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과 3학년 생활 (1)에 이어집니다.
5. 야생동물질병학
야생동물질병학은 흔히 '야동'이라고 줄여서 말하는데, 수의대 내에서 야동이라고 하면은 다들 잘 이해하지만 밖에서 야동 야동 거리다가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의심스러운 눈빛을 한번씩 받곤 하는 과목이다. 😂 개인적으로 한 학기만 배워서 매우 아쉬웠던 과목이었는데, 내가 본3 1학기 전에 동물원이랑 아쿠아리움 실습을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수생 교수님께는 죄송하지만 작년같은 수업 방식이었으면 수생을 한학기만 하고 야동을 1년동안 했으면 더 좋았을지도..?
많은 수의대생들이 소동물 임상 수의사가 꿈꾸는 상황임에도 학번마다 한두명씩은 야생동물 수의사가 되고 싶어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야생동물 수의사가 매우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지구에 존재하는 식물, 동물, 미생물을 합친 지구생물량 중 0.01%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최근 수백년, 수천년간 인간이라는 존재는 지구에 큰 영향을 끼쳤고 특히 산업혁명 이후 도시화가 진행되며 야생동물들의 터전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어찌보면 동물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의무고, 이것의 최전선에 서는 직업이 바로 야생동물 수의사다. 동물을 다룬다는 직업에 한정해서 본다면, 야생동물 수의사는 수의사 중에서도 끝판왕이 아닐까 싶다. 종종 인터넷에서 밈(meme)으로 떠도는 말이 이 글의 첫번째 이미지인 '의사는 사람이라는 한 종만 다루지만, 진짜 의사(수의사)는 모든 종의 동물들을 다룬다'는 말인데 물론 joke이긴 하지만 한번씩 들으면 소위 수뽕이 가득 차곤 한다. 😂
그럼에도 많은 수의대생들이 야생동물 수의사를 꿈꾸다가도 포기하는 이유는 하는 일에 비해 열악한 환경 때문일 것이다. 보통 동물원이나 아쿠리아움 소속으로 일하게 될텐데 자리도 없을 뿐더러 새로 채용하더라도 초봉이 평균 월300으로 다른 분야에 비해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내가 직접 야생동물 수의사분을 만나뵌 적은 없어서 더이상의 자세한 이야기는 모르지만 여튼 우리나라에서 일하기에는 어느정도 한계가 명확해 보인다.
다시 수업으로 돌아와서, 교수님이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한 아시아야생동물전문의시다보니 수업을 잘 하시기도 하고 이번에도 로테이션을 돌았는데 교수님과 얼마 같이 있지 않았지만 professionalism을 잠깐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시험의 경우 수업하신 내용에서 나오는 편이니 수업을 잘 듣는 것이 좋다.
6. 수의외과학
수의학의 꽃, 임상. 그리고 임상의 꽃, 외과. 예과 2학년 겨울방학때부터 외과 실험실 소속으로 쭉 실습한 나로써는 외과에 대한 애정이 크다. 한창 외과 실험실에 들어가기 전, 학부생이나 대학원 선배들과 회식을 할 때 단골질문이 '넌 외과에 왜 들어오고 싶어?' 인데, 그때는 지금보다 철이 없던 때라 '아유~ 입학할 때부터 외과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라고 했지만, 어느정도 진심이 담겨 있었다. 내 블로그를 쭉 읽어본 분들은 알겠지만 내가 소동물 임상을 간다면 외과, 그 중에서도 흉부외과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외과 실험실을 들어간건 어느 정도 아다리(?)가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수업 역시 재밌게 들었다. 외과는 내과와 함께 우리 학교에서 본3 1학기부터 본4 1학기까지 듣는, 무려 3학기나 듣는 중요한 과목이다. 그러다보니 수업이 안맞으면 조금 오랜 기간동안 힘들어할건데, 나는 실험실 소속으로 수술 발표도 하고 그러다보니 대부분은 아니지만 특정 단원에서 다른 동기들보다 어느정도 쉽게 수업을 이해했던 것 같다. 내용의 경우 김교수님은 총론부터 시작해서 상부소화기 등 soft tissue 위주로 수업을 하셨고 허교수님은 간담계, 호흡기, 심혈관계 수술 위주로 수업을 하셨다. 시험의 경우 김교수님은 거의 그대로 내시기 때문에 가볍게 봤지만, 허교수님의 경우 난이도가 상당하다. 아마 본3 과목 중 TOP3 중에 아닐까 싶다. 특히 어디서 나올지를 모르기 때문에 수업을 잘 듣는 것이 좋다.
실습의 경우 2학기 때 마취실습을 한다. 다만, 이 역시 코로나때문에 제대로 된 실습을 하지 못했는데 우리 학교에는 '신데바'라는, 실제 개의 피부와 장기 등과 비슷하게 만들어놓은 모형으로 실습을 진행한다. 기억에 남는건 우리가 직접 삽관을 해보는 것이었다. 나중에 소동물 임상을 한다면, 특히 외과를 한다면 필수로 알아야 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짧았지만 재밌었다.
아, 그리고 원래 대면으로 하면 봉합(suture) 시험을 대학원생 선생님 앞에서 직접 본다. 우리의 경우 비대면이었기 때문에 영상으로 교수님께 제출했지만 아마 올해도 후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영상을 찍었던 것 같다. 지금은 병원을 하고 계시는 원장님들이 지원해주셔서 아마 우리 학교만의 suture kit를 계속해서 후배들이 물려받아가며 쓸건데 정말 이 때 연습을 많이 해놔야 나중에 수술실습 등을 할 때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만약 이 키트를 받는다면,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해보자. 봉합은 많이 해봐야 늘기 때문이다.
외과가 어떤 과로 나뉘어져 있는지 등의 자세한 설명은 이후 내가 진로를 정하고 나서 어떤 과를 공부할지 고민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차근차근 풀어볼 예정이다. 이번 글은 본3때 어떤 과목들을 배우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외과에 대한 이야기 역시 여기서 맺는다.
7. 수의임상병리집담회
본격 교수님 썰 듣는 시간. 교수님이 예전에 러시아를 다녀오셨는데 고등학교 친구들과 러시아를 예전에 가본적이 있어서 재밌게 들었다. 바이칼 호수,,, 나중에는 꼭 가봐야지! 사실 과목명이 왜 이러는지는 아직도 잘 이해를 못하겠다. 본4인 지금도 이 수업을 듣고 있는데 본3때 이 과목은 집담회라기보다는 교수님의 잡담회랄까 😂 그래서 가볍게 들었다. 시험은 본2때 배운 병리실습 시험과 비슷했다. 땡시처럼 봤는데 아마 선배들 자료로 공부했던 것 같다. 대학원 선생님들도 선배들 자료 있는거 다 알고 있으니 그거 위주로 보면 될 것이다. 이 과목은 기억에 남는게 별로 없어서 ㅋㅋㅋㅋ 넘어가도록 하겠다.
8. 수의임상병리의학
나왔다.. 본3 과목 중 끝판왕, 임병이 되겠다. 정말 나 말고도 본3 과목 중 가장 어려운 과목을 꼽자면 임병을 꼽을 것이다. 이거는 기출문제만 본다고 시험을 잘 보는 문제가 절대 아니다. 아무리 족보만 달달 외워도 교수님이 족보에서 변형하거나 아예 새로운 케이스를 가지고 오신다. 교수님이 우리를 과대평가하시는걸까 아니면 우리가 못하는걸까... 교수님은 회사도 따로 차리시고 원장님들 상대로 강의도 하시고 운영하시는 네이버 카페에 케이스도 올려주시는 대단한 분이시다. 적어도 임병 쪽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는 분이시지 않을까 싶다.
사람의 경우 임상병리사가 따로 있지만, 수의학의 경우 수의임상병리사라는 직업은 따로 없고 테크니션(수의간호사) 선생님들이 기계를 돌리거나 그런 일을 하신다. 임상병리의학이라는 과목은 환자의 혈액을 CBC (Complete Blood Count - 적혈구, 백혈구 등 수치 검사), Blood Chemistry (간-ALT, AST 등, 신장-BUN 등), 전해질 검사 등으로 환자가 어떤 상태인지 분석하는 것이다. 이것이 정말 중요한게 제대로 분석을 해야 내과에서는 어떤 약을 처방할 것인지, 외과에서는 술전검사를 통해 이 환자가 마취할만한 상태인지, 어떤 수액을 줘야 하는지가 갈린다.
무엇보다 이 과목이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어떤 수치가 내려갔다고 해서 이 질병이다! 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하나의 수치뿐만 아니라 다른 수치랑도 복합적으로 봐야하고, 또한 예외가 있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높은 것인지, 단정할 수가 없다. 그래서 수많은 가능성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어렵게 느껴졌다.
대학원의 경우 임상병리의학 전공은 흔하지 않다. 아무래도 대형병원에서만 뽑을 수 있을 정도로 수요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적어도 임상에서는 임상병리의학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 분야가 재밌다면 더 공부해볼만 하다. (나는 못할 것 같다 😂)
9. 조류질병학
조류질병학, 조질은 2학기 때 배우는 과목으로 전염병과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서 계속 상재하는 AI뿐만 아니라 닭과 오리 등과 관련된 질병의 대부분을 배운다. 실제로 장교수님이 엄교수님이 임용되시기 전에는 전염병학 수업을 쭉 하신 것처럼 조질 역시 전염병의 연장선이라고 보면 된다. 왜 그러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장교수님이 수업 PPT를 주시지 않아서,, 거의 유일하게 책을 샀던 과목이다. 그래서 후배들도 이 글을 본다면 조질은 책을 사는 것이 좋다. 책 한권을 한학기만에 끝내시기 때문에 수업이 빡세다.. 나머지는... 필요하면 사도록 하자. 외과, 내과의 경우 나중에 임상을 한다면 그때 또 신판이 나오기 때문에 안사려고 했는데 저번에 로컬실습 갔을 때 아이패드에서 언제 찾냐고, 책은 사라고 꾸짖음을 들었다. 😥
개인적으로 조질 실습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겨울에 수의대 소속 가금류질병방제센터에서 2주간 실습을 하면서 이걸 학기중에 했으면 좋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도 몰랐던 사실인데, 우리 학교 조류질병학 교수님은 총 3분이며 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다. 그만큼 우리학교가 조질에 강점이 있는 학교고 이 쪽에 관심있는 수의대생들은 다른 학교에서 우리 학교로 실습을 오기도 한다. 이런 정보를 아는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학교에는 거의 없다. 그래서 교수님들과 상담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프로그램 홍보 많이 해달라고 했다. 실습 이야기는 또 나중에 글로 풀도록 하겠다.
시험의 경우 생각보다 빡셌던 과목이다. 워낙 양이 많다보니 외울게 많았는데, 뭐 본3 정도 되면 암기의 연속이니 이정도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ㅎㅎ
본3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다. 작년은 참으로 아쉬웠다. 코로나로 인해 이제까지 받아왔던 수업과는 다르게 줌으로 수업을 듣는 것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고, 무엇보다 실습을 대부분 하지 못했다. 물론, 우리 학년뿐만 아니라 모든 학년들이 다 그랬겠지만 임상만을 배우는 본3때 코로나가 터져버려서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의 욕구를 교수님들이 열심히 노력해주셨음에도 채우지 못한 것 같다. 사실 아직도 불안하다. 내가 이래서 필드에 나갈 수 있을까? 물론, 남자들은 군대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걱정이 덜(?) 하지만, 여자들의 경우 고민이 더 많을 것이다. 참으로 고민이 많은 요즘이다.
블로그 글은 적어도 일주일에 한편씩은 써보도록 하겠다. 다들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