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 학기마다 우리 학교의 경우 학번 공지방에 실습생 모집 공고가 올라온다. 다른 학교나 다른 과 학생의 경우 센터 홈페이지 (가금류질병방제연구센터 (jbnu.ac.kr) ) 를 즐겨찾기 해놓고 들어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첨부된 압축파일을 풀고 지원서 빈칸을 채우면 된다. 참가 동기를 보면 '분량 제한 없음'이라고 써져있는데, 난 적당히 1000자 정도로 적었던 것 같다. 같이 지원했던 친구는 몇 줄 안 썼는데 됐다고 한 거 보면 케바케인 것 같다. 다른 친구는 그 친구보다 더 길게 썼는데도 떨어진 걸 보면 아무래도 고학년을 우선순위로 뽑는 것 같고 그다음으로 참가 동기를 보지 않나 싶다. 개인적으로 갈수록 이런 실습에 대한 지원자들이 많아질 것 같기도 하기 때문에 (실제로 우리 지원할 때도 담당 선생님이 지원자가 예년에 비해 매우 많았다고 한다) 어느 정도 성의를 보여야 합격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실습 후기
빈 시간에는 이렇게 공부를 했다
우리가 할 때는 총 3조, 각 조마다 4명씩 돌았다. 무엇보다 학년이 모두 같았다. 당시 예과 2학년인 친구들, 본 1? 2?, 그리고 내가 있던 본 3 그룹 이렇게 있었던 것 같다. 같은 학년인 데다가 다 남자였어서 친해지기 쉬웠고 나중에는 차 있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군산으로 가서 밥도 먹고 이성당 가서 몇 개 안 남은 빵을 사기도 했다. (ㅁㅅ이 보고 있나?!)
첫날에는 담당 선생님과 차 교수님의 간단한 OT를 진행했다. 선생님이 워낙 유쾌한 분이셔서 긴장을 풀 수 있었고 2주 동안 잘 챙겨주신 덕분에 실습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점심은 한솥도시락으로 제공되었고, 일주일에 한 번? 아니면 실습기간 동안 한번? 정도는 학교 앞 낙지볶음을 간단한 회식처럼 먹을 수 있었다. 기숙사 역시 무료로 지원하기 때문에 다른 학교에 다니더라도, 다른 지역에 살더라도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 나랑 같이 했던 친구들도 룸메를 제외하고 모두 다른 수의대였다.
아침에 출근하면 2명씩 나눠서 30분~1시간 정도 일하는데, 2명은 위 사진처럼 팁을 꽂는 일을 하고 나머지 2명은 싱크대에 있는 전날에 썼던 기구들 (비커 등)을 세척하고 건조기에 넣는 일을 한다. 금요일 아침은 대학원 선생님들과 다 같이 대청소를 했다. 실습생한테 잡일을 시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거는 어느 비임상 실험실을 가도 하는 일들이다. 학부생들이 없으면 대학원생들이 평소에 하는 일이고 실험할 때 두 일 모두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필수적인 일들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다.
여러분이 임상 실습을 하든 비임상 실습을 하든 잡일은 할 수밖에 없다. 이것도 다 경험이겠거니~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면 그나마 스트레스를 덜 받을 것이다. 다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데 잡일만 시킨다? 그런 실습은 거르거나 못하겠으면 못하겠다고 말을 하자. 배우고자 실습을 하는 거지, 단순히 '노동력 1'이 되고자 실습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본인이 생각하기에 어느 정도의 선까지 해당하는 잡일은 처음부터 안 한다고 하지 말고, 좀만 참고해보자.
SPF 종란에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모습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이렇게 아침에 간단한 일을 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여러분이 실습을 한다면 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중간에 들어가 직접 무언가를 하거나, 대학원 선생님들이나 교수님들이 하시는 것을 관찰한다. 이것 역시 학년 별로 다른데, 당시 예과 2학년 친구들의 경우 배운 지식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프로젝트 중에서도 간단한 것을 했고 우리들은 조류질병학 수업까지 다 들었기 때문에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실험을 진행했다.
사실 실습 첫날에 가장 놀랐던 것이 센터의 시설과 인원이었는데, 수의학관 건물 한 층을 거의 다 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직원분들과 대학원생 선생님들까지 합하면 거의 30명 정도 되는, 매우 큰 센터였다. 만약 다른 학교였으면 독립된 건물에서 진행할 수 있을 정도였다. 위 사진을 찍은 것도 AI 진단실이라고 따로 분리되어 있는 방이었는데, 학부생이 봐도 시설이 좋아 보였다.
살아있을 경우 이렇게 혈관이 보인다NDV의 농도가 높을 경우 이렇게 죽어버린다. 위와 다르게 혈관이 보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뉴캐슬 바이러스 (Newcastle Disease Virus, NDV)의 농도를 각각 다르게 하여 어느 농도에서 개체가 사망하는지를 봤다. 이 계란들은 우리가 평소에 먹는 계란들과는 다르게 SPF 종란이라고 해서 간단하게 말하면 우리가 실험 때 쓰는 흰색 마우스와 똑같다고 보면 된다. 뉴캐슬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이유는 당시 센터에서는 NDV, IB 백신에 대한 안전성을 검증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진행하고 있었는데 사독백신이 아닌 생독백신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로 주입해야 개체가 살아남는지를 평가하기 위해서다. (생독백신, 사독백신을 포함한 기초 지식은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수의대생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설명하지 않겠다)
조류질병학 시간에 배우겠지만, NDV의 경우 9~10 일령 종란에 접종하는데 접종 후 24시간이 지났는데 폐사한다면 이것은 바이러스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닌, Allantoic Cavity (AC)에 접종해야 하지만 embryo에 접종하는 등의 이유로 인한 접종사다. 접종 후 5일까지는 생존해야 한다.
폐사한 개체들은 이렇게 부검을 하는데, 사진 가운데 있는 개체 뒤통수? 쪽을 보면 빨갛게 점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접종사일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개체는 AI 바이러스를 접종했다.
이렇게 실험실에서 종란접종, 부검 등의 일을 하고 나머지는 우리가 실습할 때는 막 새로 지어졌던, 동물실에서도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곳은 닭과 오리의 isolator가 구분되어 있고 입구와 출구가 구분되어 있으며 각 chamber는 음압으로 설정된 시설이다. 이 곳을 들어가 보면 아, 우리가 전염병을 다루고 있구나라는걸 깨닫게 될 것이다.
점안접종하는 모습. 아마 IB가 아닐까 싶다채혈은 보통 날개와 경정맥에서 하는데, 이 사진에서는 femur쪽에서 한 것 같다.
동물실에서는 주로 ND와 IB를 공격접종(challenge)한 개체들의 임상증상을 관찰하거나 위 사진처럼 접종하고 채혈하는 일을 주로 했다. 아무래도 센터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실험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는 한정적이었지만, 그래도 그냥 보는 것보다는 나았다.
ND의 특징적인 임상증상은 바로 '조는' 것이다.
실습 때 찍었던 사진들은 이정도..? 실습 끝나자마자 글을 썼으면 어떤 것을 했고 왜 이런 것을 했고 등등 더 디테일하게 썼을 텐데 기억을 되짚어보자니 기억력이 워낙 안 좋은 나로서는 이게 한계다.. 대신 이 실습을 여러분들이 한 번쯤은 해봤으면 하는 이유에 대해 몇 가지 적어보겠다.
이 실습을 한 번쯤 했으면 하는 이유
1. 체계적인 프로그램 -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고 직접 해볼 기회가 주어진다
어떤 실습을 하면 좋을지 물어보는 후배들에게 내가 가장 먼저 말하는 것은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짜여 있는' 실습이다. 이것은 임상이든 비임상이든 상관없이 모두 해당된다. 여러분들이 학교를 다니다 보면 학번 공지방에 '어느 곳에서 학부생 실습을 모집합니다'와 같은 공고를 꽤 많이 보게 될 것이다. 혹은 데일리벳 리크루팅 게시판에 학부생 실습생을 모집하는 글이 올라오는 것을 한 번쯤 볼 것이다. 나는 이런 실습을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다. 그 이유인즉슨, 이렇게 학부생 실습을 모집하는 기관에서는 과거 학부생 실습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아 학부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줘야 하는지 이미 알기 때문에 그만큼 학부생들은 최소한 무언가는 배워가기 때문이다. 실습생 모집 공고를 올리지 않은 곳들은 아무래도 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배울 것이 적을 확률이 높다. 따라서, 여러분들이 실습을 한다면 웬만하면 공고가 올라오는 곳을 하되, 정말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라면 공고가 안 올라와도 연락을 드려 여쭤보길 바란다. 후자였어도 꽤 만족했던 실습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실습 역시 마찬가지다. 학년 상관없이 기초적인 것들 (피펫팅, HI 등)을 배울 수 있고 학부생들이 최대한 직접 해보도록 기회를 제공해준다. 이 점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나는 당시 비임상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에 도움이 되었고, 같이 실습했던 룸메는 지금도 임상만을 꿈꾸고 있는데 학기 중에 했던 비임상 실습은 별로였지만 이 실습만큼은 재밌었다고 했다. 이왕이면 조류질병학 수업을 듣고 이 실습을 하는 게 맞지만, 학년에 상관없이 한 번쯤, 특히 우리 학교 학생이라면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 사람당 한 마리씩 직접 부검 실습을 교수님의 지시에 따라 해 본 사진. 비위가 강한 사람들만 볼 것을 추천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교수님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마 본 1 때부터 그랬는데, 교수님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나의 진로에 대한 고민이나 여러 고민들을 모두 진지하게 이야기해주시기 때문이다. 일부 교수님들은 찾아봬면 귀찮아하시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내가 개인적으로 연락드려서 찾아간 교수님들은 모두 살갑게 대해주셨고 나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셨다.
조질 실험실에는 총 3분의 교수님들이 계시는데, 이 중 우리 학교 선배시기도 한 두 젊은 교수님들과의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재밌었다. 낯을 가리는 친구들은 좀 힘들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학교 선배로써 이 두 분은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해주셨고 당시 진로 고민이 한창이었던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요즘 바빠서 찾아뵙지를 못했는데 다음에 또 교수님과 차 한잔 하러 찾아뵐 예정이다.
3. 기타 복지
보통 실습을 하면 중식 제공 정도는 기본이지만, 특히 다른 지역에서 실습할 경우 숙박비가 문제다. 부산에서 동물원 실습을 했을 때도 게스트하우스에 2주 동안 묵으면서 모두 사비로 냈고 분당에서 2주간 실습할 때도 고시원 비용과 저녁밥은 거의 사비로 냈기 때문에 지출이 어느 정도 있었다.
이 실습은 그렇지 않았다. 중식 제공은 많지는 않지만 제공되었고, 점심을 먹고 난 뒤에는 항상 차와 여러 간식들을 교수님 방에서 대학원 선생님과 먹을 수 있었다. 기숙사 역시 실습기간 동안 베개, 이불과 함께 무료로 제공되었고 실습이 끝나면 약 10여만 원 정도? (금액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소정의 실습비가 주어지기도 한다. 돈을 주고 실습을 해야 하냐, 돈을 받고 실습을 해야 하냐 에 관한 이야기는 예전부터 많이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 후자가 적기 때문에 이런 실습은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마치며
사실 이렇게 장점들을 적기는 했지만, 누군가에게는 별로였던 실습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블로그의 글들을 자주 읽는 분들은 알겠지만,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라는 것이 나의 모토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여러분들이 어떤 실습을 하든 적극적으로 실습에 임하길 바란다. 무언가를 배우면 메모장에 적고, 궁금한 게 있으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물어보자. 그만큼 배우는 게 있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2주 동안 챙겨주신 교수님들, 대학원 선생님들, 그리고 행정실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지원기간이 지금 기준으로 내일이긴 하지만, 이번에 놓치더라도 방학 때 뭐하지? 생각이 든다면 이 실습을 한 번쯤 해보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