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블루 (Corona Blue)’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불과 4달 전까지도, 그리고 코로나19가 거의 잠잠해졌던 1~2달 전까지도 누구도 이렇게 코로나19가 장기화될지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을~겨울에 2차 대규모 유행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적어도 국민들은 그것을 믿고 싶지 않았고 예전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하지만, 하루에 수십 명씩 나오는 신규 확진자 수는 희망의 불씨를 점점 꺼지게 하며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은 우울감, 무기력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언제까지 이렇게 무기력하게만 지내야 할까?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코로나블루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출처 : 고려대학교병원 건강고대로 고고TV)
1) 외출, 산책, 등산 등으로 기분전환 및 체력단련
2) 개인적인 취미생활 (독서, 외국어 공부 등)
3) 가족과 보내는 시간 늘리기
즉, 전화위복 (轉禍爲福)으로 지금의 상황을 저녁 있는 삶, ‘Slow life’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나는 위 3가지 중에서 두번째, 그 중에서도 ‘명화 따라하기’를 코로나블루를 극복시키는 방법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명화 따라하기 패러디는 네덜란드에서 처음 시작된 뒤, 온라인을 통해 미국과 캐나다, 러시아 등 전 세계로 빠르게 퍼졌다. 위는 LA에 위치한 Getty Museum에서 시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챌린지를 신청한 트위터 게시물인데, 사진을 보면 각 그림들을 재치 있게 집에 있는 소품들로 패러디한 것을 볼 수 있다. 저 사진들을 보면서 나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한번 나만의 ‘명화 따라하기’를 시도해봤다.
1. 작품 선택
사실 미술과는 거리가 먼 나로서는, 누구나 알 만한 작품 외에는 잘 알지 못했다. 지금 생각나는 작품만 해도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정도? 그래서 구글에 무작정 ‘유명한 미술작품’ 부터 검색해봤다.
오, 간간히 미술책이나 박물관에서 봤던 그림들이 많다. 저기에서 최대한 다른 사람들이 했던 그림들은 제외하고 집에서 쉽게 할 만한 그림을 찾아본 결과, 다음의 그림을 골랐다.
바로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우유 붓는 여인’ 이었다. 사실 요하네스 베르메르는 이 작품보다 더 유명한 작품이 있는데, 바로 ‘진주 귀걸이를 한 여인’ 이다.
이 그림이 따라하기 더 쉽긴 하다. 왜냐하면, 여장 하고 카메라를 그윽하게 바라보면 되니깐. 하지만, 찍는 나도 그렇고 무엇보다 보는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 조금 더 멀리서 찍을 수 있는 <우유 붓는 여인>으로 하기로 했다.
2. 패러디 준비
그림을 고른 후, 천천히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봤다. 모자, 치마, 음식, 빵, 주전자, 식탁, 그리고 창문. 충분히 집에 다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바로 촬영하기 위해 장소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집에 있는 옷, 식기 등을 가져와서 사진을 찍을 준비를 했다. 단 하나도 근처 마트나 편의점에서 사오지 않았고 오로지 집에 있는 것 들로만 준비했다.
3. 결과
요즘에는 카메라 어플들의 보정 효과가 워낙 좋아서 위 사진들처럼 실제 그림 느낌이 나는 효과를 넣을 수 있다. 나는 ‘Comica’ 어플을 사용했다. 안드로이드에만 있고, 아이폰에서는 다음 어플이 유명한 것 같다.
- Comica :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gr.gamebrain.comica&hl=ko
- Clip2Comic : https://apps.apple.com/kr/app/clip2comic/id876328355
4. 후기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외출을 자제하게 되고 집에만 있는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집에 있는 가족들에게 옮기는 것이 가장 무서워서 밖을 잘 나가지 않는다. 이런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앞에서 언급한 ‘코로나블루’가 쉽게 오게 됐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번 학기도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나만의 취미생활을 더 즐길 수 있었다. 대학교에 들어오면서 교양과목 때 과제로 읽었던 것 외에는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던 책도 읽기 시작했고 몇 년째 미뤘던 프랑스어 공부도 다시 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토익 점수가 만료돼서 토익 공부도 매일 조금씩 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 어느 정도 공부다 보니 오래는 못했는데, 이 명화 따라하기는 오랜만에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취미가 되었다. 오로지 집에 있는 물건만으로도 쉽게 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시간도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여기저기 구도와 세팅을 조절하면서 같이 있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많아졌고 찍고 나서도 어플로 여러 보정 효과를 적용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갔다. 오늘 성적 발표 날이었는데 생각보다 잘 나와서 기분이 UP된 상태에서 해서 그런지 몰라도 정말 재밌게 했다.
만약 코로나19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마땅한 취미가 없거나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이 질린다면, 한 번쯤 나처럼 ‘명화 따라하기’에 도전해볼 것을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