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나서도 이것저것 할일은 있지만,,
역시 그런것들 하기 싫을 때는 어느때보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싶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쓰는 본과 4학년 생활 마지막 이야기, 국가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1. 수의사 국가시험에 대해
사실 선배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후배들도 대부분 수의사 국가고시로 알고 있는데, 위에 내가 찍은 사진도 그렇고 공식 명칭은 '수의사 국가시험' 이 맞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다지 중요한건 아니니 PASS. 나도 이미 국가고시라는 말이 입에 붙어버려서 국가시험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만, 어차피 상관없다. 앞으로 국가시험은 모두 '국시'로 아래에서 말하겠다.
수의사 국시는 매년 1회 실시되며,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이를 담당하고 있다.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같은 다른 의료계열은 '국시원' 이라는 국가시험만 담당하는 기관이 따로 있는 반면, 수의사는 그렇지 않다. 조금 다르지만, 비유하자면 의사 국시를 질병관리청에서 담당하는 느낌으로 보면 되겠다.
국시에 대한 간단한 정보는 다음과 같다.
<수의사 국가시험>
0. 응시자격 : 국내 10개 수의대 졸업생
(해외 수의대의 경우 농림축산검역본부 문의 후 본인이 졸업한 대학이 인증대학인지 확인 필요)
1. 날짜 : 매년 1회, 1월 2~3째주 금요일에 실시
2. 시험시간 : 총 350분
3. 문제 수 : 총 350문제 (자세한 과목별 문항수는 아래 이미지 참고)
3-1. 1교시(기초) : 100문제, 2교시(예방) : 100문제, 3-4교시(임상) : 130문제, 4교시(법규) : 20문제
즉, 법규 20문제 중 8문제 이상 못맞출 경우 과락 (매우 중요 ★★)
4. 합격 기준 : 교시당 40% 이상(과락기준), 총점 60% (210점) 이상 (평락기준)
5. 합격자 발표 : OMR이기 때문에 공식 발표는 늦어도 4~5일 뒤 발표. 비공식적 발표는 합격자 발표 1~2일 전.
2. 내가 수의사 국가시험을 공부한 방법

사실 수의사 국가시험을 공부하는 방법은 글로 모든 방법을 세세하게 쓰기에는 국시의 특성상 그럴 수 없다. 그래서 몇월에 내가 어떻게 공부했는지를 말하기 전에 먼저 아래 기사부터 읽어보길 바란다.
데일리벳 - 소통하는 수의사신문 데일리벳 (dailyvet.co.kr)
`수의사 국가시험` 학생은 불만 많은데‥교수진은 문제인식 부족
수의사 국가시험(이하 국시)을 바라보는 학생과 교수들의 인식에 괴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수의학교육의 핵심역량을 평가하는 시험이 되지 못한 채 출제내용 분배, 난이도 조절이 주먹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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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에 따르면, 수의사 국가시험의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다.
1) 학교별로 다른 교재
1번부터 머리가 아프다. 실제로 10개 수의대 모두 몇몇 과목을 제외하고 통일된 책이 없다. 예를 들어, 우리 학교에서는 레닌저 생화학으로 공부하는데 다른 학교에서는 다른 원서로 공부한다. 병리도 그렇고 전염병도 그렇고 외과는 포썸을 많이 쓰지만 내과는 에팅거로 배우는 학교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학교도 있다.
참으로 웃긴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이 통일되어 있지 않은데 어떻게 국가시험을 공부하는가? 도대체 학생들은 무엇을 보고 국가시험을 공부하는가? 통일되어 있는 과목이라고 해도, 외국에서 출판된 원서를 한글로 번역해놓은 것인데 차라리 원서를 보는게 나을정도로 번역이 틀린 것이 많다. '수의XX학교수협회'에서 만든 책들 대부분이 이렇다. 교수님들 이름이 다 올라가 있지만,, 실제로 번역하는 것은 대학원생이 대부분일 것이고 교수님들은 이 책으로 수업을 하신다.
2) 출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긴 하는가?
데일리벳 - 소통하는 수의사신문 데일리벳 (dailyvet.co.k
수의사 국가시험, 출제위원 따라 문항·난이도 출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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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수의사 국가시험은 여러분들도 공부해보면 알겠지만, 매년 난이도가 일정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합격률은 신기하게 최근 최소 95% 이상이다. 이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
과연 국가시험 출제 가이드라인이 따로 있긴 한걸까? 위 기사를 읽어보면 어떤 과목의 경우 특정 단원에서만 계속해서 출제되는 경향이 있다. 이 기사가 몇년 된 기사라 최근에는 경향이 최대한 고르게 내려고 하는 편인 것 같긴 하다. 그런데도 출제하러 들어가시는 교수님들의 스타일이 있다 보니 우리가 공부해야할 범위는 방대하고, 도대체 국시의 방향성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3) 족보.. 족보.. 족보.. 본과내내 족보에 의존했는데 국시도 족보?
시험의 방향성도 명확하지 않고, 무슨 과목을 어느 수준으로 공부해야 할지 막막한 학생들은 결국 기출문제에 매달린다. 그 마저도 문제가 공개되지 않아 선배 응시생들이 음성적으로 복원한 ‘족보’에 기대고 있다.
인용한 첫번째 기사에 있는 말이다. 여러분들이 본4 여름쯤 되면, 선배들이 수십년간 복원한 국시 족보를 받게 된다. 이것을 어떻게 받는지는 앞으로 국시 문제 공개되기 전까지 공부할 많은 후배님들을 위해 말을 아끼겠다.
이번에 대학원에 들어오면서 우리 실험실에서 실습한 후배들이 물어봤다.
"국시 어떻게 공부해요? 참공부 하면 되나요?"
아니, 참공부는 절 대 비 추 천 한다. 앞서 말했듯이 학교별로 교과서도 정해져있지 않을 뿐더러 20과목에 달하는걸 어떻게 공부하겠는가? 여러분들이 학교시험을 족보로 공부하는 것처럼, 국시도 족보로 공부하면 된다. 학교시험을 공부하다 보면, 학생들마다 공부 스타일이 갈린다. 어떤 사람들은 '교수님이 그대로 내시겠지~' 라는 생각으로 족보 답만 외우기도 하고,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은 보통 족보를 완벽하게 마스터하고 (이 보기는 왜 틀리는지까지 공부)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말씀하셨던 필기까지 달달 외우고 시험에 들어가게 된다.
국시도 비슷하지만, 학교시험보다는 자세하게 공부해야 한다. 내 기억으로는 그동안 족보에서 나왔던 문제들을 답까지 그대로 나온 문제들은 잘해봐야 30% 정도? 즉, 답만 외우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소한 그 답이 왜 그렇게 나왔는지 보기 하나하나 공부하고, 그 개념을 정리해나가야 한다.
어떻게 공부하는지는 곧 설명할 것이고, 여튼 국시도 족보에 의존하다보니 수의사 면허를 받은지 3개월차인 지금 머리 속에 남는건 하나도 없다. 다른 동기들도 졸업하고 나서 하나같이 '우리 수의사 해도 되는걸까..?' 말하곤 했다. 제3자가 보기에는 멋진 '새내기 수의사'지만, 실제로는 아는게 거의 없는 '무늬만 수의사'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본인이 관심있는 분야의 대학원으로 간 사람들은 대학원으로 가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인턴으로 바로 간 사람들은 첫날부터 이것저것 다 하면서 배우고 있다. 남들에 비해 기억용량이 적은 편인 나여서 이렇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국시가 문제있는건 알겠습니다, 그래서 국시 공부는 어떻게 하는데요..?
1) 공부 시작 시기
서론이 너무 길었다. 나는 이렇게 공부했다. 국시 공부를 언제 시작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본인이 공부하는 속도가 느리거나 꼼꼼히 공부하는 편이라면, 넉넉하게 여름에 족보를 받는 날부터 천천~히 시작하면 된다. 우리가 수능을 공부할 때 6평부터 슬슬 페이스 올리는 것과 같다. 여름방학에 시작하면 확실히 남들보다 먼저 시작한다는 심리적 편안함이 있지만, 반대로 너무 안일할 경우 나중에 집중해서 시작하는 사람들과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페이스 조절을 잘해야 한다.
내가 볼 때 가장 적당한 시기는 9월부터다. 학교마다 로테이션을 도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기 때문에 언제부터 공부를 시작하는지는 정말 개개인마다 다르니 참고만 하길 바란다. 나는 케이스 발표가 10월쯤에 끝나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건 D-100부터였지 않을까 싶다. 아니 그것보다 적었나..? 게다가 나는 우리학교에서 국시 총괄하는 담당이었기 때문에 애초에 목표가 '나보다 우리 동기들을 다 합격시키기 위해 내 점수를 포기한다' 였고 동기들을 다 합격시키지는 못했지만.. 점수도 그냥 합격선만 넘길 정도로 받았다.
2) 국시 공부하는 방법
국시를 어떻게 공부하는지는 여러분들이 받게될 족보에 매우 상세하게 나와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의 후기가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읽어보며 본인 스타일에 맞는 공부법을 찾아보길 바란다. 나 역시 후기 하나하나 다 읽어보고 거기서 제일 나랑 맞는 공부법을 그대로 따라했다. 여기서 설명하는 것은 대부분 국시 공부법의 큰 틀만 말하겠다.
우리가 학교시험을 공부할 때 한번만 보고 다 머리에 남지 않는 것처럼, 국시 역시 20과목에 달하는 저어어엉말 많은 양이기 때문에 한번만 봐서는 절대 안된다. (한번만 보고 국시 합격했다는 선배들도 매우 가끔 있긴 하지만.. 이런 도박은 웬만하면 자제하도록 하자. 개인적으로 이런 멘탈이면 본인이 매수한 코인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존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합격을 목표로 한다면 5개년 3회독, 안정적인 고득점을 원한다면 7개년 3회독, 난 이 국시에서 1등해야겠다면 이보다 더 많이 공부하면 된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친구들은 보통 7개년 3회독을 하는 편인데, 나는 공부해야 하는 시간이 적었기 때문에 5개년 3회독만 했다.
먼저 5개년이란, 나는 66회 국가시험을 봤기 때문에 61~65회 문제들을 위주로 공부했다. 아까 말했듯이, 참공부는 절대 비추천한다. 가성비가 너무 떨어진다. 우리가 학교시험을 공부한 것처럼 기출문제 위주로 공부한다.
3회독이란, 3번을 봤다는 의미인데 여기서 중요한게 단순히 답만 외워서는 절대 안된다. 아무리 국시가 문제가 많다고 한들, 엄연히 학교시험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그대로 나오는 문제는 매우 적다.
1회독 : 무작정 푼다. 여러분이 본과내내 열심히 공부했다고 했을지라도 처음 국시 기출문제를 풀다보면 맞추는건 거의 없다. 나 역시 진짜 처음에는 거의 맞는게 없어서 '나 그동안 뭐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다. 다 그렇다. 일단 노베이스 상태에서 풀고 처음에는 많이 틀릴건데 해설과 그 밑에 선배들이 달아놓은 암기법이나 그런걸 잘 정리한다.
처음에 1회독할때 정리하는게 정말 중요한데, 왜냐하면 잘못된 방식으로 정리하다가 나중에 확 뒤집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일단, 20과목을 어느 순서로 공부하는지는 여러분의 선택인데 많은 선배들이 다음과 같은 순서로 공부했다.
① 생생약독 : 생리-생화학-약리-독성
② 미전공병 : 미생물-전염병-공중보건-병리
③ 수조기실 : 수생-조류질병-기생충-실험동물
④ 해조외방 : 해부-조직-외과-방사선
⑤ 내임산 : 내과-임상병리-산과
⑥ 법규
이렇게 많이들 공부하는 이유는 과목별로 연계가 되어 있고, 특히 '생생약독'의 경우 뒤에서 공부할 내과나 산과 뿐만 아니라 약리의 경우 외과에서도 든든한 베이스가 되기 때문에 보통 이것부터 많이들 공부하는 편이다. 또한, 과목별로 이해를 하고 넘어가야하는지, 무작정 암기를 해야하는지 역시 다르다. 예를 들어, 생리학의 경우 이해하는 과목인 반면 전염병의 경우 세균/바이러스 등 이렇게 분류별로 무작정 외워야하는 편이다. 과목의 특성에 따라 잘 정리해놓길 바란다.
그래서 일단 문제를 풀고, 틀린다면 왜 틀린지 해설과 선배들이 적어놓은 것들을 보고 문제와 함께 그것들을 에버노트나 원노트 혹은 한글/워드 등에 정리하면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원노트'를 추천하는 편인데 일단 보통 노트북이나 데스크탑으로 정리를 하고 나중에 아이패드로 어디 오고갈때나 카페에서나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또한, 저장할 수 있는 페이지가 무한에 달하기 때문에 아무리 문제가 많아도 거의 다 넣을 수 있다.
또한, 원노트의 장점 중 하나로 분류를 시각화 할 수 있다는 점인데, 나는 앞에서 말한 6가지 순서대로 노트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처음에 '생생약독' 이렇게 노트북(원노트에서 파일을 노트북이라고 한다)을 만들고, 그 안에 대분류를 생리-생화학-약리-독성 이렇게 나누고, 생리 안에서 중분류를 단원별로 나눈다. 보통 구글에서 교과서 이름을 검색하면 나오는 목차 순서대로 정리했다. 그렇게 단원별로 나누고 문제를 풀고 난 다음 이 개념이 어느 단원에 속하는지 파악하고 거기에 문제와 개념, 암기법 등을 다 정리해서 넣으면 된다.
이 방법의 장점으로는 최소한 5개년을 풀다보면 이 단원에서는 이게 자주 나오네? 라는 경향을 쉽게 알 수 있고 여기에서는 이 개념을 이런 방식으로 내네? 와 같이 변형한 문제들도 모아놓으면 한눈에 알아보기 쉽다. 1개년이 350문제기 때문에 5개년이면 1500문제가 넘어가는데 이걸 다 정리하려면 저어어어엉말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1회독이 시간이 한달이 넘어갈만큼 오래걸려서 처음부터 이런 방법처럼 제대로 정리하면서 시작하길 바란다. 그렇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추가) 만약 여러분들이 5개년을 공부할 경우 61회부터 차근차근 정리하는걸 추천한다. 왜냐하면 오래된 문제인만큼 선배들이 정리해놓은게 많고 그만큼 더 많은 지식을 얻어갈 수 있다. 이후 64~65, 즉 최근 2개년 정도는 모의고사 형식으로 풀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왜냐하면 최신 문제인만큼 정리된 자료가 많이 없을 것이므로 작년이나 재작년에는 이렇게 나왔구나~ 식으로 풀어보면 된다.
+추가2) 원노트에 정리할 때 비슷한 개념은 옆으로 쭉 붙였다. 그렇게 하면 앞에서 말한 것처럼 흐름을 파악하기 쉽다. 다른 개념이 새로 나올 경우 밑에 붙였다. 나중에 2,3회독 할때 어떤 경향으로 이런 개념이 출제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2회독 : 이렇게 오랜 기간에 걸쳐 정리하고 다시 문제를 풀어보면? 또 틀린다. 왜냐, 20과목에 달하기 때문에 뒷 과목들을 공부하다 보면 앞에서 공부했던 과목들을 까먹을 수밖에 없다. 괜찮다. 나도 틀린거 또 틀렸다. 대신, 2회독 하기 전에 정리해놓은 것들을 한번 쓱 읽어보고 풀어보면 아무래도 문제랑 다 같이 있다 보니 문제를 방금 봤기 때문에 맞을 수밖에 없다. 심리적 안정감이랄까..? 이런게 있다. 1회독때는 맞았는데 2회독때 틀리는 문제들도 새로 정리하자.
우리 학교의 경우 국시 한달전 12월 중순에 졸업시험을 보는데, 개인적으로 졸업시험 전까지는 최소 5개년 2회독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졸시가 아무리 재시가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 마음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근데 어떤 학교는 졸시를 2학기 초반에 보는 학교도 있기 때문에 이 역시 유도리 있게 적용하면 되겠다.
3회독 : 3회독을 할때 쯤이면 이제 거의 답을 외우는 수준이 왔을 것이다. 여기서 안심하면 안되는 것이 본인이 이 문제를 3번이나 봤기 때문에 맞은 것인지, 아니면 이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해서 맞은 것인지 잘 구분을 해야 한다. 만약 5개년이 너무 익숙해졌다면, 3회독까지 하고 이후 회차를 더 올라가 2개년 정도 더 해서 총 7개년을 공부하면 된다.
이렇게 5/7개년 3회독은 늦어도 국시 일주일 전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정석이다. 국시 일주일 전에는 다들 어떻게 공부하는지 여기서는 말 안할 것이고 여러분이 직접 국시를 공부하면 알게 될 것이다. 여튼, 일주일 전까지는 정리해놓은거 완벽하게 마스터 한다는 생각으로 달달 외우길 바란다. 그렇게 공부하고 일주일 지나면 국시 날이 되고, 열심히 집중하다 보면 국시가 끝난다.
3. 간략한 66회 국시 후기
데일리벳 - 소통하는 수의사신문 데일리벳 (dailyvet.co.kr)
2022 수의사 국가시험 합격률 95.2%‥합격자 늘고 합격률 줄고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제66회 수의사 국가시험 합격자를 19일 발표했다. 지난 14일 안양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열린 올해 수의사 국가시험에는 605명이 응시했다. 국내 10개 수의과대학 출신 599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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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66회 국시는 최근 5개년 중에 가장 어려웠다. 합격률이 95%가 넘어가기 때문에 쉽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일단 과목별 난이도는 법규>>>>2교시(예방)>1교시(기초)>>3,4교시(임상) 이었다. 선배들 말로는 1,2교시가 보통 어려워서 여기는 과락(교시별 40% 이상)만 면하는 정도로 공부하면 3,4교시 임상이 문제수가 많기 때문에 여기에서 많이 맞춰서 평락(총점 중 60% 이상)을 면한다고 한다고 하던데 우리 역시 그랬다. 내가 유난히 예방과목들에 약해서 그런지 몰라도 2교시에서 제일 많이 찍었던 것 같다.
문제는 법규인데.. 맨 처음에 '국시 요약'에서도 설명했지만, 다른 교시와는 다르게 법규는 20문제에서 8문제 이상 맞추지 못하면 과락해버리는 무서운 과목이다. 법규는 말그대로 수의사법, 동물보호법 등 수의사와 관련된 법과 관련된 문제인데 이번에 정말 어렵게 나왔다. 우리 학교는 본4 2학기때 수의법규 라는 과목이 있는데 교수님께서 중간/기말때 예전 기출을 그대로 내는 편이셔서 10개년을 공부했었는데 내 느낌으로는 최근 10년 중 가장 어려웠을 정도로 애매모호한 선지가 많았고 시험이 끝나자마자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교실을 나오며 '법규 역대급이었다' 라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아마 합격률이 2% 낮아진 데는 법규 때문일 것으로 본다.
이처럼 출제하러 들어가는 교수님들에 따라 난이도가 출렁이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우리 학교는 최근 4년 연속 100% 합격률을 자랑했지만 단 한명이 떨어졌고, 그 한명이 내 친한 친구 중 한명이었기 때문에 그 사실을 알게되고 난 며칠동안은 국시 합격 자체를 기뻐할 수 없었다. 우리 학교에서 국시 총책임자가 나였기 때문에 나에게도 어느정도 책임감이 있었고 내 탓인 것만 같았다. 다른 학교에서는 떨어질 사람이 떨어졌다고 하겠지만, 적어도 우리 학교는 아니었다.
시험에는 정말 시험운이라는게 있다. 내가 삼수해서 마지막 수능을 봤을 때 수학에서 찍은 객관식 4점짜리 두문제, 주관식 4점짜리 한문제를 맞춰서 여기 들어와서 결국 수의사가 되었던 것처럼, 그 친구는 그날 운이 안좋았기 때문에 다른 동기들보다 조금 늦게 수의사가 될 예정이다. 나는 머지않아 꼭 우리처럼 수의사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4. 마무리
20대에 들어와서 7년동안 고졸이었지만, 이제는 대졸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나를 소개할 때는 수의사라고 소개한다. 합법적으로 인간 외에 모든 동물을 진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월에 면허를 받았으니, 새내기 수의사 3개월 차지만 내가 과연 수의사가 맞나? 여전히 생각이 든다. 분명히 나도 학교 다닐때 배웠던 것이고 국시 공부할 때도 열심히 외웠던 것인데 신기하게도 후배들이 어떤걸 물어보면 머리 속에 들어있는게 하나도 없어서 가르쳐줄게 없다. 요즘 본3 실습을 들어가곤 하는데 누가 질문을 안했으면 좋겠다..
내가 남들보다 덜 공부를 열심히 했던 이유도 있겠지만,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족보에 의존하는 수의사 국가시험 시스템때문인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국가시험 문제가 공개가 되고, 의사처럼 실기시험도 도입되면 그에 따라 수의대 커리큘럼도 미국같은 선진국 수의대처럼 바뀌게 될 것이고 많은 교수님들이 원하는, 졸업하자마자 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One-day skill'을 가진 수의사가 배출되지 않을까 싶다. 진심으로 후배들이 나보다 훨씬 더 나은 수의사가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국가시험 공개 및 교육과정 개편에 대해 목소리가 필요하다면 기꺼이 내도록 하겠다.
다음 편은 드디어 '수의대생의 수의대 이야기' 마지막으로, 나는 어떤 수의사가 되고자 하고 그렇게 선택한 이유, 그리고 진로를 설정하는 데 있어 어떤 고민들을 해왔는지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으로 이 시리즈를 마무리하도록 하겠다.