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로부터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헐.. 생각지도 못한 기사를 보고 말았다. 바로 내가 1월에 2주 정도 실습했던 부산 삼정더파크의 폐업 소식이었다. 부산시와의 계약 결렬로 4/24에 문을 닫는 기사가 나왔고, 그 직전에도 부산시에서 5월 가정의 달로 인해 두 달 연장을 제안했다는 기사가 나왔지만 결국 부산의 유일한 동물원, 삼정더파크는 개장 6년 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원래는 실습 끝나고 바로 쓰려고 했지만 지난겨울 방학은 정말 크리스마스 있는 주에 며칠 쉬고 나머지 방학 내내 동물원 실습, 아쿠아리움 실습, 그리고 학교 병원 실습까지 계속 실습만 했기 때문에 3월쯤 되니까 체력이 바닥났지만 비대면 강의로 인해 집에서 쉬면서 수업도 듣고 과제도 하고 그러고 있다. 슬슬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됨에 따라 실습에 대한 대면 강의 투표가 공지방에 올라오고 있는데, 다들 생활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 괜찮을 것 같으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불안함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글의 초안을 썼던 것이 4월 말쯤이라 이렇게 썼는데 현재 1학기 모든 강의들이 비대면 강의로 진행되었고 기말고사만 학교에 와서 보는 중이다. 종강 후 방학 첫 2주 동안 1학기 실습을 몰아서 할 예정이다.)
방금 과제 하나도 끝냈고, 천천히 추억을 되돌아보는 겸 나의 첫 동물원 실습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1. 기관 소개
삼정더파크의 전신은 성지곡 동물원으로, 부산 어린이대공원 개장과 함께 문을 열었다가 시설 낙후화로 인해 2005년 10월에 폐업했었다. 그 이후 부산은 우리나라 제2도시임에도 불구, 동물원이 하나도 없다가 2014년 4월 26일에 부산지역 향토기업인 삼정기업과 계약을 맺고 삼정더파크로 개장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총 123종 1,200여 마리의 동물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단순 면적과 보유 종수, 마릿수만 따지면 광주 우치동물원 다음으로 전국 7번째에 해당한다.
2. 지원 방법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어느 날 학번 공지방에 동물원과 아쿠아리움 실습생을 모집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부산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시는 원장님이 우리의 선배님이신데, 둘 다 파견을 나가셔서 기관과 실습생을 이어주는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하고 계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원장님을 통해 동물원과 아쿠아리움 모두 2주씩 실습했고 개인적으로 아쿠아리움 실습에서 더 많이 배웠다. 이 둘의 차이는 바로 기관 내 전임 수의사가 있는지의 차이라고 본다. 이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서술하도록 하겠다. 물론, 동물원에서 배운 게 없다는 건 절대 아니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부산에서 거의 매 저녁을 사주시고, 집밥도 챙겨주시고, 동물원에서도 편하게 실습을 할 수 있었고, 적어도 2주 동안은 원장님께서 많이 챙겨주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다시 지원방법으로 돌아가면, 보통 실습을 지원할 때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1) 공식적으로 기관에서 실습생을 모집하는 경우
2) 비공식적으로 인맥을 통해 지원하는 경우
이 경우 2번에 해당한다. 삼정더파크는 공식적으로 수의 실습생은 뽑지 않고 사육사 실습생만 뽑았다.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우리나라에서 사육사로 가장 유명한 과가 바로 대경대 동물조련 학과라고 한다. 서울대공원, 에버랜드 등등 전국 어디에서나 이 과 출신이 있다고 할 만큼 사육업계에서는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무슨 법 개정으로 인해 그 과에서도 실습생이 20여 명 오기로 했었는데 모두 취소되었고 나도 원장님 덕분에 겨우 수의 실습생으로 실습하게 되었다. 예전에 예과 1학년 때 수의대에 입학하면서 첫여름방학 때 무슨 실습을 할까 고민했을 때 그래, 수의대 하면 야생동물이지 라는 결론을 내리고 광주에 있는 우치동물원에 실습 문의를 한 적이 있었다. 그곳은 공영 동물원이기 때문에 우리가 민원을 넣을 때처럼 여러 부서를 걸쳐 내려온 최종 답변은 "본 기관에서는 실습생을 모집하지 않습니다."였다. 아마 동물원 측에서는 혹시라도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곳에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실습생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안다.
다른 동물원들도 공식적으로 실습생을 모집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다만, 동기 중 한 명이 지난겨울방학 때 서울대공원에 아는 분이 계셔서 부탁해서 실습한 적이 있다고 했다. 따라서, 동물원뿐만 아니라 자신이 어떤 곳에서 실습을 하고 싶다면, 공식적으로 공고가 안 올라오더라도 관련 부서에 문의해보자. 안 받아주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받아주면 이득이다. 다만, 공식적인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배우는 것은 덜할 수 있다.
3. 실습 후기
이전에 우리 동기들 중 두 명이 삼정 더 파크에서 실습을 한 적이 있다. 나와 똑같이 원장님께 연락드려서 한 달간 했는데, 그중 한 친구에게 부산 가기 전 여러 가지를 물어보니 무엇을 배우려고 가기보다는 동물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기 위해서 가는 거라면 할 만하다고 했다. 나 역시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동물원에서만 머무는 전담 수의사 선생님이 없기 때문에 그저 수의대생으로써 동물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자 했다.
삼정더파크는 크게 4가지 파트로 나뉜다.
초식동물(기린, 캥거루 등) / 육식동물 (사자, 호랑이 등) / 파충류 (뱀 등) / 관상조류 (이건 확실치 않다)
나는 2주밖에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물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물들이 있는 초식동물 파트와 육식동물 파트 각각 일주일 씩 하기로 했다. 숙소는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서면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2주 동안 사비를 내고 묵었다. 동물원에서 점심은 제공해주고 저녁은 거의 원장님이 챙겨주셨다. 아무래도 숙식 비용 때문에 많이 지원을 하지 않는 편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 경험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사비를 내서라도 할 생각이다. 하지만, 숙식을 제공하는 실습이 있다면 그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자. 아무래도 학생이니 이 돈이 부담이 되긴 한다.
실습 후기를 쓰기에 앞서 숙소 후기부터 간단하게 써본다. 서면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세리인 이라는 곳에서 2주 동안 위와 같은 4인 도미토리에서 묵었는데, 매일 룸메가 바뀌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예전에 혼자서 싱가포르나 미국에서 여행을 다닌 기억도 나고 항상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친해지며 같이 몇 번 저녁을 먹거나 술을 마시기도 했다. 연락처를 나누고 지금까지 연락하는 사람도 있다. 무엇보다 호스트 분께서 정말 친절하시기도 하고 내가 아침을 잘 안 먹는 편인데 동물원에서 일해보니 아침을 안 먹으면 너무 배고파서 숙소에 있는 조식 중 토스트를 굽고 잼을 발라 항상 먹으면서 버스 타러 갔다. 다행히 숙소에서 버스를 타면 동물원까지 10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왔다 갔다 하는 데 불편함은 없었다. 숙소가 워낙 깔끔해서 다음에 서면을 간다면 다시 여기서 잘 것 같다. 위치도 서면역 근처라 밥 먹는 것도 걱정한 적이 없었다.
1) 초식동물
동물원에 출근하면 보통 수의사실에서 대기하다가 사육사 선생님들(동물원 내에서는 매니저님이라고 불렀다)을 도와드리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원장님은 병원 때문에 잘 안 오시는 편인데 나 때문에 동물원에 매일 올라오셔서 진료도 보기도 하셨는데 그때마다 원장님 옆에서 같이 보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동물원에서는 관람객들이 구경할 수 있는 바깥이 아닌 내사는 촬영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글에서도 내사 사진은 볼 수 없을 것이다. 사진들을 보며 그에 따른 설명을 덧붙이고자 한다.
신기하게 여기는 개들이 있었다. 살다 살다 동물원에서 개를 볼 줄이야,, 워낙 얘네들이 사람을 다 좋아하고 잘 따르기 때문에 너무 귀여웠지만 내가 이 친구들을 다루는 일은 거의 없었다.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저 울타리에 기대며 꼬리를 흔들던데 울타리가 하나 더 있어서 관람객들은 만질 수 없는 구조였다. 귀여웠지만 한편으로는 불쌍하기도 했다. 😥
보통 프레리독, 라쿤 등은 펭귄과 함께 묶어서 한 매니저님이 담당하신다. 라쿤은 생각보다 발톱이 날카로웠고 프레리독 역시 성질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라 조심조심하면서 안에 먹이를 주거나 청소했다.
아, 저 라쿤이 있는 곳 앞에 라쿤과 너구리를 비교하는 표지판이 있었는데 나도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었다. 아직 야생동물 시간에 라쿤에 대해서 안 배우다 보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너구리는 '개과'이며 라쿤은 '아메리카 너구리과' 다.
2) 너구리의 꼬리에는 줄무늬가 없는 반면, 라쿤은 있다.
3) 가장 큰 차이는 앞발이다. 너구리의 경우 개과답게 일반적인 개와 큰 차이가 없지만, 라쿤의 경우 앞발가락과 발톱이 꽤 길어 사람의 손처럼 사용할 수 있다.
라쿤이랑 친구들이 있는 곳에서 쭉 위로 올라오다 보면 과나코, 미니말, 타조, 염소 등이 있다. 이 친구들은 아까 친구들보다 조금 더 난이도가 높은데, 착하게 보여도 다소 위험한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과나코의 경우 입으로 무는 것을 조심해야 하고 미니말의 경우 뒷발에 차이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여기를 아침마다 똥을 치울 때 되게 긴장하면서 청소했다. 아직도 말의 똥냄새는 여전히 기억난다. 돼지, 말, 소와 같은 초식동물 특유의 똥냄새가 있는데 이것도 맡다 보면 적응이 된다. 😅
펭귄사는 캥거루사 바로 건너편에 있는데, 여기에서 이틀 정도 오전마다 청소했다. 펭귄 자체가 키가 작다 보니 펭귄사 역시 작았는데 그만큼 안에서는 아예 앉아서 혹은 엎드려서 청소를 했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일의 강도가 높은 편이었다. 안 쪽도 힘들었지만 위 사진처럼 밖 풀장?을 청소할 때도 물 위에 나뭇잎이나 이물질을 건져내고 진공청소기 비슷한 걸로 물때도 지우는 등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곳이었다. 그래도 펭귄들이 아장아장 걸어오는 걸 보면 힘든 게 바로 나아졌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펭귄사는 한 번쯤 더 해보고 싶다. 🐧🐧
코끼리사도 우연히 한번 청소를 했던 적이 있었다. 사진만 봐도 알겠지만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코끼리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덩치가 크다. 코끼리가 밖에 나갔을 때 내사를 청소한 적이 있었는데 역시 대형동물이란,, 똥이 어마어마하게 크고 양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흔히 '눈삽'이라고 부르는 넓은 삽으로 쓱쓱 청소했는데 그래도 허리를 굽혀야 하는 펭귄사보다는 수월하게 했었다. 이 코끼리에 대한 설명은 나무위키 설명을 참고해보자.
이곳에서 사육하는 수컷 아시아 코끼리 '뭄미'는 부산광역시에서 사육하는 유일한 코끼리다. 라오스에서 태어난 이 아시아 코끼리는 제주도 코끼리 공연장에서 사육되다가 삼정더파크로 넘어왔다고 한다.
'뭄미'의 성격은 거칠기로 유명하다. 관람객들에게 흙이나 돌을 던지는 경우가 왕왕 보이는데, 전시장 앞의 안내판에도 뭄미가 장난기가 많으니 자극하는 행동을 삼가 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을 써놓을 정도. 지금은 별도로 펜스를 하나 더 해놨기 때문에 이런 일이 별로 없다고 한다. 가끔 사육사가 긴 막대를 이용해 마사지해줄 때, 코로 막대를 쳐서 날려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직접적으로 사육사를 친 것이 아닌 막대를 친 것이지만, 수컷 코끼리 코의 힘을 생각하면 사육사도 위험할 수 있었던 상황. 다행히 사육사가 부상을 입었다는 보도나 소문은 없었다.
출처 : 나무위키
2) 수달/원숭이
그렇게 일주일은 초식동물사를 하고, 그다음 일주일은 수달과 원숭이사를 중심으로 했다. 하루 일과는 보통 다음과 같았다.
먼저, 동물원에 출근하자마자 동물들 먹이를 다루는 곳으로 가서 수달에게 줄 정어리? 들을 다듬었다. 냉동실에서 얼려져 있는 생선들을 꺼내서 흐르는 물에 좀 녹인 다음 대가리를 따고 내장을 꺼내 다듬는 일이었다.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라서 한 30분 정도면 수달들에게 줄 먹이를 다 다듬었다. 그 먹이들을 가지고 수달사로 가서 먹이를 나눠준다. 수달 자체가 얌전하지 않고 활발하기도 하고 잘못하면 손을 물릴 수도 있어서 내가 직접 청소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원숭이사에 있는 시간들이 더 많았다. 특히 일본원숭이랑 긴팔원숭이가 있는 곳들을 주로 청소를 도와드리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원숭이사는 구조가 조금 신기했다. 아무래도 높은 곳을 왔다 갔다 하는 원숭이들을 위해서 안 쪽 공간은 정말 천장이 높았고 그만큼 원숭이들은 주로 높은 곳에 있었다. 또한, 원숭이들은 지능이 높은 편이라 영악하다고 해야 하나, 먹이를 가까이서 주면 위험하다고 조금 떨어져서 바닥에 놓은 다음 그쪽으로 밀면 애들이 알아서 가져간다고 사육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어느 날은 사육사 선생님이 다른 애들을 먹이 주실 때 무의식적으로 긴팔원숭이들이 있는 곳에 몸이 치우쳐있었는데 한 마리가 뒤통수를 때리고 간 적이 있었다. 머리를 잡아당겼으면 정말 큰일 났겠구나, 생각하고 그 근처로는 절대 가지 않았다.
또 다른 날은 일본원숭이들이 안쪽에 있을 때 개장하기 전에 바깥 공간을 청소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사육사 선생님이 애들이 유리를 깬다고 큰 돌 있으면 주워달라고 하셨다. 그런데 귀신같이 그 날이었나 아니면 다음날이었나 나랑 선생님이 안쪽을 청소하고 있었을 때 전화가 와서 밖을 나가보니 큰 유리 하나가 깨진 채로 있었다. 이중창이라서 다행이었지 유리가 하나만 있었으면 관람객들도 다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만큼 원숭이들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똑똑하다는 걸 느끼게 했다. 그만큼 사육사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일을 많이 안 시키시고 나는 옆에서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고 원숭이들의 행동을 지켜보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삼정더파크에는 정확히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작은 농장 형식으로 돼지들과 알파카 두 마리가 있는 공간이 있다. 아마 사파리유치원이었던 것 같다. 하루에 2~3번 정도 돼지들을 데리고 한 바퀴 산책시키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나름 이 동물원에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어서 이 시간이 될 때마다 동물원에 있는 관객들 대부분이 모여 지켜보는 광경을 볼 수 있다. 한 2~3일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도와드렸다. 알파카는 아직 교육이 덜 돼서 저 안에만 있었다.
다른 사자, 호랑이 등등 육식동물은 내가 들어가기에는 정말 위험한 곳이어서 원장님을 따라 내사에 한 번씩 들어가 보기만 했다. 사자가 멀리서 볼 때는 오 멋있다, 하는데 안에 들어가서 문 하나를 두고 보면 정말 무섭다. 사자를 그렇게 가까이서 본 적이 처음이었는데 사자 발바닥이 정말 내 얼굴만 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위 사진처럼 흑표범 두세 마리가 있는데, 흑표범 자체가 흔한 동물은 아니라서 이 동물원 말고도 아마 서울대공원?이었나 전국에 몇 마리 없다고 한다.
4. 마무리
그렇게 또 일주일이 지나고 총 2주간의 동물원 실습이 끝이 났다. 쭉 읽어보면서 눈치챘겠지만 실제로 진료를 도와드리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았고 있었어도 여기에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런 진료 기록들은 모두 동물원 소유의 정보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쓸 수 없다. 나중에 쓸 아쿠아리움 실습도 마찬가지였다. 어딜 가든 그럴 것이다.
아무래도 동물원 실습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렇게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실습을 할 일은 흔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삼정더파크는 나중에 인수 기업이 정해지고 안정화될 때까지는 실습생을 받을 일이 없을 것이다. 당분간은 내가 거의 마지막 수의실습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야생동물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접근 방법이라든지 그런 걸 최근에 야생동물질병학 수업을 들으면서 아 그때 동물원에서 그랬던 게 이 이유였구나, 등과 같은 것들을 하나둘씩 느끼기 시작했다. 야생동물들을 진료하는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배우는 것도 있었지만 동물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런 시스템들을 더 잘 알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특히 수의사 - 사육사 간의 협업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혹시라도 나중에 동물원 수의사가 꿈인 학생이 있다면, 사육사들을 수직적이기보다는 수평적으로 동등한 관계에서 대하길 바란다. (물론, 여기 수의사 선생님이 수직적으로 대했다는 것은 절. 대. 아니니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또 하나, 이 동물원 내 동물들에 대한 처우나 동물복지에 대해 물어본다면 그것 역시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예전 동물복지 시간에 강의해주셨던 선생님이 동물원 동물 중심으로 활동하시는 활동가셔서 그때 동물원 내 동물들의 정형 행동에 대해 많이 배우긴 했지만 아무래도 이 실습을 하면서는 그런 것들을 지켜볼 겨를이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AZA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 인증을 받은 동물원은 서울대공원이 유일하고 나머지 동물원들은 다 비슷비슷하다. 아무래도 공영 동물원보다는 사기업이 운영하는 동물원은 이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만약 동물이 고통받을 정도로 영리를 추구한다면 그것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이런 야외동물원들은 더이상 건설되는 것이 지양되어야 하고 더 나아가 실내동물원들은 동물들의 복지를 해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지금 있는 것들도 점점 수를 줄여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만, 사육사 선생님들과 같이 일하면서 느낀 건 적어도 이분들은 모두 동물을 정말 사랑해서 사육사가 된 것이고 그리고 동물원 내에서도 동물들을 최대한 한정된 공간 내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동물원 폐업으로 평소보다 적은 10여 명의 사육사 분들이 남으셔서 아직도 동물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들었다. 하루빨리 재정적인 문제가 해결되어 부산의 유일한 동물원이었던 더파크가 새 단장해서 다시 부산 시민들의 추억이 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