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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 전 학년 생활은 개강하기 전에 쓰는게 맞는데, 막상 개강하고 보니 3월 한달내내 정신없이 보내서 이제야 쓰는 본과 3학년 생활이 되겠다. 사실 여전히 할게 쌓여있지만 유난히 하기 싫을 때 블로그에 글을 쓰다보면 글이 잘 써지는 아이러니 😂
후배들한테 간간히 내 블로그 이야기를 듣는데 이 글들이 단순히 과목 소개가 아니라 우리학교에 맞는 꿀팁 같은거라 종종 들린다고 한다. 이번에도 한번씩 MSG를 넣는 것처럼 블로그에 방문하는 후배들만을 위한 꿀팁을 넣어보도록 하겠다. 😉 그러면 차근차근 본과 3학년때는 무엇을 배우는지 알아보자.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아래 과목들은 가나다순이다.
<시작하기에 앞서>
모두들 알다시피 작년 초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예년과 다르게 실습도 거의 못하고 이론 수업 역시 비대면으로 올라오는게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이 글을 보는 후배들은 참고만 하는 것이 좋고 현재 본3부터 다시 제대로 된 수업을 듣고 있으니 그 친구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수의전염병학은 본2때와 별 다를게 없었으므로 생략한다.
1. 수의내과학&실습
우리학교 내과는 크게 대동물내과와 소동물내과로 나뉜다. 각각 한 교수님이 가르치시는데, 먼저 대동물내과학의 경우 작년에 가볍게 들은 것 같다. 아무래도 대부분의 동기들이 소동물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나 역시 당시 소동물 임상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었기에 대동물내과학은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들었다. 본4가 된 지금도 이 교수님의 수업을 듣고 있는데 교수님 수업은 비대면보다 대면이 더 나은 것 같다. 설명을 더 알기 쉽게 해주신달까..? 물론, 교수님 특유의 되물어보는 질문때문에 살짝 스트레스받긴 한다.. 수업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3학년 여러분~", "에? 예?" 이게 정말 노이로제걸릴 정도로 교수님이 항상 그러시다보니 ㅜㅜ 조금만 줄여주셨으면 좋겠다,, 교수님 수업 열심히 듣고 있어요 😥 대동물 내과 실습도 하면 좋을텐데,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에도 한다는 말을 못 들었던 것 같다. 가끔씩 병원에서 실습하다보면 대학원 선생님들과 한번씩 농장으로 출장나가시곤 한다더라.
대동물 내과는 말 그대로 산업동물에 대한 내과학을 배우는 수업이며, 특히 소 위주로 배운다. 교수님 전공 분야가 그쪽이신걸로 아는데 그래서 그런거일수도..? 기억에 남는건 고창증뿐,, 아 이래서 학기 끝나고 바로바로 써야하는데 머리 속에 남은게 없다 🙄
소동물내과학은 또다른 박교수님께서 가르치신다. 선배들로부터 '이 교수님 수업은 정말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봤고, 실제로 수업을 들어보니 그랬다. 특히 이 교수님이 심장 쪽으로 나름? 유명하다고 해서 되게 열심히 들었는데, 역시 어렵다... 아, 우리 학교는 본3 1학기는 대동물내과학만, 2학기부터는 소동물내과학도 병행한다. 근데 여름에 분당에 있는 심장전문 동물병원에서 2주간 원장님께 스파르타식으로 배운 결과 적어도 MMVD에 관해서는 그 당시 동기들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확실히 그 내용은 나에게 쉽게 다가왔다. 그렇게 느낀건 본3 끝나고 로컬실습 나가볼걸,, 이었다. 그러면 그만큼 알고 있는 지식이 있기 때문에 실제 필드에서 접하는 케이스들이 더 잘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만큼 많은 내용을 알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겠지만, 나처럼 별로 배우지 않은 것보다는 훨씬 낫다.
여튼, 다시 수업으로 돌아가자면 아무래도 심장 관련해서 수업을 많이 해주시만 교수님의 수준을 우리가 못 따라간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이 내과에 정말 열정이 있다면 넬슨으로 한번 독학하면서 공부해보길 바란다. 대동물내과학, 소동물내과학 모두 시험이 기출문제를 타는 편인데 상대적으로 소동물이 어려운 문제가 좀 있었다. 근데 당시 비대면이었기 때문에 거의 모든 교수님들이 기출문제 위주로 내셔서 그런걸 수도 있다. 수업을 들어보니, 내과는 확실히 어렵다. 머리로 이해해야 하는 과목은 참 어렵다. (실습은 기본적인 바이탈 재는 방법들이랑 IV 카테터 잡는 법 (동물을 상대로 직접 하지는 않았고 수액튜브에 코반을 감은 것들로 했다) 등을 선생님들과 간단하게 했다)
2. 동물인공수정학 & 수정란이식학 / 수의산과학
나의 친한 지인들 몇 명은 알겠지만, 요즘은 산과학실에서 학부생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어쩌다보니 실험실이 2개가 되었지만, 그래도 외과는 본3 여름에 모든 실습이 다 끝났고 그 뒤로 딱히 실습할 일이 없으니,, 두개 들어가도 되지 않을까? ㅎㅅㅎ 지난 2월 말부터 쭉 해오고 있는데, 생각보다 재밌다. 특히나 요즘같이 진로 고민이 많은 와중에 큰 경험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교수님도 잘 이끌어주시고 실험실에 계시는 박사님도, 그리고 같이 일하는 친구도 다 좋아서 랩실 분위기 자체는 훈훈하다. (혹시나해서 말하는데 외과가 안좋다는건 아니다 😂)
이렇게 실험실 생활을 잘 하고 있는 나에게도 작년에 들었던 산과는 '노잼', '어렵다' 이 단어들로 요약할 수 있겠다. 일단, 교수님 두분 모두 나긋나긋하신 목소리였고 게다가 피피티에 녹음만 해서 올려주셔서 아무래도 줌보다 상대적으로 덜 집중을 할수밖에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산과가 정말 어렵다. 본4가 되면 알겠지만 산과는 엄연히 국가고시에서 외과/내과보다는 덜하지만 전염병 같은 과목과 나란히 하고 있는 나름 '메이저' 과목이다. 의대에서도 생명을 다루는 바이탈과 중에 하나로 산부인과가 들어가는 것처럼 산과 역시 생각보다 중요하다. 특히 호르몬 파트에 있어 생리학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생리학이 어렵게 느껴졌다면, 산과 역시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호르몬들이 나중에 가면 정말 머리 속에서 뒤죽박죽 돼버린다.. 여름에 다시 공부해야지 '-'
동물인공수정학과 수정란이식학은 산과에서 파생된 과목이라고 보면 된다. 지금 본3은 가르치시는 두 교수님들이 바뀐 것으로 아는데, 사실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에 두 분이서 바꿔서 가르치셔도 상관없을 것 같다. 다만, 인공수정학과 수정란이식학은 말그대로 그 둘에 조금 더 집중해서 배운다. 내가 지금 산과실에서 하고 있는 것들은 이것들에 가까운데, 사실 수업시간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막상 이것을 직접 실험해보니 나름 재밌다. 막 뉴스에서만 보던 가느다란 막대기로 난자를 푹 찔러 그 안에 정자를 넣는 것을 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서 그 전 단계, Blastocyst 형성까지 요즘은 매주마다 키우는 중이다. 처음에는 실수가 엄청 많았지만, 역시 하다보니 는다.
과제 같은 경우에는 유교수님이 우리들을 많이 괴롭히셨다.. 매 단원마다 10문제 정도 문제를 직접 만들어오라고 하셨는데 워낙 꼼꼼하셔서 기출문제 같은 곳에서 긁어가면 바로 알아채시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꺼 베끼는 것을 정말 싫어하시는 편이라 웬만하면 창작을 해야 하는데.. 진짜 나중에는 뭘 어떻게 내야하지 고민하면서 구글에 '시험 유형'을 검색하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내면 나름 10문제는 채울 수 있으니 참고하길 ㅎㅎ 시험 역시 우리때가 레전드였던 것 같다. 이제까지의 경향과는 다른, 정말 수업을 들어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나왔고 나 역시 본3 과목들 중에서 외과 다음으로 가장 어려웠던 것이 산과였다. 전 교수님같은 경우에는 시험을 최소 60점은 맞을 수 있도록 깔끔하게 내시는 편이고 과제도 그렇게 어려웠던 것 같지는 않다.
3. 수의방사선학
방사선은 본3 1년 중 가장 재밌게 들었던 과목 중 하나였다. 뭐랄까, 객관과 주관이 모두 들어있는 과목이랄까..? 흔히 '쓰랄'이라고 부르는 방사선 책 초반에 한 문장은 '방사선 판독은 마치 예술과도 같다' 라고 서술되어 있다. 마치 하나의 그림을 가지고 평론가들마다 해석이 다 다른 것처럼 방사선 역시 어느 정도 객관적인 기준을 충족하면 그 이상은 오로지 판독자의 능력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직관적인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특히 정형의 경우 눈에 보이는대로 판독할 수 있기 때문에 2학기때 재밌게 들었다. (다만 이게 복강이나 흉강으로 들어갈 경우 X-Ray상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석하는 데 꽤 애를 먹는다)
다만, 본1 친구들은 알겠지만 매주 해부실습 레포트를 쓰는 것처럼 방사선실습 레포트 역시 매주마다 해야 한다. 근데 그때는 막 부담스럽고 스트레스 받았다면, 방사선은 아무래도 교수님께서 대부분 수업시간에 가르쳐주시고 선배들 자료도 있다보니 부담스럽다기보다는 귀찮다? 정도다. (사실 선배자료는 케이스가 매해마다 바뀌기 때문에 그냥 참고하는 용도로만 사용된다) 시험 역시 어렵지 않았다. 최근에는 로컬에서 매우 유명하신 분이 교수로 임용되셨는데 개인적으로 이 분 강의를 들어보고 싶었는데 2학기때 초음파 수업을 들으면 들을 수 있을지..?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아무래도 이교수님이 한국수의교육학회 회장이시다보니 수의학 교육에 관해서 관심이 많으신 편이다. 그래서 중간고사 대체 레포트로 플라톤의 '향연'을 참고하여 우리 학교 수의학 커리큘럼에 대한 평가를 내주셨는데, 미국, 영국, 호주 등 수의학 선진국과 AVMA 인증을 받은 서울대 수의대 커리큘럼을 비교하면서 아직 우리 학교는 갈 길이 멀었구나 라는 걸 느끼게 하는 과제였다. 이 레포트를 이용해서 나중에 블로그에 글로도 쓰겠지만, 6년동안 수의대를 다니면서 느낀 점은 '과연 우리가 수의사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이렇게 수의사가 되어도 되나?' 인데 이것에 관해서는 차후 서술하도록 하겠다.
<수의학 교육 참고 기사>
수의대생이 수의학교육 성과를 스스로 평가하는 시대가 온다
[수의교육학회와 함께 하는 추천도서③] 티마이오스
4. 수생생물의학
수생은 말 그대로 강/바다에 사는 동물들에 관해 배우는 학문이다. 다만, 수생 과목에 대해 할 말이 없는게,, 1년동안 시험도 한번도 안봤고 수업 역시 2학기때는 다섯번도 안하셨다. 1학기도 그쯤...? 그래서 아는게 없다. 정말 수생이라는 과목이 어떤 건지 맛볼 정도..? 로 배운 것 같다. 마치 예과 때 교양 듣는 느낌이랄까? 아직도 기억에 남는건 EBS 다큐를 보면서 고등어잡이 하시는 어부들을 보며 '아 정말 고생 많이 하시는구나.. 고등어 회 맛있겠다.. 근데 저것도 맨날 먹으면 질리겠지?' 이런 느낌의 감상문을 썼던 것이다 ㅋㅋㅋㅋ 기억에 남는게 이게 유일한거면 말 다 했다.
개인적으로 수생이 참 아쉬운 학문인게 지구는 육지보다 바다가 차지하는 비율이 훨씬 높고 어업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필수 산업 중 하나다. 3면이 다 바다로 둘러싸여있는 반도에서는 어업이 망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수의사가 그쪽으로 너어어어어무 안가버려서 수산질병관리사라는 직업을 따로 만들었는데, 이는 매우 아쉽다. 그렇다고 그 쪽으로 가라고 재촉할 수는 없지만 최근에는 '공공수의대' 이야기도 나올만큼 소동물 임상에 편향된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아마 '대동물질병관리사' 라는 직업도 조만간 나오지 않을까 싶다.
여튼 수생은.. 시험도 안보고 모두 레포트라 후배들에게도 할 말이 없다. 근데 선배들에게 듣기로는 수생이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양을 자랑하는 시험이라 빡세다고 들었는데, 후배님들 화이팅!
남은 다섯개의 과목들은 2편에서 서술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