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과 4학년 생활 (2) - 1학기 전필/전선 에서 이어집니다.
2학기 수업들은 1학기 수업들보다 덜 부담이 되는 편이다. 왜냐하면 교수님들도 2학기부터 국시 공부 시작한다는 것을 아시기 때문에 대부분의 수업들이 부담되는 편이 아니다. 본4 첫 글에서도 말했듯이 로테와 국시에 비하면 수업은 아무것도 아니다.
2학기
전공필수
1. 수의법규
수의법규는 수의사와 관련된 법들을 배우는 과목으로, 수의사법/가축전염병예방법/축산물위생관리법/동물용 의약품 등의 취급규칙/동물보호법 등에 대해 배운다. 나는 예과 1학년 2학기때 본인이 관심있는 교양을 마음대로 선택했을 때, 법을 선택했을 정도로 법을 좋아하는 편이었고, 데일리벳 프로젝트 기사 역시 [수의학 AtoZ] L : Law 를 자료조사하면서 되게 재밌게 썼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수업 자체는 별로였다. 처음에는 눈에 불을 키며 열심히 들었지만, 많은 양의 페이지 수의 피피티, 그리고 그 피피티를 그대로 읽어주시는 교수님의 수업으로 나중에는 거의 듣지 않았다.
중간/기말 모두 법규 기출을 그대로 내시는 편이며 다소 옛날 기출문제를 내시는 편이니, 그것들 위주로 공부하면 좋다. (나는 10개년을 봤는데 문제 하나하나 보기보다는 웬만하면 그대로 내시니 답만 외웠다. 근데 생각보다 좀 틀려서 A0였나 B+이었나 여튼 A+은 아니었다.)
법규라는 과목을 떠나 간혹 우리 학교는 아니지만 수의사 선배님들 중에 변호사를 하고 계시는 분들이 몇몇 있다. 데일리벳에 그분들의 인터뷰가 있으니 본인이 관심있다면 찾아보길 바란다. 동물병원과 보호자간의 의료소송뿐만 아니라 동물보호법 위반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으니 동물전문변호사를 꿈꿔도 괜찮겠지만, 개인적으로 동물 관련 소송만 다루기에는 그 사례가 너무 적지 않나 싶다. 다른 민/형사 소송을 진행하며 수의사 출신이라는 것을 살려 동물 관련 소송까지 다르면 희소성이 그나마 생길 듯 하다. 나는 법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논리적으로 글을 쓰는건 자신있지만 말로는 잘 못하기 때문에 변호사라는 꿈은 처음부터 접었다.
오피니언 - 동변과 함께하는 동물법
[인터뷰] 수의사 출신 윤기상 변호사 `수의료 분쟁 대비하려면‥`
`사회와 소통하는 과학자` 수의사 출신 이형찬 변호사
전공선택
1. 수의번식공학
수의번식공학은 말그대로 번식과 관련된 기술들을 배우는 산과의 심화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ART(Assisted Reproductive Technology)라고 하는데, 번식에 필요한 보조기술들을 말한다.
산과 시간에 잠깐 배우는 IVP (In Vitro embyro Production) 뿐만 아니라 정액동결보존 (Cryoperservation) 등이 대표적이며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SCNT (Somatic Cell Nuclear Transfer) 등에 대해 간단하게 배운다. 어떤 media를 쓰고 어떤 원리며 정자의 운동성은 어떻게 확인을 하고,,
언뜻 들어보면 참 재미없게 들린다. 그러나 나는 이미 여름방학 때 진로를 정해서 그런지 몰라도 어려웠지만 그래도 들을만 했다. 시험을 보기는 보는데, 2학기쯤이면 국시 공부를 한창 할 때니 교수님께서도 그냥 기출문제를 그대로 내주신다. 학점은 A+는 기본으로 주시기 때문에 꿀빨고 싶은 후배들에게 추천한다. 본인이 이 쪽에 관심있으면 더 좋고!
2. 어류질병진단학
어류질병진단학은 본3때 배우는 수생생명의학의 연장선이다. 이전에서도 설명했지만, 수생이라는 과목 자체는 물고기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씩 양서류나 파충류를 배우기도 한다. 이들 역시 몇몇 종은 물에서도 살기 때문이지 않을까?
본3때도 거의 다 비대면이었고, 시험도 없었고 레포트로만 진행되었기에 수업을 막 그렇게 열심히 듣지 않았는데 이 과목을 선택했던 이유도 2학기는 최대한 수업에 신경쓰지 말자 라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다. 아마 시험도 안보고 A0였나 A+이었나 주신걸로 기억한다.
이 과목은 과목 이름처럼 RNA, DNA 바이러스, 세균성 질병 들에 대해 배운다. 전염병 시간 같다. 그때도 무슨 viridae 외우느라 힘들었는데 여기에서는 더 괴기한? 이름들의 viridae들이 출몰한다. 역시 전염병은 나랑 안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해준 수업이었다. 이래서 다들 웬만하면 수생을 안하려고 하나....? 우리나라에서 수생 쪽 수의사는 씨가 말랐다고 들어서 전국에 수생을 전공하는 교수님들도 몇 분 없으시고 이 교수님들이 은퇴하시면 이어받을 후계자가 없다는 슬픈 썰이 있다고 한다...
3. 피부질병학
피부질병학은 Fe 교수님 수업답게 역시 꿀냄새가 나는 과목이었다. 이 과목도 올 A0/A+ 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과목 자체는 소동물 임상을 하고자 하는 동기들도 들었을 때 그냥저냥이었다고 했다. 나 역시 처음에는 열심히 들었지만 아무래도 임상을 안할 생각이다보니 갈수록 듣지 않았다.
수업을 들으면서 느낀 점은 나 역시 실습하면서 피부질환으로 온 환자들도 종종 봤고 그 환자들을 약욕도 직접 해보기도 했지만, 다른 만성질환들처럼 적절한 치료법과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전공이라는 것을 느꼈다.
인의에서는 피부과가 다른 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들지 않은데 돈은 많이 버는 인기과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피부만 전문으로 하는 수의사는 손에 꼽을 것이다. 내과 진료 중에 피부 케이스 역시 적지 않기 때문에 피부를 전공으로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기본적으로 피부는 내과 전공 중에 한 전공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이외 선택과목들 한줄평
1) 수의분석학 : 수업을 한번? 두번? 정도 하신다. 원래 외부인사 초청해서 특강한다고 하셨는데 코로나때문이었는지 아예 안하셨다. 시험을 보긴 보는데 생화학 관련 기출문제를 주시고 그 자리에서 시험 끝나고 본인이 채점한다. 학점을 잘 주시는 편이니 걱정말자.
2) 수의영상진단 : 아마 초음파를 배우는 것이 이 과목일 것이다. 한창 심장쪽 관심있었을 때 심장초음파는 안배우나..? 라고 본3때 생각했는데 윤교수님이 심장초음파쪽으로 워낙 유명하시다고 들어서 들을까 말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 과목을 들은 동기들 말로는 과목 자체가 난이도가 있었지만 재밌었다는 평. 임상할 사람들은 추천한다.
3) 수의임상종양 : 본3때 임상병리를 들어서 알겠지만 저어어엉말 어려웠다. 내가 6년간 학교 다니면서 이해하기 너무 힘들었던 과목이 몇개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임상병리였다. 그때 교수님이 가르치신다? 내 주변에서는 이 과목이 딱봐도 어려울 것 같아서 거의 선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본인이 임상한다면 이 과목 역시 선택지 중 하나일 것이다.
4) 애완동물학 : 원래는 15학번까지만 해도 약리 김교수님이 가르치셔서 꿀인 과목으로 유명했다. 그런데 우리부터 윤교수님이 맡으시면서 말그대로 '임상을 총망라한' 느낌의 과목으로 바꼈다. 예를 들어 레포트가 '~한 증상이 있는데 어떻게 진단할 것인지 그 과정을 쓰시오' 이런 느낌이었는데 그래도 애들 말로는 할만했다고 한다. 역시 임상러들을 위한 과목.
5) 동물병원경영학 : 이거는 1학기때 수의윤리학(1학점)을 들은 사람들은 꼭 들어야하는 과목일 것이다. 이 역시 윤교수님이 맡으시면서 최근까지 동물병원에 계셨던 교수님의 현실적인 동물병원 운영 Tip, 즉 '동물병원 운영 실무과정' 이었다. 인테리어하는데 얼마가 들고, 부동산은 어떻고 등등 정말 현실적인 것들을 많이 얘기해주신다고 한다. 애들이 너무 재밌어했어서 나도 이걸 선택안한게 아쉬웠다. 임상러는 당연히 선택하고, 비임상러도 동물병원이 궁금하다면 추천하는 과목.
6) 수의운동생리 : 생리 강교수님과 김교수님이 하시는 과목. 꿀인줄 알았는데 꿀이 아니었다? 는 평이 좀 있었다. 수업을 열심히 하셔서 ㅎㅎ.. 난 생리학은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선택하지 않았다. 시험도 엄청 쉬운 과목이었다고 한다.
7) 수의신경학 : 해부 안교수님이 하시는 과목인데,, 안교수님 스타일을 잘 알겠지만 교수님께서 워낙 열정이 넘치시는 분이다보니 신경학 역시 되게 열심히 하셨다고 한다. 나는 막판에 안교수님이 국시 해부 특강 해주신다고 해서 들으러 갔는데 아무래도 교수님께서 국시 출제를 하신 적이 있었기 때문에 유익했다. 근데 그 수업 이후로 그때 정리한 것을 다시는 펴보지 않았다 ㅎ..
원래는 수의대생의 수의대 이야기 시리즈를 졸업식 전에 쓰는게 목표였는데,, 어느새 졸업한지도 거의 한달이 되어간다. 지금은 수의사가 됐지만 수의대 이야기 시리즈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해보겠다.
다음편은 본과 4학년 생활 마지막, 국가시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