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국가고시 끝나고 정말 일주일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서 로스트아크만 주구장창 하다가 현타가 쎄게 와서 쓰는 글이다. 인생 마지막 휴식일 수도 있는데, 친한 애들이 여행가자고 했는데 집에서 코로나때문에 어딜 가냐고 반대하셔서 우울한 요즘이다. 진짜 지금 말고는 이제 동기들 얼굴 보는것도 힘들텐데,,
약 7개월만에 쓰는 글이다보니 내가 어떻게 써왔는지도 까먹었고 블로그에 써야겠다~ 라고 생각한게 6개정도 되는데 그 중에서 살릴만한게 몇개 되지 않아 그것들이라도 면허가 나오기 전에 수의대생으로 쓰는 수의대 이야기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국시는 합격해서 이제 나도 거의 수의사가 된 상태고 설날 이후에 자교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자세하게 서술하도록 하겠다.
본과 4학년 생활 한줄평
로테이션만 제외한다면, 예과 3학년 느낌. But, 2학기때부터 몰려오는 국시에 대한 압박감.
로테이션
본과 4학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2개가 있는데, 바로 로테이션과 국가고시다.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로테이션은 학교마다 다른데 (예를 들어 서울대는 1년내내 로테이션을 돈다) 우리 학교는 5개의 과(외과/내과/방사선/임상병리/야생동물)를 2주씩 돈다.
보통 우리 학교는 이 조가 본과 3학년 실습때부터 조별로 하기 때문에 본2 2학기부터 슬슬 짜는 편이다. 그래서 친한 친구들 위주로 하는 편이고 어느 학번이나 이 과정에서 트러블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나는 다행히 8명 모두 친하기도 하고 불편한 친구들이 있는 것도 아니었어서 편하게 로테이션을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인원을 채우기 위한 소위 '비즈니스'로 이루어진 조에서는 여기저기 안좋은 이야기가 많이 들리곤 했다. 어떻게 보면 조를 잘 짜는 것이 로테이션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
참고로 위 일정을 보면, 가장 빨리 끝나는 조가 10/8, 늦게 끝나는 조가 12/3인데 우리는 졸업시험을 12/10에 봤기 때문에 로테를 가장 늦게 끝나는 조는 졸업시험 일주일 전, 국가고시 약 한달 전에 끝나므로 가급적 순서와 상관없이 로테가 빨리 끝나는 일정을 추천한다. 보통 국고장이 있는 조가 가장 빨리 끝나는 조를 선택하는데, 이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국고장은 할 일이 정말 많다.. 본4 2학기가 스트레스도 가장 많이 받고 그만큼 어깨도 무거웠던 것 같다. 혹시나 본인이 수의대생이라면, 국고장의 지시를 잘 따르도록 하자. 제발.
본론으로 돌아와서 과별로 어떻게 도는지, 그리고 간단한 팁 정도를 말하면 다음과 같다. (순서는 실제로 돌았던 과 순서)
1) 야생동물
우리 조는 가장 먼저 야생동물 로테이션부터 돌았는데,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1주, 그리고 실험실에서 1주 총 2주를 실습했다. 센터에서는 야생동물 전공 수의사 선생님들이 진료하시는걸 옆에서 도와드리고 실험실에서는 채혈한 것들을 혈액검사 돌리거나 슬라이드를 만드는 등의 일을 한다.
기억에 남는 것은 아마 매였나 날개가 부러져서 고정장치를 이용해 고정시키는 수술을 옆에서 보조한 적이 있었는데, 되게 어려운 수술처럼 보이는데 그걸 수월하게 해내시는 선생님들이 대단해보였다. 옆에서 본 야생동물 진료 수의사는 외/내과적 지식을 모두 다 알아야하며 무엇보다 동물별로 정해진 약 용량이 텍스트나 논문에 있긴 하지만, 야생동물 전용 약이 없어 (비타민 같은 영양보조제 제외) 경험에 비롯한 진료를 한다는 것이 가장 어려워보였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용량을 어느정도 다르게 해도 치료효과가 있다는 것이었지만, 어쩔 때는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와 별개로 고라니는 고양이보다 더 예민한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죽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해서 조금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야생동물이 안락사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반려동물과는 다르게 보호자가 없는 동물들이다보니 치료에 진전이 없으면 수의사의 판단 하에 안락사를 시킨다. 안락사를 시키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심한 부상을 입고 들어오는 야생동물(교통사고 등)이 많아 그만큼 안락사 비율이 높은듯하다.
2주밖에 안했지만, 야생동물 수의사를 꿈꾼다면 아무래도 다른 전공에 비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자리가 거의 없고 (동물원, 국립공원 등) 하는 일에 비해 페이도 적기 때문에 정말 사명감이 아니면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2) 내과
내과는 본인이 외과/내과 실험실 소속이라면 무난하게 할 수 있는 로테이션이었다. 나는 외과 실험실이었기 때문에 하는 일은 조금 달랐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보정이나 약 용량 계산 정도는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무난하게 할 수 있었다. 우리 학교만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내과 대학원생 선생님들이 유난히 많아서 A/B/C/D 이렇게 선생님들끼리 조를 나눠서 진료를 보고 우리들도 한명씩 그 조에 들어가서 선생님들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배웠다.
내가 있었던 조는 1년차 쌤이 아는 선배기도 했고 그 외 선생님들은 처음 뵀지만 다들 좋으신 선배님들이었기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재밌게 했었다. 무언가를 물어보면 친절하게 다 알려주셨고, 가끔씩은 공부해오라는 숙제도 내주시고 그걸 선생님들께 다시 답하는 것도 했고 유익한 실습이었던 것 같다.
한 때 흉부외과 수의사를 꿈꿨던 나로써는 수의학에서 심장을 하려면 내과쪽으로 가야한다는 것을 깨닫고 내과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외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약물을 처방하는 것이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변수와 가능성들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내과는 못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본3때 내과를 배우면서도 느꼈지만, 옆에서 본 내과라는 과목은 정말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전공이었다. 소동물 임상을 한다면 공부는 안할 수 없지만, 그 중에서도 공부를 더 하고 싶다면 내과를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3) 대동물 (평창실습)
우리 학교는 5월쯤에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로 2박 3일간 대동물 실습을 간다. 원래는 4박 5일로 알고 있는데 코로나때문에 2박 3일로 줄여 '대동물 기본과정'을 진행한다. 아무래도 2박 3일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배우지는 못하지만, 보정법, 채혈, 주사 등 진료에 가장 필요한 핵심적인 것을 서울대 교수님과 대학원생 선생님들이 정말 자세하게 가르쳐주신다.
나는 이때쯤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기에 나중에 여름에는 대한수의사회에서 진행하는 '수의대생 대동물 심화과정'을 2주간 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서술하도록 하겠다. 많은 학생들이 이 2박 3일간의 짧은 기간임에도 '아 대동물 못하겠다'라고 rule-out 하는데, 잠깐이지만 대동물 진료 자체가 힘이 정말 많이 들고 고되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평소에 운동을 하는 편도 아니어서 체력이 많이 딸렸는데, 대동물을 나중에 한다면 '운동은 필수'라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취미가 아닌 생존을 위해서.
여튼 기본과정 자체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내 자신이 스스로 해낼 수 있을때까지 충분한 기회와 시간을 주시고 하나하나 가르쳐주시기 때문에 온전히 실습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웬만한 수의대는 대동물 실습을 여기로 가서 배우기 때문에 혹시나 가게 된다면 본인이 대동물에 전혀 관심이 없더라도 최선을 다해 실습에 임하길 바란다. 아무리 소동물 임상을 하더라도, 수의사는 모든 동물을 기본적으로 다룰 줄 알아야하고 대동물도 그것에 포함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4) 임상병리
임상병리는 원래 대학원생이 없었어서 로테이션을 진행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대학원생 선생님이 두분 들어가셔서 로테이션도 진행하게 됐다. 임상병리 로테이션에서 실습생들이 크게 하는건 없다. 있어봤자 올라오는 혈액을 기계에 돌리는 정도..? 우리가 분석할 수는 없기에 이외 시간에는 각자 공부를 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다들 임상병리 로테이션을 돈다고 하면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하러 가네~' 라고 장난반 진심반으로 말하곤 한다. 친한 선배 한명이 대학원생이어서 편하게 로테이션을 돌았던 것 같다.
5) 방사선
로테이션을 돌았던 과 중에 가장 기대이하였던 과를 꼽자면 바로 방사선이다. 아무리 본4 실습생이라고 해도 잡일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영상에서는 배우는게 거의 없었고 눈치만 많이 봤다. 요즘 영상 인기가 갈수록 많아져서 대학원생 선생님들도 엄청 많은 편인데, X-Ray 찍으러 다른 과에서 오면 보통 1년차 선생님들이 보정하는데 괜히 우리가 가봤자 직접 보정을 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납복만 입고 옆에서 쳐다보기만 한다. 가끔씩은 우리가 직접 보정하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진료 케이스가 너무 많다보니 그럴 일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보통 우리들이 초음파 보정을 많이 하는데, 2주동안 그렇게 많이 보정했음에도 내 머리 속에 들어있는건 거의 없다. '그럼 왜 선생님들께 안물어봐?' 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때는 막 1년차 선생님들이 2년차 선생님들로부터 배우면서 직접 초음파를 찍어보는 시기였기 때문에 안그래도 정신없는데 우리가 질문을 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어떤 선생님은 '이게 뭘까요~?' 하면서 친절하게 가르쳐주시기도 했지만, 대부분 무언가를 물어볼 분위기는 아니었다. 거기에다가 다른 과 선생님들도 계시니 우리는 소위 '보정 machine' 그 자체였다.
CT/MRI는 우리가 더욱더 할 수 있는게 없기에 찍기 전/후 정리만 조금 도와드리는 편이다. 이외 남는 시간에는 영상실에서 키우는 개/고양이들 밥주고 물주고 청소하고 그게 다였다. 외/내과에서도 밥주고 물주고 하는건 다 하지만, 그거는 입원환자들 상대로 하는거고 외과에서 키우는 실험견들은 그 실험실 소속 학부생들이 관리한다. 청소하는건 그렇다쳐도 거기에서 키우는 애들 밥주고 물주고 산책시키는건 영상 실험실 학부생들이 해야하지 않나 싶다. "어려운거 아니잖아?"라고 한다면, 맞아요 어렵지는 않은데 영상 로테이션의 대부분을 보정과 그것들이 차지하니까 실습생의 관점에서는 별로라는 것이다. 이외에 교수님이 직접 퀴즈 형식으로 사진을 보여주며 진행하는 것은 정말 유익했다. 그나마 우리가 뭘 좀 배웠구나~ 라는걸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영상이라는 전공 자체는 되게 괜찮다. 소동물 임상을 하고는 싶은데 보호자와 직접 마주치고 싶지 않다면 임상병리보다 수요가 많은 영상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워라밸도 나름 있는 편이며 요즘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서 영상 대학원을 가려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고 페이도 되게 높은 편이다. 나중에 이 글을 읽고 있는 후배들이 졸업할 때쯤이면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영상은 지금 전성기에 가깝다.
6) 외과
외과는 내가 외과실험실로 방학마다 여러번 실습을 했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 수술실에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다 알고 있었기에 무난히 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실습생들에게는 가장 힘든 실습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어느정도 6시로 퇴근시간이 정해져있는 다른 과와는 다르게 퇴근시간이 평균 8시라고 보면 되고 우리의 경우 첫날부터 오후 늦게 응급이 들어와서 11시쯤에 퇴근하기도 했다.
특히 분위기 자체가 다른 과에 비해 딱딱하고 수직적인 편이다. 예전에 내가 처음 실험실에 들어갔을 때에 비하면 많이 유해지긴 했지만, 조금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 한다. 외과실습을 돌 때 하는 일은 내과와 크게 다를게 없다. 다만, 수술이라는 것이 추가됐을 뿐인데 수술실에서 학부생이 할 수 있는 일은 멸균포장된 기구를 까는 것과 중간중간 교수님이나 대학원생 선생님들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들을 갖다드리는 정도다. 수술전 준비 및 수술 후 정리 정도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니 잘할 수 있다. 아, 수술 후 수술기구 닦고 정리하는 것도 포함한다.
여느 과보다 긴장을 가장 많이 해야하는 과이긴 하지만, 처음 적응하는 기간만 잘 버틴다면 남은 기간은 금방 지나갈 것이다. 외과라는 전공 역시 수요가 계속해서 있기 때문에 요즘은 어느 학교를 가나 웬만하면 인기가 많은 전공이고, 특히 본인이 손재주가 좋다면 외과를 권장한다. 다만, 임상대학원 석사 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변해가고 있고 다른 전공 대학원생에 비해 특히 1년차때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다. 정말.... 외과실습할때마다 이 형들은 자기 인생이 없구나.. 라는걸 항상 느끼는 편이었다. 나중에 그만큼 필드로 나가면 페이를 많이 받기 때문에 버티는 것이겠지만 임상대학원생의 삶은 쉽지 않다는걸 외과 실습 때 가장 체감했다.
7) 케이스 발표
로테이션의 꽃, 하이라이트가 바로 케이스 발표다. 케이스 발표가 없다면, 로테이션 10주? 20주는 더 할 수 있다. 그만큼 학부생 입장에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이 바로 케이스 발표다. 난이도 자체는 야생동물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나머지는 비슷한 것 같다. 영상은 외과/내과를 다 알아야 해서 은근히 어렵고 외과, 내과는 케이스 자체가 어려운 편이다.
무엇보다 해당 전공 대학원생과 계속적인 소통과 피드백이 오고가야하기 때문에 이게 가장 힘들다. 그래서 우리 조는 외과/내과/영상 실험실 소속이 한명씩 있었어서 각자 속해있는 실험실 전공 케이스발표를 했기 때문에 다른 조에 비해 수월하게 소통이 됐고 나 역시 석사쌤들 뿐만 아니라 박사쌤들까지 다 피드백을 해주고 그 앞에서 케이스발표까지 모의로 해봤기 때문에 케이스발표 자체는 좋게 끝났다.
아무래도 대학원생 선생님들이 자기 진료도 바빠 죽겠는데 학부생이 자기 케이스로 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반응이 '다른 쌤꺼 해~' 라고 하시는데 그만큼 선생님들이 꼼꼼히 봐주시기 때문이다. 만약 케이스 발표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위 선생님들께 한소리 듣는 것도 자신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케이스 발표라는건 어차피 나중에 대학원을 간다면 학회나 그럴때 해야하므로 미리 해봐야한다는 취지 자체는 좋지만, 교수님들이 원하는 수준과 학부생이 할 수 있는 수준의 괴리가 있는 것 같다. 듣는 사람이 동기들인지, 아니면 대학원생 선생님들이나 교수님들인지에 따라 만드는 자료의 수준이 달라지는데, 그것부터 확실하게 정해주면 좋겠다. 만약 대학원생 수준으로 한다면, 그것도 문제인게 아직은 우리는 학부생일 뿐인데 너무 높은 수준을 요구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 되돌아보면 이겨내야 하는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케이스 발표였다. 특히 2학기때 늦게 케이스 발표하면 이것때문에 국시 공부를 거의 못하기 때문에 본인이 케발을 걸린다면 빨리 해버리는게 마음 편하다.
8) 로테이션에 임하는 자세
로테이션을 돌다 보면 여기저기 들리는 말이 종종 들린다. 개인적으로 대학원생 선배들 몇명과 친해서 '어느 조는 이렇더라~'는걸 종종 듣곤 한데, 안 좋은 말을 들을때마다 참으로 안타깝다. 그만큼 학번 이미지도 안 좋아지는 건데..
나는 항상 무언가를 할 때 '1인분은 하자'가 목표기 때문에 외과실습 때도 많이 배웠지만, 로테이션을 돌면서 적어도 같은 조원들이나 대학원생 선생님들께 민폐는 끼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선생님들도 좋게 봐주신 것 같고, 그렇다고 우리가 완벽하게 실습을 진행한 것은 아니었다. 가끔씩은 불성실하다는 말이 들려오곤 했다.
만약 본인이 곧 로테이션을 돌거나 미래에 로테이션을 돈다면,
1) 담당 선생님이 시키는 일이 무엇이든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기
2) 궁금하거나 모르는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물어보기 (상황을 봐가며)
3) 로테이션 중에 환자나 본인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지 않기
이 세가지만 지킨다면, 적어도 대학원생 선생님들께 욕을 먹지는 않을 것이다.
이왕 하는거 10주나 되는데, 그 시간을 알차게 써야하지 않을까?
9) 로테이션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알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는 지난 1년간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그 중에서도 프로젝트 기사로 꼭 써야겠다고 한 주제가 바로 '수의대 교육'에 관한 것이었고 그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주제가 '소동물 임상실습' 이었다.
위 그래프는 내가 작성한 기사 중 하나인데 (궁금하면 여기를 읽어보면 된다) 우리 학교의 경우 임상 로테이션에 대한 만족도 자체는 평균에 가깝다. 다만 그래프에 나와있지 않는 임상 로테이션에 바라는 점을 읽어보면 대부분 "왜 로테이션을 도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서울대를 제외한 모든 학교에서 동일하게 나왔다.
왜 이렇게 학생들이 임상 로테이션에 불만을 가지는 걸까?
자료를 조사할 때 느낀 바로는 "직접적인 기회"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위에 내가 쓴 글들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본4 학부생은 그저 잘해봐야 보정이 다다. 이외 주사/채혈 등은 아무래도 환자기 때문에 직접 하기에는 위험하고, 보호자를 마주할 기회도 외과 이외에는 없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기회를 주지 않는걸까? 기회를 준다면 학생들이 잘 할까? 내 대답은 아니다. 일단, 본3때 임상실습때 배우는 것이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주사/채혈의 경우도 아무래도 실험견의 수와 윤리적인 측면때문에 직접 하지 못하다보니 본인이 따로 동물병원 실습을 하지 않는 이상 라인잡는거 하나도 못하고 졸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대학원생 선생님들이나 교수님들의 잘못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다. 미래의 수의사를 길러내는 교육기관이라는 수의대가 졸업하고 바로 수의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충분한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사에서도 말했지만 의사처럼 수의사 국가고시에도 실기를 도입하면 그에 맞게 변할 것이라는 제안을 했다.
사실 교육에 관해 할 말이 많다. 6년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나름 학점도 열심히 챙겼고 학교생활도 열심히 한 학생의 입장에서, 이제는 수의사로서 후배들이 더 나은 수의사가 되길 바라는 점에서 개선해야할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지난 학기 때 일 때문에 모든 교수님들을 한번씩 찾아뵌 적이 있었는데, 그 중에 교육에 관심이 많으신 한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 우리 학교 역시 비효율적인 실습시간을 줄이고 실용적으로 학생들이 더 많이 배우기 위해 커리큘럼 개편을 현재 진행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어른들의 세계'라는 것때문에 쉽지 않다고 들었다.
오랫동안 정착되어 온 것이 변할 때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천천히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적어도 수의대 내 교육은 바뀔 때 확 바껴야 그에 맞게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따라간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전에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고 이후에 소위 "개혁"이라는 것이 현재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