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본과 3학년으로 올라오면서 한가지 다짐했던 것은 임상과목을 배우기 시작하는 만큼 대외활동, 봉사활동들을 모두 그만두고 전공 공부에만 집중하는 것이었다. 2월만해도 병원에서 실습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그 와중에도 습관처럼 대외활동 공고들을 보곤 했다. 코로나19가 슬슬 퍼지기 시작하던 중, 질병관리본부 국민소통단 4기 모집 공고를 우연히 보게 됐다. 지원 마감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평소에 인수공통감염병에 관심이 많았고 미국에서는 수의사분들도 국가재난대응팀 소속으로 코로나19 지원을 나간 기사를 봤으며 무엇보다 대구로 의료진분들이 지원 나가신 모습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최선을 다해 서류를 준비했다. 그렇게 서류 합격, 페이스톡으로 진행되었던 면접, 최종 합격 후 3월 26일에 온라인 발대식을 진행했다. (서류 지원 때 썼던 내용들, 면접 때 물어봤던 질문들 등은 나중에 5기 모집할 때 지원하시는 분들을 위해 그 때 모집시기에 맞춰 쓸 예정이다.)
이전까지 국민소통단원분들은 오프라인으로 발대식을 진행했지만,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발대식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약 2시간동안 진행된 온라인 발대식에서 소개된 질병관리본부, 국민소통단, 그리고 정은경 본부장님과의 대화를 이 글에서 쓰고자 한다.
1. 질병관리본부에 대하여
질병관리본부는 1895년, 고종황제 칙령으로 설치했던 위생국으로 시작하여 현재까지 100년 넘게 우리나라의 공중보건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이다. 현재 코로나19에 대한 브리핑을 매일 하는 것처럼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지만,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에 대한 예방관리도 하며 보건의료 R&D와 연구인프라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조직도는 위와 같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국민소통단 활동은 위기소통담당과와 가장 관련이 있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곳은 감염병관리센터에 있는 인수공통감염병관리과인데, 높은 확률로 수의사 선배님이 일하실 것 같기 때문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나 식품의약안전처의 경우 간간히 수의대생들이 실습을 나가기 때문에 간접적으로라도 접해볼 수 있지만, 질병관리본부에서 수의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정확히 들어본 적이 없어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연구사분들과 인터뷰를 진행해보고 싶다.
전세계적으로 감염병이 유행했을 때, 우리나라 역시 그것을 피해가지 못했다. 동물의 경우 현재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조류독감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행하고 있지만, 사람의 경우 2003년 SARS,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를 거쳐 2015년에는 메르스, 그리고 현재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다. 11년 전 신종인플루엔자가 유행했을 때 위 슬라이드에 나와 있듯이 무려 62만명이 걸렸는데 그 때 내 주변 친구들도 걸렸고 소풍이나 수련회가 취소되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메르스가 유행했을 때는 다행히 지금처럼 지역사회 전파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확진자 대비 사망자 수가 높았다. (약 20% 내외) 무엇보다 당시 정부의 가장 큰 실책으로는 ‘국민과의 소통 부재’를 꼽을 수 있는데, 확진자 동선도 지금처럼 초기부터 바로 공개하지 않았고 국민들의 과도한 불안이나 오해를 막기 위해 메르스 관련 정보를 의료진에게만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인한 초동대응의 실패로 우리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메르스 확진자가 가장 많아졌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렇게 메르스 사태가 지난 이후, 정부에서는 ‘소통부재’의 피해를 뼈저리게 느꼈고 국가방역체계를 개편했다. 긴급상황실(EOC) 설치, 음압병실 확충, 1339 콜센터 운영 등 위기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했고 그 노력의 한 부분이 바로 질병관리본부 국민소통단이다.
2. 국민소통단이란?
국민소통단은 코로나19와 메르스 같은 공중보건 이슈 및 질병관리본부의 정책에 대해 국민이 직접 의견을 내고, 국민 눈높이로 올바른 정보를 확산하는 활동을 한다. 월별 온/오프라인 활동을 하고 질병 및 감염병 예방 콘텐츠를 온라인 채널을 통해 알린다. 총 50명의 단원들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는데, 질병 및 감염병 예방 콘텐츠 제작, 보건정책 및 질병예방 캠페인 참여가 주 활동인 국민소통파트, 그리고 해외감염병 예방 콘텐츠 제작, 해외검역 홍보 활동 등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내가 소속되어 있는 해외감염병 예방 파트가 있다.
내가 해외감염병 예방 파트에 지원한 이유는 기후변화에 따라 우리나라 기후 역시 아열대 기후로 변하면서 그만큼 따뜻한 곳에서만 생기던 질병들이 점점 우리나라에서도 생기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뇌염 같은 모기매개성감염병, 수인성전염병 등이 해외에서 유입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컨텐츠를 원헬스(One Health)의 관점으로 홍보하고자 지원하게 됐다. 월별로 주어지는 온/오프라인 미션 외에도 내가 국민소통단으로써 쓰고자 했던 것들이 몇 가지 있기에 활동기간이 끝날 때까지 블로그에 몇 개 정도 쓸 예정이다.
3.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님과의 Q&A
오후 3시 10분부터는 정은경 본부장님과 국민소통단원들이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날에 단원분들이 궁금했던 점들을 미리 조사하였고 그 중에서 10개만 골라 질문을 드렸는데, 운이 좋게도 내가 썼던 질문 하나가 선정되어 본부장님께 직접 여쭤봤고 답변도 직접 듣게 되었다. 이게 글로 쓰기에는 한계가 있는데, 그 때의 그 긴장감은 올해 들어서 처음이었다. 너무 떨려서 버벅거리기도 하고 본부장님이 “안녕하세요~” 하실 때는 절정에 달했다. 질문만 그대로 말하는 것도 떨려서 할 말을 미리 써 놓고 읽기만 했는데 말이 조금 빨라서 잘 전달이 안됐는데도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다음은 내가 질문했던 것, 그리고 다른 분들이 질문드렸던 것들 중 인상 깊었던 것들을 위주로 정리한 것이다.
Q.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공항방역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상황으로는 검역법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격리시설부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격리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가?
A. 2015년 메르스를 겪으면서 인천공항 검역소에 음압병상 50실을 마련했다. 그 이후에는 그 시설들을 쓸 일이 거의 없었지만, 이번에 코로나19 사태로 입국 시 의심증상이 나오는 분들을 그 음압병상들에 임시로 격리시켰다. 하지만 최근에 유럽,미국에서 입국하시는 분들 중 유증상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50실을 초과해서 의심환자가 굉장히 많이 생겼다. 임시로 2개 시설을 확대해서 200명 정도 격리가 가능한 시설을 확충했는데 그것마저 부족하게 되었다. 또다른 200실 정도의 격리시설을 임시로 확충했다. 이번에 메르스 때 만들었던 시설들을 처음으로 활용해보는데 역시나 50실로는 어렵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그 때 마다 임시로 확충할 계획이다.
Q. 잘못된 정보로 인한 부적절한 대처로 상황이 악화되는 사례가 있었다. 예를 들어, 소금물을 뿌리면 방역이 된다는 사실을 믿고 했다가 집단감염이 된 적이 있었다. 코로나19에 대한 가짜뉴스에 대한 대책으로 어떤 방안이 있는가?
A. 인포데믹스 (infodemics – information + pandemics : 정보와 전염병의 합성어로, 정보 확산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추측이나 뜬소문이 덧붙여진 부정확한 정보가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통해 전염병처럼 빠르게 전파됨으로써 개인의 사생활 침해는 물론 경제, 정치, 안보 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와 같이 SNS를 통한 잘못된 정보가 많이 퍼질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까지 보고되고 있다. 국민소통단을 하는 이유도 SNS를 통해 잘못된 정보가 퍼지는 것을 바로잡고 올바른 예방수칙을 널리 알리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질병관리본부뿐만 아니라 정부 전체적으로 가짜뉴스를 모니터링하는 중이며 이런 것들은 모두 팩트체크해서 올바른 정보를 드리고 있다. 국민소통단에서도 이런 잘못된 정보들을 올바르게 잡아주길 바란다.
Q.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 사태에 대비하여 생활방역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외에 추후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어떠한 정책(방안)을 준비하고 계시는지 궁금하다.
A. 제일 어려운 질문이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유행 당시 질병정책과장으로 상황실에서 1년간 근무한 적이 있다. 그 때는 항바이러스제를 약 500만명분 정도 가지고 있었고 기존에 독감 바이러스에 썼던 백신을 신종 인플루엔자 방식으로 바꿔서 백신도 약 2000만 명 정도 접종하면서 1년에 걸쳐 유행을 종식시킬 수 있었다. 코로나19는 백신, 치료제 모두 없어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대안으로 제시되는 치료제들이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고 백신도 신속하게 전세계가 노력을 하고 있어 어느 정도 피해를 줄이면서 백신 치료제 등을 찾기 위한 R&D도 노력을 해야 한다. 그 이전에는 감염병이 사람 간에 긴밀하게 접촉하기 때문에 개인 위생 수칙이나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기존에 해왔던 정책들을 생활 속에서 잘 유지시키면서 최소한의 전파를 차단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지속할 수밖에 없다. 방역당국 입장에서는 환자를 조기에 진단해서 환자의 접촉자가 2,3차 전파자를 만들지 않게끔 하는 방역적인 규칙 등 여러 다각적인 노력을 해야만 극복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Q. 코로나19 사태에서 본부장님이 느끼시는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제일 어려운 점은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감염병이라는 것이 진단법, 역학조사, 유행을 예측하기 위한 모델링, 그에 대한 과학적인 대책을 만드는 것 등 모두 역학, 감염병과 관련된 임상과 같이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질병관리본부 뿐만 아니라 시,도 등 지자체, 보건소에도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이런 인프라가 튼튼해야 위기가 생겼을 때 즉각 대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늘 정부 지자체의 전문성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전문가들이 많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를 해줬으면 한다.
10여개정도의 질문을 들으면서 정말 다양한 분들이 열정을 가지고 활동에 임한다는 것을 알았다. 공적마스크를 나눠 주시는 약사분부터, 한창 바쁠 때인 본과 2학년 의대생, 언론을 전공하시는 분 등 다양한 연령대, 직업, 지역에서 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접 오프라인 발대식 때 만났으면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코로나19 사태가 하루빨리 종식되어 만나 뵀으면 좋겠다. 그리고 본부장님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본 만큼 남은 기간동안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올라올 활동들을 기대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