를 웬만하면 사는 것을 추천하며 위에서 추천한 앱들을 다운받아 4년동안 유용하게 잘 쓰길 바란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 동기들, 선후배들 모두 아이패드로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하기 때문에 꼭 사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